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일단 받아두고 좀 나중에 읽으려 했는데 그냥 슬쩍 본 첫문장부터 글에 확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분량은 그렇게 길지 않아서 금방 다 읽었어요. 이야기 자체는 소위 '썰'같은 걸로 종종 봤을 법한 시작이에요. 어쩌다보니 살인마 청년을 주웠다. 이런 거요. 다른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소재인데, 이 소설은 첫문장부터 뭔가 다르다는 걸 확 보여주고 시작해서 중반까지 그런 생각을 못헀습니다.나이차이가 있는 건 취향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때문인지 별 생각없이 넘어갔습니다. 건조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와 '보통'과 다른 다른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특히 수)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의 행동이나 의식, 공에게 하는 말 등에서 정말 여태까지 본 등장인물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피폐물이라면 피폐물이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괜찮은 단편(단편이라기엔 장편분량이지만 1권짜리 책으로 만족스러운)을 본 것 같아요. 하지만 피폐하거나 어둡거나 이런 이야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추천은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