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 없이 지나가는 사랑은 없다.
정신 분석을 주제로 한 심리 치유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집필한 후 김형경 선생님은 심리 치유에 관한 글을 많이 쓴다.
아마, 여기 저기서 심리 치유에 관한 원고 청탁이 많이 들어와 원고를 써 나가면서 이 분야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관심이 깊어지다 보니 ‘뽀르꾸’ 정신분석가 정도가 됐을 거다.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전공하지도 않은 김형경이라는 소설가가 쓴 심리 소설 외에 꾸준히 심리 치유 에세이를 써 내고 독자들이 더 열광하는 데는, 김형성 선생님 자신의 경험과 접목 시켜 리얼리티를 넘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후련함, 묘한 카타르시스의 맛을 느끼게 하는 매력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좋은 이별은 …왜 우리가 아픈지, 왜 우리가 이별하면 그토록 이상한 사람이 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했다.

제대로 떠나 보내지 못했고, 상실의 슬픔을 제대로 겪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리의 인생은 상실의 과정이며 이 상실을 치유하면서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진다고.

이런 글들을 읽게 되면 머리로는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부류가 있는 반면, 알긴 다 알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이렇게 책에 적혀진 이상적인 방법대로 대처할 리 만무하다.
안다고 다 뜻대로 된다면 왜 문제가 생기겠냐. 이런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는 부류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후자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뻔히 다 알아도 막상 내일이 되고, 닥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게 사람이다.

오죽하면 내 맘이 내 맘 대로 안 된다고 할까.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책이 의미가 없는 걸까?

수 많은 임상을 통해 정리된 논문 수준의 학술 발표도 아니고 기존에 나왔던 개괄적인 심리학 이론을 갖가지 문학, 영화, 개인의 경험에 반추해 쉽게 풀어 낸 심리치유 에세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 1년 365일 안개가 걷히지 않는 도시처럼 우울을 감기처럼 달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딱 이정도 수준의 상담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지켜내도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절단 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나, 마음은 애초부터 예외 없이 복원, 재생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

그렇기에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눈부시게 아름답고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하는 것일 테다.

당장 내 삶이 끝날 것만 같은 이별, 시련, 고난이 닥쳐도 다시 일어서서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 할 수 있는 건 복원 과정에서 지독한 고통을 이겨 내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인생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원은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최소화 하고 이뤄낼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최선의 방법들을 제시한다.

난 이 책에 씌여진 내용들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긍정하지만, 완벽하게 신뢰하진 않는다.

이별이란 상실이란 무언가가 내게서 떠나가거나 박탈 되거나 결핍 된 상태가 아니다

내게 있어 진정한 이별이란 내 사랑이 끝난 상태다.

그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아픔을 겪어 내는 것이다.

이 아픔을 겪는 동안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방법들을 행해본다.

하나하나가 당장 아픔을 해결하는 명약이 되지 않지만,
그것들을 시도 해 보는 그 자체가 약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가정해보자.

그 때도 알았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리라.

다만,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과 모르면서 당하는 것의 차이 일 뿐.
어느 쪽이 더 힘들고 덜 힘 들 다고 단정짓는 건 경솔함이다.
아픈 건 다 똑같다. 알았건 몰랐건.

다만, 훗날 평상시의 나로 돌아왔을 때 지금의 내 행동에 대해서 후회할 일 만들지 않기.
치명적인 상황, 치명적인 실수,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내가 무얼 행하는 데 있어 가장 두려운 건 훗날 내가 오늘의 선택을 후회 하는 것이다. 내 스스로 지난 날의 나, 지금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 하는 게 제일 무섭다.

최악의 상태를 예방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내게 특별하다.

어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진 않겠지만,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 믿는다.

요동치는 인생을 먼저 살아본 어른들의 염려가 그래서 필요하고, 잘 들어야 하는 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어른의 염려. 그 정도 수준에 가치를 두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직 열정이 남아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조금만 덜 아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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