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말하다 - 이규현 목사의 목회론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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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영로교회는 전국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왔던 교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거침이 없고, 또 좋은 결과들을 낳아왔다. 수영로교회는 부산에 있고, 나는 대전에 살지만, 나의 귀에도 수영로교회의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왔다. 

수영로교회에 호주에서 20년간 이민목회를 해오던 이규현 목사가 부임해왔다. 수영로교회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목사가 젊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들려주는 목회론이다. 

‘목회를 말하다’의 전반부는 목사는 누구인가, 나만의 목회론이 있는가, 교회는 무엇인가를 내용으로 하는데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나를 찌르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고, 먼저 목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 목사의 진심어린 충고(?)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웃 교회에서 사고가 나고 분쟁이 생겨서 그곳 교인이 우리 교회로 오면 좋아합니다. 그 중심에 그리스도가 아닌 내가 있습니다(p.16).”


저자는 한국교회에 만연해지고, 목회자안에 자리잡은 세속화를 꼬집는다. 내가 드러나고, 나의 공로가 세워지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고마는 세속주의 말이다. 어느새 교회가 세상의 논리로 세워지고, 세상에서 성공하는 원리들을 적용하려든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 머리에서 나오는 소리를 선포한다.  그리스도가 아닌 내가 중심에 있는 목회자들에게 저자는 ‘들러리 영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그리스도가 흥하여지고, 나는 쇠하여지는 요한의 소리와 같이... 


참 목자, 예수님께서도 많이도 언급하셨던 비유다. 목숨을 내어놓고 양을 돌보는 목자. 마땅히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목회자인데, 내 주변에 “나는 삯꾼이다!”라고 주장하는 목회자를 보며 한탄하다가도, 때때로 삯꾼보다 못한 것 같은 나의 모습을 보며 울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책 전반부를 읽을 때의 갈등과 씨름들이 내 안을 시끄럽게 한다. 마치 몸에 좋은 쓴 약을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 저자의 말과 같이 목양의 일번지는 목회자 자신이어야 한다는 말에 절절히 동의하며, 광야의 영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목회론에 있어서 저자는 말씀에 근거한 “변화”, 즉 복음의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다. 목회자가 붙들 것은 진리이며, 이 세상과 진리를 연결해주는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도 진리로 답할 수 있어야하며, 성도들을 공감해주고 포용하는 것. 흠... 이쯤 되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만나보고 싶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너무도 보고싶은 리더십이어서 그렇다. 목회자들은 목회자 그룹 안에서 많은 씨름을 한다. 그러다보면 목회자의 연약함에 통탄해하고, 성도들의 신실함에 마음을 다잡는다. 요즘 이런 고민들이 꽉 차 있던 때에 읽은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 줄기 빛같이 “이게 맞지!”하며 안도하고, 내 안에 많은 고민들이 들썩거렸다. 좋은 목회자 선배들이 필요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선배들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중보자는 예수님이신데, 교회 목회자 공동체에서 턱! 하고 막혀버리면 그처럼 답답한 것도 없다. 


책의 후반부는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와 ‘자기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루는데 전반부의 어투와 느낌이 달라서, 살짝 이질감이 들었다. 맞는 말이지만 와닿지 않고, 살짝 원론적인 느낌... 그럼에도 마음에 남는 문장은 “가정에 헌신하는 시간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목회 현실상 시간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까지 소홀하면 안됩니다(p.248).” 이다. 목회를 할 때 가장 쉽게 내어주는 것이 나의 삶의 영역, 그러다보면 가족들을 돌보는 부분까지 내어주게 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마음까지 소홀하면 안된다는 말을 읽으며, 가장 쉽게 내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쉽게 소홀하게 여겼던 것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이규현 목사는 말한다. 목회가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목사님이 있어서 고맙고, 나자신도 다시 다잡아본다. 흠... 맨살을 보이듯 너무 속내를 드러낸 서평이 아닌가 싶다가도 이것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흔든 이유이기도해서 그냥 이렇게 머쓱하게 마무리해본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웃 교회에서 사고가 나고 분쟁이 생겨서 그곳 교인이 우리 교회로 오면 좋아합니다. 그 중심에 그리스도가 아닌 내가 있습니다." - P16

제도화된 사역자, 정형화된 사역자들은 망합니다. 거기서는 선한 것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 P33

헌금은 희생재물을 드리는 것처럼 해야합니다. 희생이 뭡니까? 무리가 되더라도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 P72

누가 어떤 문제를 들고 오든 성경적인 결론을 내주어야 합니다. - P77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영혼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 P90

영적치유, 회복은 과정이지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는 군중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제자가 되는 것, 그 길은 십자가의 길이고 그리스도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 P118

예수님은... 군중에 매료당하지 않으셨습니다. 열두 제자에게 모든 것을 거셨습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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