광기의 역사 나남신서 72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해에는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 하면 한결같이 ‘광기의 역사‘라고 대답했다.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서양의 역사를 탐구할 마음이 들게 한 책.
3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7개월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 읽은 만큼 많고 어려운 내용인데다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만큼 복잡한 번역문이었지만, 그 뜻을 풀어 이해하며 특히 흥미로운 부분을 필사하는 것처럼 뿌듯한 일도 많지 않았다.

광기를 존중한다는 것은 광기에서 질병이라는 무의지적이고 불가피한 사고(事故)를 간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진실의 그 하부한계, 우발적이지 않은 본질적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이 시간의 측면에서 인생의 끝이듯이, 광기는 동물성의 측면에서 인생의 종말이다. 그리고 죽음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의해 거룩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광기는 가장 야만적 면모를 통해 거룩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유가 과학적 사변을 통해 광기와 광기의 구체적 모습을 접근시키려고 시도할 때부터 마주치게 되는 것은 도덕적 비이성의 경험이었다. 분류계획과 인식되고 식별된 광기의 형태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생소한 원리, 그것은 비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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