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ㅣ 저녁달 클래식 5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경일 기획 / 저녁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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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걸리버 여행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익숙한 책이었다. 해변에 누운 채 작은 사람들에게 밧줄로 꽁꽁 묶여 있는 거인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비슷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걸리버 여행기> 자체보다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소인국 이야기’에 훨씬 익숙했던 것 같다.



고전을 읽고 나면 늘 비슷한 감상이 남는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소인국과 거인국 같은 상상 속 나라를 여행하는 판타지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의 <걸리버 여행기>는 훨씬 날카롭고 집요하다. 걸리버는 여행자가 되어 낯선 세계를 구경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세계를 통해 인간 사회의 모순과 권력의 우스움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특히 이 작품이 1700년대에 쓰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 놀랍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거대한 식민지를 확보하며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던 시기였다. 그레이트브리튼 왕국이 출범하고 왕권과 국력이 절정에 가까워지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 안에서 성직자이자 작가였던 조너선 스위프트는 그 화려함 속에 숨어 있는 모순과 불합리를 끝없이 바라봤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영리한 방식으로 소설 속에 숨겨두었다.



책 속 문장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릴리퍼트 사람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정부라는 것은 인간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인간의 보통 수준의 지능만으로도 어떤 자리든 맡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늘이 공적인 일을 다루는 능력을 소수의 뛰어난 천재만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한 기술로 만들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믿는다." 300년 전에 쓰인 문장인데도 지금 뉴스와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참 이상했다.



소인국과 거인국을 지나 천공의 섬과 말의 나라까지 이어지는 여행 속에서 작가는 철학자처럼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기괴하고 흥미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부의 무능함, 권력자의 욕심, 양극화,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이상과 허영까지. 책 속 문제들은 놀랍도록 현재와 닮아 있다.



그리고 이번 판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앞에 수록된 심리학자 김경일의 해설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 전문가의 시선으로 다시 작품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컸다. 내가 놓친 부분을 발견하고 서둘러 다시 책을 뒤적이게 되고, 나와 같은 생각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읽지만 누군가와 책에 대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눈 기분이다.



솔직히 책을 펼치기 전에는 고전은 괜히 어렵고 장황할 거라고 생각했다. 쓸데없이 긴 묘사와 미사여구가 가득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오히려 책은 놀랄 만큼 담백하고 흥미진진하다. 깊은 의미를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한 천재 작가가 상상해낸 여러 세계를 따라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고전을 읽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가능하면 꼭 읽어보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을 만난 것 같아 꽤 만족스럽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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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한 자루로 시작하는 별나라의 어반 스케치 - 드로잉부터 수채화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기초 입문
고은정(별나라) 지음 / 제이펍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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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게 현실이다. <펜 한자루로 시작하는 별나라의 어반스케치>는 바로 그 막막함에 조용히 손을 내밀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반 스케치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기획된 입문서로, 선 긋기부터 구도 잡기, 명암 표현, 수채화 채색까지 기초 전 과정을 한 권에 담았다. 308쪽이라는 두툼한 분량이 말해주듯, 기초 재료 소개부터 붓의 명암 표현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기는 부분이 없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단계마다 촘촘하게 설명을 붙여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소재 선택도 친근하다. 골목의 낡은 간판, 여행지에서 마주친 풍경, 창가에 놓인 작은 물건처럼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이 예제로 등장한다. 거창한 풍경화가 아니라 내 주변의 작은 것들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책장을 넘기는 손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인물 그리기 파트다. 사람은 그림에서 늘 어렵고 두려운 대상인데, 이 책은 최소한의 선만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방법을 다양한 예제와 함께 설명한다. 하나씩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사람 형태가 종이 위에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책장을 넘기다 멈추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작가가 불과 몇 개의 선만으로 사람의 자세와 감정,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인물 스케치들이었다. 선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며, 이것이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연습 끝에 얻어낸 정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게 그려야 닮는다고 믿었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따라 그리는 입장에서는 선의 수가 적을수록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았다.


