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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맨 1 - 합체 영웅의 탄생 ㅣ Wow 그래픽노블
대브 필키 지음, 심연희 옮김, 호세 가리발디 채색 / 보물창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어린 시절 ADHD, 난독증, 행동 장애 등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학창 시절 복도에 나가 있는 벌을 받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벌을 받는 동안 대브 필키는 넘치는 에너지를 창작욕으로 승화하여 여러가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도그맨은 그때 구상하였던 작품이다. 남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대단한 재능이 느껴진다.
평소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면 뭔가 음산하고, 느와르적이며 폭력적이고 야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도그맨'은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경쾌하고 발랄한 히어로물로, 시작부터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빌런(반히어로?)인 고양이 페티는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나이트 순경과 경찰견 그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이 둘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폭탄을 터뜨리고, 이로 인해 순경 나이트는 머리를, 경찰견 그렉은 몸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의사의 도움으로 똑똑했던 그렉의 머리와 튼튼했던 나이트의 몸을 합쳐 수술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머리는 개, 몸은 사람인 도그맨. 일견 끔찍할 수도 있는 조합이지만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유쾌한 진행 방식 덕분에 그런 생각보다는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한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구성과 진행인 것 같다.
이렇게 장점만을 갖춘 머리와 몸을 가지게 된 도그맨은, 그를 개라며 무시하고 피하는 서장의 편견을 극복해가며 고양이 페티가 일으키는 끝없는 사건과 사고들을 해결해 나간다.
1권의 구성은 총 4장으로, 제 1장 ‘우리의 도그맨, 목줄을 풀다’에서는 도그맨의 탄생 과정, 2장 ‘로봇 경찰서장’에서는 반인반견 도그맨의 경찰서장 편견 극복기, 3장 ‘체포해, 도그맨’에서는 페티가 똑똑한 도그맨을 제어하기 위해 온 세상을 멍청하게 만드는 이야기, 4장 ‘소시지 전쟁 –깨어난 비엔나 소시지-‘는 물체에 생명을 부여하여 도시를 정복하려는 페티와 이 과정에서 생명을 얻게 된 소시지, 그들간 벌어지는 사건들과 도그맨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각 장의 제목을 봐도 알겠지만 전혀 유해(?)하지 않은 아기자기까지 한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4장 소시지 전쟁으로, 페티의 생명 부여 스프레이로 인해 생명을 얻게 된 핫도그들이 도시를 정복하려고 불을 지르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책 본문에서조차 불을 지르고 도시를 파괴하고 다니는 핫도그들을 보며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을 지른다는 것도 성냥개비보다 작고 생일초보다도 작은 것에 불과하고, 위협을 하는 대사조차 조그만 핫도그들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최후조차 그렇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으로 무겁고 야하고 어려운 작품을 생각했지만 기대 외(?)로 쉽고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개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선물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른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매체들에서 벗어나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