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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앨리슨 에스파흐의 <웨딩 피플>은 내게 2026년 상반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삶.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뻔할 수 있는 재료들을 놀라울 만큼 기발하고 생생한 방식으로 엮어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출간 전부터 이미 헐리우드 영화화가 확정되었고, 각본과 연출진까지 모두 정해졌다는 사실이 이해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영상으로 옮겨졌을 때 얼마나 매력적일지 쉽게 상상된다. 호화로운 호텔과 해안가 결혼식이라는 화려한 배경, 그 안에서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인물들, 그리고 웃기다가도 갑자기 마음을 찌르는 감정들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가장 매력적인 재료는 두 여성 캐릭터의 대비다. 매사에 진지한 우울한 여자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여자. 엄마를 가져본 적이 없는 여자와 엄마에게 휘둘리는 여자.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과 삶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죽음을 결심한 채 등장하는 피비가 있다.
"솔직히 별로 우울해 보이지 않아요."라일라가 말했다..."다른 계획이 있다는 말로 빠져나갈 생각은 마세요. 원래 계획대로면 지금 죽어 있을 시간이잖아요."

이 문장은 이 소설의 분위기를 단번에 보여준다. 분명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유머와 대담함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우울에 잠기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남은 사람들의 어설프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등장인물 중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흔들리고, 실수하고, 관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살을 결심하고 나타난 피비만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오히려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더 마음을 건드리 건 등장 인물들의 소심한 상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순진하고, 누군가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는 사랑 앞에서 너무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작가는 누구도 비웃지 않는다. 그리고 피비 역시 그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인물의 결핍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이야기하는 내용 자체가 스포일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플롯을 안다고 해서 이 작품의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인물들의 대화와 감정의 흐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유머, 그리고 천천히 스며드는 슬픔이 정말 뛰어나서 나도 따라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된다.
피비는 자신이 겪은 상실을 죽음에 가까운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소설은 그 고통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제 두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둘 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서까지 예전과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죽다 살아난 사람은 언제나 저승의 흔적을, 상처를, 흉터를 지니고 돌아온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것들을 목격하고 왔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웨딩 피플>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나 결혼식 소동극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설은 결국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완벽하게 치유되지는 못해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상할 만큼 따뜻한 기분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