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2660961

[분수대] 촉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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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달리지 못한 내 친구를 위해 우리 모두 기도하자."

신부는 한식구처럼 지내는 동네 부랑아들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1938년 작 미국 영화 '더러운 얼굴의 천사들'의 피날레 명대사.명장면이다. 어릴 적 빈민가의 단짝 악동이던 로키와 제리는 십수 년 뒤 재회했을 때 정반대 운명이었다. 제리는 '거리의 소년'을 선도하는 신부로, 소년원을 제집처럼 드나든 로키는 암흑가 영웅으로 제 갈 길을 간다. 미래 없는 부랑아들은 로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로키는 마침내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도 당당하다. 옛 친구를 찾아간 제리는 "제발 비굴한 모습을 보여 자네를 숭배하는 아이들을 실망시켜 달라"고 간청한다. 코웃음 치던 로키는 전기의자에 앉기 직전 "살려 달라"고 외치며 최후를 맞는다. 두 친구의 인생을 가른 건 뜀박질이었다. 어린 시절 소매치기를 하다 들켜 함께 줄행랑을 칠 때 번번이 붙잡힌 건 발이 늦은 로키였다.

갱스터 영화의 고전인 이 작품이 아니라도 은막에 나오는 소년원은 '범죄 학교'로 그려지기 일쑤다.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운다. 악당 두목의 이력에는 대개 소년원이 들어간다. 같은 해 미국에서 개봉된 '소년의 거리(Boys town)'는 소년원 제도를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켰다. 한 신부가 도시 부랑아들의 공동체를 힘겹게 만들어 가는 과정은 미국 관객들을 울렸다. 스펜서 트레이시는 신부 역으로 이듬해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영화의 실제 배경인 네브래스카주 '보이스 타운'은 현존한다.

청소년기는 심리적으로 '질풍노도', 신체적으론 '성장 폭발'의 시기다. 어쩔 수 없는 일탈 욕구의 분출에 어른들이 관대해야 한다. 청소년 행형(行刑) 정책이 '더러운 얼굴'(징벌)보다 '천사'(계도) 쪽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특히 신체 성징(性徵)이 나타나는 10대 초반은 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소녀의 잘못은 범법(犯法)이 아니다. 법전은 촉법(觸法, 법에 저촉됨)이란 조심스러운 표현을 쓴다.

법무부가 '촉법 소년'의 하한선을 12세에서 10세로 내릴 모양이다. 그러면 10, 11세도 소년원에 갈 수 있다. 아이들이 조숙해져 비행 연령이 낮아졌고 그 유형도 광포(狂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년원 만능주의는 경계할 일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힘을 합해 전국 곳곳에 한국판 보이스 타운을 건설해 보면 어떨까.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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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마루 2007-03-1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없는 소년들의 보호소 보이스 타운을 운영한 에드워드 플래너건(Edward Flanagan) 신부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플래너건 신부는 한 죄수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보이스 타운을 시작한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다면 소년들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자랄 거라는 플래너건 신부의 철학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시에 보이스 타운을 만들면서 절정에 달한다. 보호소 운영기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신부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들은 그를 신뢰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중에서도 유대인 전당포 업자는 신부가 꿈을 실현하는 데 돕기 위해서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플래너건 신부와 소년들이 악당을 붙잡아 받은 상금으로 보이스 타운을 살리는 자립을 위한 투쟁을 담은 이야기도 펼쳐진다. 그리고 범법자의 동생인 불량스런 소년 마쉬가 처음에는 거만한 반역자로 보이스 타운에서 여러 번 도망쳐서 형이 속한 깡패들 무리에 들어갔다가 신부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보이스 타운의 자치 정부에서 권위, 책임감, 존경을 받는 위치에까지 오르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엮어진다.

악동대장 배역을 당시 아역스타였던 미키 루니가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스펜서 트레이시는 플래너건 신부를 맡아 《소년과 바다 Captains Courageous》(1937)에 이어서 두번째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감사의 뜻으로 플래너건 신부에게 수상한 트로피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스펜서 트레이시와 미키 루니가 전편과 같은 배역으로 출연한 후편 《Men of Boys Town》(1941)보다 단연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