책에는 일본의 구석구석을 담은 예시 그림이 유독 많다. 작고 아기자기한 일본 골목의 풍경들은 그 자체로 예쁘지만, 동시에 "나도 한번 따라 그려볼까"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책을 한 장 한 장 따라 그리다 보면 선에서 명암으로, 명암에서 수채화 채색으로 자연스럽게 손과 눈이 익어가는 흐름이 느껴진다.




나는 아직 배워가는 중이라 일단 나무부터 그려봤다. 붓은 조금 다뤄봤지만 수채화는 처음이라 어설프기 그지없다. 그래도 얼추 나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완성됐을 때의 뿌듯함은 생각보다 컸다. 조금 더 연습하면 나무가 우거진 집도 그려보고, 언젠가는 내가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 속 풍경을 스케치로 옮겨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여행을 손으로 기억할 수 있는 날을 목표로, 오늘도 펜 한 자루를 쥐어본다.


돌이켜보면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시작이 두려워 미뤄온 시간이 더 길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내딛는 데 필요한 것들을 조용히 다 갖춰두고 기다리고 있다. 완성된 그림보다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책,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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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베어 ㅣ 책꿈 11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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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뉴베리 상 수상 작가 '캐서린 애플게이트'의 신작 <포켓 베어>를 펼쳤을 때, 솔직히 어린이 책이라 가볍게 읽힐 거라 생각했다. 표지도 아기자기하고, 장도 짧고, 심지어 고양이가 화자라니. 누가 봐도 침대에 누워 편하게 읽다 잠드는 그런 책처럼 보였다. 하지만,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책 표지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포켓 베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이 주머니 속에 품고 다니던 작은 행운의 곰 인형이다. 전장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래주던 그 작은 존재가 오랜 시간을 건너 엘리자베타와 다샤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버려지거나 잊혀진 장난감들이 다시 한번 사랑받을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 일종의 '두 번째 기회'의 안식처다. 상처 입은 것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음을 기다리는 그 공간의 묘사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화자는 포켓 베어가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의 고양이 '제피리나'다. 제피리나의 목소리는 유쾌하고 개성 넘쳐서, 짧게 나뉜 각 장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고양이 특유의 도도함과 엉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서술 방식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적절한 숨구멍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제피리나가 아무리 제멋대로인 듯 보여도, 그의 수많은 선택과 행동의 밑바닥에는 늘 포켓 베어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그 우정의 온기가 이야기 전체를 조용히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야기에 진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새로운 손님 '베어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나는 읽는 도중 두 번이나 책을 덮었다. 너무 떨렸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에서 이런 스릴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귀엽고 유머러스한 겉모습 안에 테디베어의 역사, 전쟁의 상흔, 상실과 트라우마,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이 켜켜이 쌓여 있다.



캐서린 애플게이트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안에 시대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탁월한 작가다. <포켓 베어> 역시 마찬가지다. 테디베어의 기원이 1차 세계대전 병사들의 손안에 있었다는 사실, 그 작은 인형이 두려움과 죽음이 도사리는 전쟁터에서 한 인간의 마음을 붙들어주었다는 역사적 배경은, 이 이야기에 단순한 판타지 이상의 무게감을 부여한다. 귀여운 표지와 유머 넘치는 문체 뒤에 이토록 묵직한 역사적 맥락이 숨어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린이를 위해 쓰인 이야기가 어른인 내게 이렇게까지 오래 머무를 줄은 몰랐다. 버려진 것들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 상처나 외로움은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잔잔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다. <포켓 베어>는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의 마음에도 조용하고 깊게 닿는다. 두 번째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비단 낡은 장난감만이 아닐 테니까. 이 작고 유쾌한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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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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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책상은 항상 엉망이다. 왼쪽엔 읽다 만 책들이 탑처럼 쌓여 있고, 오른쪽엔 형광펜이랑 포스트잇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남편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정작 내 책상은 손도 못 댄다. 그게 늘 조금 창피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책상 위의 무질서를 사랑하게 되었다.



<MESSY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한마디로 "유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정리정돈과 완벽한 계획이 정말 성공의 조건일까?"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정리해야 해", "계획을 세워야 해", "깔끔하게 해야 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자기 계발서에서도. 그런데 이 책은 그 상식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한다. 지나치게 규칙을 따르고 모든 걸 통제하려 할수록, 오히려 창의성이 억눌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고.



