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결선투표 [중앙일보]

관련링크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다음달 6일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22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1차 투표 결과로는 최종 결과를 알 수 없다. 과거 결선투표가 일곱 번 치러졌지만 세 번을 1차 투표에서 2위 득표한 후보가 이겼다.

결선투표는 단순다수결을 채택한 우리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단순다수결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스웨스턴대의 도널드 사리 교수도 "역설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라고 했다 (K C 콜,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다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어떤 후보들이 몇 명이나 출마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

6월 항쟁의 결과로 치러진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양 김씨는 과반(김영삼 28.0%, 김대중 27.0%)을 얻고도 36.6%를 얻은 노태우 후보에게 지고 말았다. 양 김씨 중 한 명이 몰아갈 수 있는 표였다. 2002년 미국 대선에서 고어가 패배한 것도 녹색당 네이더가 플로리다주에서 9만5000표를 뺏어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네이더가 없었다면 고어 지지표였다.

수학자들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보다의 셈법'은 투표자가 후보마다 순위를 매기고, 순위별로 다른 가중치를 주어 합산하는 방식이다. '1위는 3점, 2위는 2점, 3위는 1점'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다수결보다 1000배 이상 역설적 결과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순위투표'를 한다. 국민이 1순위 후보와 2순위 후보를 찍어 1순위 투표만으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순위 표를 합산한다. 그와 비슷한 '선호투표'는 1, 2, 3순위로 투표하게 하고, 1차에서 탈락한 후보의 표는 2순위 후보의 표로 다시 계산한다. '결선투표'는 1차 투표에서 일정 득표수나 일정 순위에 들지 못한 후보를 제외하고 다시 투표하는 방법. 각 투표자가 후보마다 찬반 여부를 밝히는 '승인투표'도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소수파 대통령'을 많이 보아 왔다. 찍은 사람보다 안 찍은 사람이 많은 대통령이다. 강원택 교수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가 적은 득표로 집권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했다('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그렇게 되면 자기들 마음대로 젓가락도 가지 않는 음식을 늘어놓고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