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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원경 지음, 신기영 그림 / 한그루 / 2023년 12월
평점 :
이원경 동화작가의 장편동화 『어쩌면,』을 읽고
제목에서부터 여운을 주는 장편동화 『어쩌면,』을 읽었다. 누구나 어쩌면 공감할 수 있는 워킹맘과 아이의 심리가 맑고 순하게 다가왔다.
학교 끝나고 돌봄 교실이 마치고 밤이 될 때까지 회사에 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때, 주인공 솔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난 언제나 혼자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솔이를 생각하며 부랴부랴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엄마의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하지만 이 동화를 읽다 보면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솔이의 시점과 엄마의 시점을 병치해서 달님, 별, 바람을 매개로 엄마와 아들이 떨어져 있지만, 한 공간에 있다는 안도감이 들게 한다. 작가는 관찰자의 눈으로 솔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밝은 달님, 돌담 밑 딱지꽃, 돌기가시나무꽃이 솔이를 위로하고 있지만, 솔이가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또한 하얀 작은 나비, 포근한 구름, 반짝이는 별빛, 아까부터 솔이 옆에 있던 상쾌한 바람까지 함께 있다는 전제를 둔다. 솔이가 돌담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본 엄마의 마음은 ‘눈물이 툭!’, ‘솔아! 넌, 언제나 혼자야 아니야!’
독자 입장에서도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솔이 엄마, 언제나 혼자가 아니에요. 힘내세요!” 이렇듯 이 동화는 자연과 사람과 독자를 하나로 엮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솔이가 혼자 앉아 있는 그림 속 밤하늘은 검은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새벽빛이다. 마음 기저에 깔린 검은빛에서 연초록의 풀밭 같은, 노란 꽃이 피어나는 신비스러운 느낌의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현시대에 엄마와 아이들의 공감이 클 것 같은 『어쩌면,』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