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2668869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인류가 물에 자행한 최악의 테러 희생물로 꼽힌다. 옛 소련의 무분별한 개발정책 때문이었다. 1960년대 이후 이 호수 인근에서는 면화 재배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아랄해의 수원(水源)이 되는 강물을 펑펑 끌어다 썼다. 자연의 보복은 가혹했다. 세계에서 넷째로 큰 내륙해로 남한의 3분의 2 정도 면적이던 것이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경상북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으니 말이다. 수만 명이 북적이던 항구도시는 물가에서 100㎞ 넘게 떨어진 퇴촌(退村)으로 전락했다. 호수 바닥은 소금.흙먼지 속에서 동물 뼈가 나뒹구는 사막이 됐다. 환경 탐험가 빌리어스는 '물의 위기'에서 '인간의 오만.탐욕.무지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적었다. 아랄해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의 민족시인 무하메드 샤리크는 '눈물로 아랄해를 채울 순 없지 않은가'라고 탄식했다. 중앙아프리카의 차드호, 중동의 사해처럼 지도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한 호수는 지구상에 수두룩하다.
물의 97.5%는 바닷물처럼 짠물이고 담수(淡水)는 2.5%뿐이다. 강물처럼 당장 쓸 수 있는 담수는 이 중 0.26%에 불과하다. 인구가 두 배로 된 지난 100년 동안 물소비는 6배로 늘었다. 깨끗한 식수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 인구가 지난해 11억 명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1인당 강수량은 2591㎡, 세계 평균의 8분의 1로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물과 미래')
유프라테스강처럼 여러 나라를 관통하는 중동지역 공유하천들은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은 "미래의 중동전은 석유가 아니라 물 때문에 터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위스키가 마시기 위해 있다면 물은 싸우기 위해 있다"고 마크 트웨인은 이 대목에서 파고든다.
하지만 동양 전래의 사고에서 물은 다툼과 거리가 멀었다. '노자(老子)'는 '지고의 선(上善)'을 물에 비유하면서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두가 꺼리는 곳에 머물려 한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고 설명했다.
22일은 15번째 '세계 물의 날'이다. '지구의 물부족에 맞서'라는 올해 슬로건은 지난해의 '물과 문화'보다 사뭇 숨가쁘다. 우리도 시화호에서 절감한 바 있다. 물이 아무리 선함의 상징이라도 인간의 무지가 쌓이고 쌓이면 화를 부른다는 것을.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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