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아파트 3 - 소곤소곤 숲의 요괴 ㅣ 요괴 아파트 3
도미야스 요코 지음, 야마무라 고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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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요괴 아파트 3: 소곤소곤 숲의 요괴>는 요괴가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아니, 우리 동네에도 이런 요괴들이 함께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요괴가 나온다고 하면 으레 오싹한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낯설고 기묘한 존재들이 등장하는데도 읽다 보면 우리의 이웃을 보는 것 같다. 인간과 요괴가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또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요괴 가족이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 세계에서 시작된다. 이번 권에서는 숲과 연결된 수상한 기운이 흐르면서 사건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거창한 모험담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 스며든 이상함, 그 이상함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더 크게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한 전개보다 분위기와 관계의 결을 차분히 쌓아 올린다. 작은 사건 하나가 가족과 이웃,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캐릭터의 다양성이다. 각 요괴가 모두 다른 성격과 습관, 그리고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새로웠다. 어떤 요괴는 목이 늘어나지만 다정하고, 어떤 요괴는 꼭 사춘기 아이처럼 심술굿다. 또 어떤 요괴는 진실을 알면서 모르는 척 덮어주기도 한다.

이 차이가 갈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다른 존재를 대하는 순간마다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그러니 캐릭터 하나하나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을 짊어지는 역할을 한다.



또 좋은 점은 요괴이지만 서로 배려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 아이들처럼, 믿고 의지하고, 지켜주려고 한다. 춤 추는 부분에서는 너무 유쾌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일러스트도 굉장했다. 긴 이야기를 한장의 그림으로 간단히 설명하며 내가 상상하는 캐릭터들을 그데로 그려놓은 그림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요괴 아파트 3: 소곤소곤 숲의 요괴>는 전작인 1권과 2권을 읽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앞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찾아 읽어보고 싶다.



<요괴 아파트 3: 소곤소곤 숲의 요괴>는 기묘한 세계를 통해 다정한 시선을 건네는 책이다. 요괴가 나오지만 결국 남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온기다. 캐릭터의 다양성과 함께 배려와 우정이 쌓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니 요괴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따뜻한 판타지를 찾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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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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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앨리슨 에스파흐의 <웨딩 피플>은 내게 2026년 상반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삶.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뻔할 수 있는 재료들을 놀라울 만큼 기발하고 생생한 방식으로 엮어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출간 전부터 이미 헐리우드 영화화가 확정되었고, 각본과 연출진까지 모두 정해졌다는 사실이 이해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영상으로 옮겨졌을 때 얼마나 매력적일지 쉽게 상상된다. 호화로운 호텔과 해안가 결혼식이라는 화려한 배경, 그 안에서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인물들, 그리고 웃기다가도 갑자기 마음을 찌르는 감정들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매력적인 재료는 두 여성 캐릭터의 대비다. 매사에 진지한 우울한 여자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여자. 엄마를 가져본 적이 없는 여자와 엄마에게 휘둘리는 여자.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과 삶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죽음을 결심한 채 등장하는 피비가 있다.


"솔직히 별로 우울해 보이지 않아요."라일라가 말했다..."다른 계획이 있다는 말로 빠져나갈 생각은 마세요. 원래 계획대로면 지금 죽어 있을 시간이잖아요."



이 문장은 이 소설의 분위기를 단번에 보여준다. 분명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유머와 대담함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우울에 잠기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남은 사람들의 어설프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등장인물 중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흔들리고, 실수하고, 관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살을 결심하고 나타난 피비만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오히려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더 마음을 건드리 건 등장 인물들의 소심한 상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순진하고, 누군가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는 사랑 앞에서 너무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작가는 누구도 비웃지 않는다. 그리고 피비 역시 그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인물의 결핍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이야기하는 내용 자체가 스포일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플롯을 안다고 해서 이 작품의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인물들의 대화와 감정의 흐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유머, 그리고 천천히 스며드는 슬픔이 정말 뛰어나서 나도 따라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된다.


피비는 자신이 겪은 상실을 죽음에 가까운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소설은 그 고통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제 두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둘 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서까지 예전과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죽다 살아난 사람은 언제나 저승의 흔적을, 상처를, 흉터를 지니고 돌아온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을 목격하고 왔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웨딩 피플>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나 결혼식 소동극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설은 결국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완벽하게 치유되지는 못해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상할 만큼 따뜻한 기분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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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수채화 - 사랑스러움을 그리는 시간, 보송보송 일러스트
에가시라 미치코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플랫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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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따라하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전문적인 재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어느날 동생이 내 책상위에 툭 버리고간 수채화 재료와 종이 좋아하는 성격이라 언젠가 그 먼 어느날 사놓은 스케치북을 사용했다. 조만간 비가 온다길래 비오기를 기다려서 재료들을 펼쳤다. 빗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았고, 빨간 우산을 쓴 내 그림속의 아이와 소곤소곤 둘만의 대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에가사라 미치코의 <마이리틀 수채화-사랑스러움을 그리는 시간, 보송보송 일러스트>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간질이는 책이다. 표지에 담긴 색감과 그림의 분위기만으로도 “나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수채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담 대신 설렘을 건네는 책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려움을 덜어낸 친절함에 있다. 수채화라고 하면 왠지 전문적인 도구와 복잡한 기법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긴장을 가볍게 풀어준다. 하나하나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고, “내가 정말 그린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특히 초보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과정이 세심하게 정리되어 있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큰 용기를 준다.



그리고 이 책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 화려하고 거창한 그림을 보여주기보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들을 통해 수채화라는 재료와 친해지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기술을 배우는 교재라기보다 수채화를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안내서에 가깝다. 물이 번지는 느낌, 색이 겹쳐지는 순간, 연하게 스며드는 색감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끝도 마음도 차분해진다.



