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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평점 :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책상은 항상 엉망이다. 왼쪽엔 읽다 만 책들이 탑처럼 쌓여 있고, 오른쪽엔 형광펜이랑 포스트잇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남편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정작 내 책상은 손도 못 댄다. 그게 늘 조금 창피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책상 위의 무질서를 사랑하게 되었다.

<MESSY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한마디로 "유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정리정돈과 완벽한 계획이 정말 성공의 조건일까?"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정리해야 해", "계획을 세워야 해", "깔끔하게 해야 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자기 계발서에서도. 그런데 이 책은 그 상식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한다. 지나치게 규칙을 따르고 모든 걸 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창의성이 억눌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고.

책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일은 정리하는 것보다 해치우는 게 우선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예쁜 다이어리에 할 일 목록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데 한 시간을 쓰고, 정작 일은 하나도 못 한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 나는 정말 너무 자주 그랬다. 스케줄러를 예쁘게 꾸미고, 플래너 앱을 새로 바꿔보고, 할 일을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색깔 펜으로 표시하고. 그러다 시간은 늦어지고 할 일은 내일로 미뤄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왔다.

책상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남이 보면 엉망처럼 보이는 내 책상에도 사실 다 이유가 있다. 도착한 순서대로 읽을 책이 손 닿는 곳에, 책을 읽으며 메모할 노트는 바로 앞에, 형광펜은 오른손 바로 옆에, 그리고 각종 다이어리와 스케줄러들이 한편에 쌓여있다.
이게 내 뇌가 가장 빠르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다. 저자는 이걸 "개인화된 무질서"라고 표현한다. 남의 눈에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본인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면, 그건 충분히 훌륭한 시스템이라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며 오랫동안 억울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이 "그냥 다 어질러 놓고 살아라"라거나 "지저분하게 살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핵심은 모든 상황에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는 체계적인 정리와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창의적인 일이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는 오히려 약간의 혼란과 우연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정리보다는 일단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책 곳곳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뮤지션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스타트업들, 심지어 전쟁터에서 예상 밖의 전략으로 승리한 장군들까지. 정해진 틀 대신 유연하게 반응한 사람들이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이거다. 우리가 너무 "완벽한 상태"에 집착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상이 정리되면 시작해야지", "계획이 다 세워지면 움직여야지"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 그 마음이 사실 우리를 가장 오랫동안 멈춰 세우는 것일 수도 있다.

책상이 좀 어지럽더라도 괜찮다. 계획이 조금 틀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이 책은 온갖 규칙과 자동화로 정형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 "괜찮다"라는 허락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건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