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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 남자들은 덮고 싶고 여자들은 알고 싶은 결혼의 역사
수잔 스콰이어 지음, 박수연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9월
평점 :
“신부는 평생 신랑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아뇨!”
“......”
우리 주례아저씨 얼마나 뻘쭘할까.
상상만 해도 재밌을 거 같다는.
서양 애들은 주로 신부님이나 목사님 앞에서 결혼하지 않나.
맹세하냐고 묻는데
“I don't" 이럼,
그 신부님은 하느님보기 또 얼마나 민망하겠어.
아마 하늘 올려다보고 십자가 그리며,
“Oh my God!" 이러지 않을라나.
지구라는 별에 살아가는 70억 사람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줄 가능성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이란다.
이선희가 노래했듯이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사랑하는 건 기적과 같은 운명인 것을. 진짜로?
요즘 울나라 결혼하는 커플 세쌍 중 한쌍은 이혼한단다.
이 바쁜 세상에 주말휴식도 반납하고,
출혈 감수해가며 눈 질끈 감고 축의금까지 냈더니만.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평생 사랑하겠다 맹세할 땐 언제고,
1년만에 이혼하는 변덕스런 커플들은 뭐하자는 건지.
그래놓고 재혼한다 또 청첩장 보내는 인간들이 있다면, 뭐니 얘들은.
결혼식 가면 듣곤 하던 ‘검은머리가 파뿌리 어쩌구...’
옛날엔 결혼하면 다 이래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좋아해서 둘이 연애할 땐, 잠깐도 떨어지기 싫어
결혼해 아이 낳고 한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거 같더니.
반평생 함께 살고도, 늘그막에 황혼이혼 하는 노년층까지 늘고 있다니까.
하긴, 사람 감정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 혹,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냐고 물을 때,
“아뇨”라고 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은요”“당분간은요”이러던지.
글고 주례아저씨들도 다르게 물어야봐야 할 거 같다는.
“지금 이 순간, 사랑을 확신합니까?”정도로.
괜히 부담스런 질문으로 거짓맹세까지 강요하지 말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 남자가, 이 여자가 오직 내 운명인 양
손발 오그라드는 온갖 닭살짓까지 해대며,
“넌 내꺼야”하던 커플들이
막상 결혼식 준비하면서부터 삐거덕거리다,
‘얜 아닌가벼’헤어지고.
힘들게 결혼식까지 올리고도,
내 운명은커녕 웬수도 이런 웬수가 없다는 듯,
서로를 미워하며 갈라서고
또 나와 결혼해줄 반쪽을 찾는, 그 결혼.
결혼은 판단력 부족땜에 하고
이혼은 인내력 부족땜에 하고
재혼은 기억력 부족땜에 한다더니.
결혼은 왜, 언제부터 생긴 걸까?
남자들에겐 왠지‘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이 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꽤 흥미를 땡기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