책 속 예시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작은 꽃과 과일, 동물과 소품 같은 그림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특히 제목에 담긴 ‘보송보송’이라는 표현이 책 전체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그림들은 선명하고 강렬하기보다 부드럽고 포근하다. 마치 햇살 좋은 오후의 공기처럼 가볍고 따뜻하다. 그래서 따라 그리는 시간마저 ‘자분자분’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조용히 색을 올리고 천천히 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느슨해진다.


이 책은 잘 그리는 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먼저 알려준다. 결과보다 과정을 좋아하게 만들고, 완벽함보다 손으로 직접 색을 채워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



<마이리틀 수채화-사랑스러움을 그리는 시간, 보송보송 일러스트>는 그림을 배우는 책인 동시에, 잠시 마음을 쉬어가게 만드는 책이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수채화를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그리고 싶어지는 날에 곁에 두기 좋은 책.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포근해지고, 펼치는 순간 당장 붓을 들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운 수채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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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법
도널드 로버트슨 지음, 이민철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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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원래 델포이 신전 기둥에 새겨진 문구였고, 이는 '스스로를 돌아보아라'라는 뜻보다는, '너는 신이 아니며 반드시 죽을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경고'로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어쨌거나 소크라테스는 유독 이 말을 아꼈고 그의 철학에 바탕으로 삼았다. 현대 말로는 '메타인지'에 탁월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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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며 학습이나 판단 과정을 점검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공부하면서 “이 부분은 이해가 부족하네”라고 깨닫고 다시 복습하는 행동이 메타인지에 해당한다. 자기 객관화와 문제 해결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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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대부분은 메타인지에 관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객관화함으로 문제 해결에 다가설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과정을 소크라테스에 대해 남아있는 대화의 기록들을 토대로 재구성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체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거기에 짧은 해석도 빼놓지 않았다. 조금만 집중해서 읽으면 꽤나 끄덕이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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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남들의 시선보다 나의 진실, 2장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단단한 사람이 돼라, 3장 소유하는 사랑에서 함께 성장하는 사랑으로, 4장 나의 무지를 인정하라, 5장 감정에 속지 말고 결과를 계산하라, 6장 내 마음과 거리를 두어라, 7장 궤변과 선동을 의심하라, 8장 욕망에 이성을 내어주지 마라, 9장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 마라, 10장 분노가 나를 붙잡을 때, 11장 떳떳한 삶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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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현재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원하는 부분만 여러 번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근래에 건강 이슈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나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현재 가장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6장 내 마음과 거리를 두어라'와 '9장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 마라.'를 더 집중해서 읽었다. 내 감정에 속아 내가 힘들어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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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끔찍해 한다. 예를 들어 자기 입으로 "토리는 배고파요~"같은 짓을 하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다. 하지만 사실 이건 굉장한 고차원의 철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너무 화가 나"라고 말하는 것보다, "토리는 지금 크게 상처받았군."이라고, 남의 일처럼 애기해보면, 감정 한가운데서 조금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고, 그 작은 틈으로 감정은 약해지고 판단이 비집고 들어온다고 한다. 물론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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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원래 궤변이다. 읽으며 스스로의 답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읽고 찾은 답은 나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재 신경 쓰이는 문제들을 제3자의 시선을 흉내 내어 쭉 써 내려가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건 답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수학이다. 그렇게 생각나는 데로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면 나만의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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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어른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20, 30대들은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조급함 등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문제로 허둥대지 않고 스스로에게 답을 생각할 기회를 줌으로써 방황과 시행착오에 필요한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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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리커버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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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는 오래된 신화를 지금 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들려주는 책이다. 흔히 신화라고 하면 어렵고 장엄한 분위기부터 떠오른다. 이름도 낯설고 계보도 복잡해서 읽다 보면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지곤 한다. 반대로 어린이용으로 쉽게 풀어낸 책들은 지나치게 단순해서 이야기의 매력이 반쯤 사라진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중간을 정말 절묘하게 잡아낸다.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유치하지는 않고, 유쾌하지만 신화 특유의 운명적인 분위기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의 호흡도 매력있다. 한 편 한 편은 짧게 끝나는데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하루에 한 챕터씩 천천히 읽기 좋다. 괜히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조금씩 읽고 싶어진다. 오래된 북유럽의 세계를 잠깐 들여다보다 잠드는 기분이 꽤 근사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차가운 바람이 부는 숲과 불꽃이 튀는 전쟁터, 거대한 늑대와 신들의 웃음소리가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익숙함이다. 오딘, 토르, 로키 같은 이름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너무나 익숙하다. 특히 마블 영화 덕분에 북유럽 신화의 인물들은 이제 대중문화 속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신화를 접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쉽게 이야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영화 속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토르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고, 로키 역시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신들은 위대하면서도 허술하고, 강하면서도 어리석다. 서로를 속이고 다투고 웃다가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닐 게이먼은 그런 인간적인 면들을 아주 능숙하게 살려낸다.



역시 로키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장난스럽고 영리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그래서 신화임에도 끌리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이야기의 균형을 흔들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간다. 북유럽 신화 자체가 가진 묵직한 비극성과 로키 특유의 장난기가 섞이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덕분에 오래된 신화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쏟아지는데도 이상하게 어렵지 않았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닐 게이먼 특유의 이야기꾼 같은 문체 덕분이다. 설명을 길게 늘어놓기보다 장면과 대화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 때문에 인물들이 머릿속에 쉽게 자리 잡는다. 마치 누군가 모닥불 앞에서 재미있는 전설을 들려주는 느낌에 가깝다.



<북유럽 신화>는 신화를 공부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신화를 재미있게 사랑하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오래된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원전 신화까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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