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에서 윈난까지 - 카메라를 든 산책자, 이상엽의 중국 서부 기행
이상엽 지음 / 현암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중국의 지도를 보면 동과 서를 경계로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동쪽 지역의 경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반면 서쪽 지역은 아직 그 발전 속도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북경, 상해, 정주, 심천 등 이름난 대도시는 모두 동쪽에 밀집되어서 모든 경제력이 그 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워낙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찌 보면 서쪽 지역은 그 나름대로 특색을 살려서 발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도 든다.

 

파미르에서 윈난까지는 중국의 서북과 서남을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한족과 많은 소수민족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중국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북쪽은 타클라마칸 사막을 끼고 중앙아시아의 초원이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유목민들이 그 세력을 넓히고 있던 곳이어서 많은 일화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책은 이러한 중국 서쪽 민초들의 삶에 대하여 많은 사진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영혼을 담은 듯한 감각적인 사진들이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모든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 너무나 끌리는 사진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거기에 저자의 기행이 어우러져 내레이션이 섞인 하나의 멋진 영상을 보는 듯하다. 짧게 다녀오는 관광만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깊이 있는 주제가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마치 지금 내가 중국의 서쪽을 오랫동안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한 번은 시안을 거쳐서 타클라마칸 사막과 투르판, 우루무치, 둔황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주로 중국의 동쪽 지역을 여행하던 내게 서쪽 지역은 별천지와도 같았다. 치안이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실제로 부딪혀 본 그곳은 정이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오히려 발전된 대도시의 사람들보다 훨씬 순박하고 정감이 갔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즐거움은 매우 컸다. 시안에서 중국의 화려했던 번영의 시대를 마음으로 느껴 보았고 타클라마칸의 낙타를 보면서 이집트의 낙타와 비교를 하기도 했었다. 투르판과 우루무치의 재미있는 풍광도 잊을 수가 없고 중국은 정말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을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을 정도다. 그러다가 어떻게 이렇게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게 되었을까하고 많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다. 같은 동양권 문화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상당히 다른 색을 띈다. 중국의 찻집이나 음식점을 들어가면 우리와는 다른 그 분위기가 있다. 몸으로 느껴보지 않는 한 설명이 어려운 그 분위기를 나는 참 좋아한다. 서쪽 지역의 음식점에서 그 분위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한참을 거기에 젖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이란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고 했던가... 어쩌면 내 취향은 이렇게 여러 곳을 떠돌면서 그 곳에 한 동안 푹 빠져 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유목민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참 즐거웠다. 아직 가보지 못한 중국의 서쪽 지역을 미리 가 볼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 나의 여행계획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신비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아직 자연 그대로의 숨결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 곳으로 나는 오늘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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