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짱은 학교를 쉽니다
고토하 도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뜨인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도코짱은 학교를 쉽니다'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년간 등교를 하지 않았던 고토하 도코의 자전적인 에세이 만화다.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으며 내성적이었던 주인공 고토하 도코에게 학교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같이 노는 친구를 만나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약자인 자신을 괴롭히고 짓밟는 약육강식의 사회였을 뿐이다. 다른 아이들의 거친 말이나 기싸움에 마음의 상처가 누적되었고, 그 상처가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 도코는 학교에 등교할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난다거나 하는 식으로-대개의 경우는 등교를 거부하기 위한 억지 편법을 이용한 수단이었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결석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6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책 소개에 보면 세상의 모든 '부적응자'들에게 보내는 위로라는 메세지가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부적응자란 무엇일까?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개성은 모두 제각각이라, 모두에게 천편일률적인 학습과 과정을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담대하거나, 조금 더 예민하거나,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무리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독자적일 때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모두에게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똑같은 삶을 강요하고, 그 과정에 취합되면 '적격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적응자'라고 낙인 찍는 사회는 얼마나 불합리한가. 


 '도코짱은 학교를 쉽니다'에서 말하는 '부적응자'라는건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깎아내리는 루저의 개념이 아니라, 속한 집단의 틀에 박힌 강압에 무너지지 않고 내 고유한 개성과 삶을 보는 태도를 유지하고자 투쟁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코짱은 학교를 쉽니다'의 고토하 도코의 시작은 소극적인 자신감 위축과 자율신경계 이상 때문에 피치 못하게 시작된 등교 거부였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머무르면서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러스트를 응모하고, 만화를 연재하며 자신만의 길과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되는 주변의 따뜻하고 묵묵한 지지와 응원 또한 내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등교를 거부하고 앓아 누운 딸에게 보낸 어머니의 굳건한 지지와 믿음 또한 그녀가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혼자 바로 서는데 무한한 동력원이 되었음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에세이다 보니 자기 개발서나 심리학 서적처럼 어떤 방향이나 문제 원인 분석,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만화의 진행 또한 담담한 수필집을 보듯 어떤 극적인 무언가가 있거나 노골적인 신파요소로 눈물샘을 자극하고자 하는 요소도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학교에 가지 않았던 날들은 나에게 필요한 나날들이었다"는 메세지가 이해가 간다. 모두가 똑같은 트랙을 치열하게 달릴 필요는 없다. 조금쯤 쉬면서 자신을 사색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정한 자신을 깨닫는 시간이 남들보다 길게 요구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녀는 등교 거부의 시간을 자아를 성찰하는 시간으로 삼았고, 그런 노력과 주변의 지지 끝에 삶의 빛이 될만한 요소를 찾아 꿈을 이루게 되었다. 제목처럼 고단한 심신을 '쉬어줌'으로 인해 더 행복한 길을 찾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왠지 모를 눈물이 났다. 

   

 고토하 도코는 현재 등교 거부 시절 그렸던 만화를 출판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평범하고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찍어낸듯한 생활 방식의 강요 속에 방황하는 청소년,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부모 모두에게 한 번쯤 '이런 삶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길도 있을 수 있다'라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올 수 있을 듯한 책이었다. 책이 많이 두껍지 않고 금방 읽히기 때문에 고단함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추천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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