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만났던 자살토끼는, 죽음이란 소재로도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었다.
그랬다. 그래서 조금 잔인했고, 일면 끔찍하기도 했고, 못내 정이 가지 않았었다.
이후 출판된 앤디 라일리의 '욕심돼지'는 귀여웠다.
고집을 꺾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 하는 꼬라지가 꼭 나 같았다. 요즘 우리 같았다. 그래서 정이 갔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만난 자살토끼! 요녀석, 알고보니 욕심돼지다.
아니, 토끼 탈을 쓴 돼지다. 이번 책을 보고나니 인석에게 자살토끼라고 지칭하기 미안해졌다.
"그렇게 하면 죽을 텐데, 그것도 잔인하게, 왜 이렇게 죽으려고 야단이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생각 때문에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다.
그런데 곱씹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살'이 아닌 것 같다.
그게 죽음을 가져올지 모르고 행한 행동인데, 결과가 엉뚱한 죽음으로 다가오는 일들이 있다.
실컷 땅속 세계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데, 땅 위에서는 누군가가 날카로운 칼을 들이댄 트랙터를 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내용 중). 그게 세상인 것 같다.
언뜻 보기엔 죽으려고 야단인 것 같지만, 어쩌면 당사자는 그게 죽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득 물어야 할 것 같고 묻고 싶어진다. 누가, 무엇이 자살토끼를 만드는가.
죽고 싶지 않은데 죽으라고, 그리고 그것은 살인이 아닌 거룩한 자살이라고, 누가, 그 무엇이
나에게 강요하는가.
배꼽 빠지게 웃다가, 이내 짠해진다. 뻔한 것 같은 아우트라인인데, 그게 요즘이고, 그게 세상인 것 같다.
요즘, 그렇다. 죽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왠지 이 녀석, 욕심돼지처럼 귀엽고, 하얀 토끼 그대로 순진해보인다.
그래서 정이 간다. 죽지 않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일어나 보라고,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