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지필기간 동안 우리는 그녀의 글을 통해 그녀가 현재 암 투병 중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녀가 교수로써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한 소소한 몇 가지 일상들이 문학작품과 어우러져 나에게는 꽤 색다른 글쓰기 방법을 전해 주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설명하면서 그는 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토론시간에 있었던 한 학생의 담배 예찬론, 그러면서 로미오가 흡연 가였다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매우 기발하고 독창적인 발상이 매우 신선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인상 깊게 본 몇 편을 골라 책의 일부를 발췌해 본다.


● 알베르 카뮈 <<이방인 The Stranger,1946>>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하여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써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라는 말로 이수기 형태의 소설은 끝난다.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한 뫼르소의 행동을 통해 카뮈는 기본적으로 삶의 허무와 부조리를 말하고 있다. 그저 관습에 의해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일상생활 안에서 우리는 그러한 삶의 불가해함. 부조리함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 그러한 부조리의 인식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다.


카뮈는 영역본 서문에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이 사회에서 사형을 선고 받을 위험성이 있다"말한다. 사회의 대다수가 따르는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즉 때로 자신을 숨기는 연극을 하지 않으면, 그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뫼르소는 적어도 자신을 포기하는 연기를 하지 않았고, 글므로 그는 끝까지 사회에서 추방당하는 이방인으로 남는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The Metamorphosis,1915>>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타성처럼 살아가며 정말 내 삶이 단지 그냥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


<<변신>>은 단지 기괴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는, 사람에서 벌레로의 변신을 말한다.


<<변신>>은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현대문명 속에서 '기능'으로만 평가되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서로 유리된 채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에는 그의 기능과 존재가 인정되지만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고 그의 존재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인산 상호 간은 물론, 하물며 가족 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아 오월이군요!"였다. 햇볕이 너무 밝아서, 바람이 너무 향기로워서 , 나뭇잎이 너무 푸르러서, 꽃이 너무 흐드러져서, 그래서 세상살이가 더욱 암울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오월, 새삼 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본능으로 사는 벌레가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의 '변신'을 꿈꿔 본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내가 이 책에서 고른 두 편의 책 모두 기본적으로 삶의 허무와 비판이 깔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우리는 문학을 통해 위로 받고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는데 위에 두 책의 서평이 더 끌린것을 보면 내 지금 심정은 날이 선 칼처럼 세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더 두고 싶은가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한 이야기 장애인으로서의 경험들 이 책은 다양한 문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다. 나는 그것이 이 책을 다른 문학 비평서적과 다르게 만든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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