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자연과 만나요 - 우리 동네 자연 이야기 녹색손 자연 그림책 1
임종길 글.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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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며 자연을 발견하는 즐거움

『자연과 만나요』, 임종길 글 그림, 열린어린이, 2011.

 

자연과 만나려면 자연으로 가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자연으로 가는 것도 일로 여겨 아이가 조르고 졸라야 근처 사찰이나 동물원에 다녀오는 정도였다. 둘레길 걷기를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하지만 나에겐 둘레길 걷기도 작정이 필요한 것이라 아직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자연과 만나요』는 작정 없이 주변에 나가 두리번두리번 거리기만 해도 소중한 생명들이 바로 옆에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이 책은 달별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새, 꽃과 풀들을 담았다. 사실 도시에서 자란 나는 나무와 새, 꽃과 풀들의 이름을 잘 모른다. 아이가 어릴 때는 식물도감을 사서 우리가 알아야할 것이라는 식물들을 사진으로 보고 그림으로도 보았다. 문제는 식물도감에 있는 것과 밖에서 본 것을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물들은 살아있는 것이니 일년 내내 변화하고 있고, 도감에 있는 것은 몇 장면 밖에 없으니 도감에서 본 것은 지식에 불과하였다. 그 이후 <심심해서 그랬어>처럼 이야기가 있는 사계절 그림책들을 보게 되고, 도시 풍경을 담은 가로수 아래 꽃다지가 핀 책을 보면서 독자들 대신 사물들을 관찰해 준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번에 나온 『자연과 만나요』사물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눈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 이 책에서 자연을 만나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 맨 마지막 장에 보면 작가가 동네 주변의 어디를 다녔는지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 동네에도 그런 장소가 많다. 우리 동네에도 예전에는 논이었지만 아파트 공사 중인 곳도 있고, 주말 농장터도 있고 대학 연습림도 있다. 다행이 강이 흐르고 있어 강둑으로 나가면 볼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강 상류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더 많은 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자연을 만나는 방식은 아이와 함께 치러야할 여행이었고, 행사였던 것이다. 그냥 걸어가면서 두리번거리면 될 것을.

작가는 3월에 산개구리가 죽은 암컷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웅덩이에 산개구리 알이 해캄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새가 남긴 깃털 하나도 주워서 이리저리 살펴 보았고, 멧토끼들이 눈 똥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관찰력은 사물을 새롭고 신기하게 여기기 때문에 더 예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정작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라고 소개 되어있었는데 자연을 생각하는 ‘도토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작가는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그것을 그림책으로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가까이 볼 수 있는 꽃과 풀을 소개하고 있다. 6월 여름이 오는 뒷산 어디에나 볼 수 있는 꿀풀, 엉겅퀴, 고들빼기, 으아리, 인동꽃 10월에는 댕댕이덩굴 열매, 단풍 열매, 생강나무 열매, 산딸나무 열매, 이팝나무 열매 등을 볼 수 있다. 내가 아이에게 자연을 보여주는 방식이 급반성되었다. 하동에 매화꽃이 피었대, 하면 하동으로 가 볼까. 벚꽃이 한창이잖아. 그러면 벚꽃구경이라도 한번 다녀와야 할텐데. 뭐 이런 식. 좀 부끄럽다. 한번씩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정말 예쁘다, 감탄하면서 차에서 자는 애를 깨워서 저거 봐, 하더라도 애가 시무룩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은 11월이다. 11월 작가가 그린 그림 가운데 배추 속을 키우기 위해 묶어 놓은 배추, 아파트 경비실의 단풍나무가 정말 친근하게 느껴진다. 주변에서 늘 보는 것인데 작가의 눈에 들어온 것을 보고서야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단풍나무, 아파트 주변의 메타세콰이어 등등. 천천히 걸으면서 봐야 할 것들이 이제 많아졌다.

이 책의 12월에 나온 겨울 나무들이 키우는 꽃눈, 겨울눈들을 보면서 생명이 더 큰 생명을 키우기 위해 응집된 생명의 결정을 보는 것 같아 설렜다. 이제 목련꽃의 겨울눈을 보면 눈인사라도 해 주고 싶다. 아이도 이 책을 봤는데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아는 것보다 아이가 이 책에서 아는 장면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서둘러 바삐 자동차를 타고 다녔고, 아이는 천천히 걸어서 두리번거리며 다녔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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