책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일은 정리하는 것보다 해치우는 게 우선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예쁜 다이어리에 할 일 목록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데 한 시간을 쓰고, 정작 일은 하나도 못 한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 나는 정말 너무 자주 그랬다. 스케줄러를 예쁘게 꾸미고, 플래너 앱을 새로 바꿔보고, 할 일을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색깔 펜으로 표시하고. 그러다 시간은 늦어지고 할 일은 내일로 미뤄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왔다.



책상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남이 보면 엉망처럼 보이는 내 책상에도 사실 다 이유가 있다. 도착한 순서대로 읽을 책이 손 닿는 곳에, 책을 읽으며 메모할 노트는 바로 앞에, 형광펜은 오른손 바로 옆에, 그리고 각종 다이어리와 스케줄러들이 한편에 쌓여있다.


이게 내 뇌가 가장 빠르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다. 저자는 이걸 "개인화된 무질서"라고 표현한다. 남의 눈에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본인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면, 그건 충분히 훌륭한 시스템이라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며 오랫동안 억울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이 "그냥 다 어질러 놓고 살아라"라거나 "지저분하게 살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핵심은 모든 상황에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태도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는 체계적인 정리와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창의적인 일이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는 오히려 약간의 혼란과 우연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정리보다는 일단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책 곳곳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뮤지션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스타트업들, 심지어 전쟁터에서 예상 밖의 전략으로 승리한 장군들까지. 정해진 틀 대신 유연하게 반응한 사람들이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이거다. 우리가 너무 "완벽한 상태"에 집착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상이 정리되면 시작해야지", "계획이 다 세워지면 움직여야지"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 그 마음이 사실 우리를 가장 오랫동안 멈춰 세우는 것일 수도 있다.



책상이 좀 어지럽더라도 괜찮다. 계획이 조금 틀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이 책은 온갖 규칙과 자동화로 정형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 "괜찮다"라는 허락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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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림자의 환영 6 : 성난 폭풍 ㅣ 전사들 6부 그림자의 환영 6
에린 헌터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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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사들 시리즈를 처음 읽어봤다. 커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에 나오는 전사들은 고양이 들이다. 천둥족, 그림자족, 바람족, 강족, 하늘족, 5가지 종족간의 성장 이야기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종족끼리 뭉쳐살며 서로를 견제하고, 영역 다툼을 하고, 그리고 서로를 돕기도 한다. 멋진 고양이 전사들의 이야기이다.



<성난 폭풍>은 전사들 시리즈의 벌써 여섯번째 이야기이고,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 처음에 이 늠름한 고양이 전사들의 영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가 나와있고, 그리고 등장고양이들의 짧은 소개들가 나온다. 이 부분을 참고삼아 읽으면 거의 문제없이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다.



숲을 이렇게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진 책이 있을까? 숨을 쉬고, 움직이고, 끊임없이 긴장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어느 숲에선가 실제로 이렇게 고양이 종족간의 치열한 갈등과 생존이 존재하고 있을것만 같다. 책 속 고양이들의 갈등과 책임감, 소속감은 치열하다 못해 웅장하기까지 하다.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건, 이 책의 전작들에서 꽤나 전쟁과 화해가 있었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종족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그렇기에 또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부분들에서 그 전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갈등의 결과로 하늘족은 영역을 잃게되고 그리고 극적으로 돌아오게 되는 공통체와 화해의 이야기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서로만을 경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종족 간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거대한 위협이 등장한다. 자연이라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존재 앞에서 그들의 싸움은 무의미해진다. 그 순간 고양이들은 선택해야 한다. 계속해서 서로를 적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을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때로는 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기록처럼 읽힌다. 어린 고양이는 전사가 되고, 전사는 또 다른 책임을 짊어진 존재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힘이나 용기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문제라는 사실을, 이들은 몸으로 배워간다.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는, 인간의 한 단면을 들여다본 느낌이 남는다. 서로를 경계하고, 때로는 다투고, 그러나 결국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 숲속의 전사들이 보여준 치열한 삶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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