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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10월
평점 :
결핍과 권태 사이에서
짝을 찾아 아이 낳고 가족을 이뤄 함께 사는 건
누구나 그래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
안 그럼, 비정상인 삶이라는 세상 이치에 따라
그렇게들 살아왔고
오늘도 짝을 찾고픈 청춘남녀들은
기꺼이 여자1호와 남자1호가 된다.
싱글남으로 살아온 저자의 자기고백이자, 사회학자로서 바라본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짚신도 짝이 있다.
근데 저자의 말마따나 이 말을 뒤집어보면
짝을 찾지 못한 사람은 짚신만도 못하단 뜻.
이 말대로면,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짚신만도 못한 루저가 될 순 없다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라고 해야 함?
하지만 언제부턴가, 단단해만 보이던 세상의 이치라는
이 기준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제 우린, 짚신조차도 로맨스가 없다면
짝을 찾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영화제목처럼,
누구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또 누군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사는 게 좋아 보이고
함께 사는 사람은
가족의 울타리 밖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게 좋아 보이고.
서로에게서 내가 갖지 못한 행복을 찾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과 함께 산다는 것
저자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 대개가
독신주의라는 무슨 거창한 철학이나 소신이 있어서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그냥 ‘어쩌다보니’ 혼자 살게 된 것일 뿐.
<신사의 품격>이나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미디어가 보여주는
‘화려한 싱글’에 대한 판타지란,
현실로 넘어오면 지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라이프스타일.
혼자 사는 삶이란
문득 외롭고 가끔 서글퍼지고 때론 두렵기까지.
1인용 식탁에 올릴 재료비는 당연히 직접 벌어야하고
손수 요리하고 차리고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몸살 났을 때 콩나물국이라도 식탁에 올려주는
우렁각시란 전설에나 나올 뿐인 망상.
4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 먹는 사람들처럼
누군가 벌어오면 누군 요리하고 나머진 차리고 치워주는
역할분담이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는.
이 또한 ‘행복한 결혼’이란 판타지일지도.
혼자 살기 위해 터득해야할 내공이라고나 할까.
남 눈치 안보고 혼자 식당에서 밥 먹고
떳떳하게 혼자 극장에서 영화도 볼 수 있어야하며
혼자 커피숍에서 청승맞지 않게 커피한잔 마셔주기도 하고
홀가분하게 혼자 여행다니면서도 궁상맞아 보이지 않아야하는.
고기집 주인의 곱지 않은 시선정도는 가뿐히 쌩까주시고
혼자 태연하게 삼겹살 구워먹을 뻔뻔함까지 갖췄다면
싱글로 살기에는 최적의 자질을 겸비한 셈.
혼자 산다는 건
이 모든 거에 익숙해져야 하는 삶. 하지만, 글쎄......
함께 사는 삶이란
문득 서운하고 가끔 답답해지고 때론 허무하기까지.
기념일을 까먹지 않고 챙기는 기억력과 세심함이 있어야하고
아이에겐 재밌는 아빠, 상냥한 엄마여야 하며
처가엔 듬직한 사위, 시댁엔 살가운 며느리까지
1인 다역의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내는 연기력도 갖춰야한다는.
시도 때도 없이 다른 가족과 비교당해도 쿨한 척 넘길 수 있어야하고
이제 아이들마저 품에서 떠난 새처럼 멀게만 느껴지면
남편은 돈 버는 기계로 산 거같고 아내는 가사도우미로 산 거같은.
난 뭔가, 난 누군가란 질문이 불현듯 찾아들면 사춘기때완 비교불가.
함께 산다는 건
이 모든 거에 의연해져야 하는 삶. 하지만, 과연......
어떻게 살 건지
어쩌다보니 혼자 살게 된 삶.
함께 살다가도 이혼하고 사별해서 혼자가 되기도 하는.
결혼과 가족도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가는 시대.
수명이 길어져 젊음은 잠깐이고 노년은 길어진 시대.
혼자 사는 게 비정상인 삶에서 1인가구로 사는 걸
정상이라 받아들여야 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온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할까.
외롭고 힘들어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가 그리울 때
혼자 사는 사람에겐
사회를 가족삼아 또 다른 1인가구와 연대가,
무거운 역할밀도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을 때
함께 사는 사람에겐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노력이,
저자는 ‘단독인’으로서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