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의 조건 : 야망은 큰데 왜 아직도 평범한가 ㅣ 세계척학전집 6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초월자의 조건>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사람은 도대체 언제 이렇게 공부를 하는 걸까?"였다. 이클립스의 세계척학전집을 어느덧 다섯 권째 읽고 있다.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방대한 철학과 심리학, 역사와 인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식의 폭에 놀라곤 했는데,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 놀라움은 자연스럽게 존경으로 바뀌었다. 꾸준히 배우고, 그 배움을 다시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읽었던 <훔친 철학>, <훔친 심리학>, <훔친 부>, <사랑은 오해다>, <싸움의 교양>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더 현명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인간을 이해하고, 관계를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리즈였다면 이번 <초월자의 조건>은 시선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돌린다. 왜 우리는 누구보다 큰 목표를 품고 있으면서도 같은 자리를 맴도는지, 스스로 만든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풀어낸다.


이 책에는 니체와 헤르만 헤세, 칼 융, 한나 아렌트, 한병철을 비롯한 스물다섯 명의 사상가가 등장한다. 하지만 어려운 철학책을 읽는다는 부담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복잡한 개념을 그대로 나열하는 대신 우리의 일상과 연결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한다기보다 지금 내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방대한 사상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이클립스라는 작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에도 분명 타이밍이 있다. 같은 책이라도 어떤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도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평범한 문장 하나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초월자의 조건>은 후자였다.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었다. 문장 하나를 읽고 멈춰 생각하게 되고, 또 다음 장을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기를 반복했다. '맞아, 내가 계속 같은 고민을 반복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여러 번 찾아왔다.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는 기분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내 모습을 다시 마주하는 경험에 가까웠다.



이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목차를 훑어보다 지금 내 고민과 가장 가까운 주제를 먼저 펼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각 장이 하나의 독립적인 질문처럼 구성되어 있어 현재의 상황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충분히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장을 마무리하며 이어지는 인사이트 정리는 읽은 내용을 다시 내 삶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책을 덮기 전에 잠시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 만드는 여백이 되어 준다.


세상에는 철학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철학을 삶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이클립스는 스물다섯 명의 철학자들이 남긴 방대한 사유를 핵심만 골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철학을 배우는 책이 아니라, 내 안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으로 남는다.



누군가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초월자의 조건>은 더 열심히 살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 아니라, 왜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는지를 함께 고민해 주는 책이었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고, 그 질문을 통해 조금씩 스스로를 초월해 보라고 말하는 책.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철학자의 이름이 아니라, 다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를 믿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말이다. 메리 쿠비카의 <다정한 위선자>는 바로 그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거대한 사건이나 화려한 액션보다 사람의 심리를 흔드는 데 집중하는 소설이기에, 책장을 넘길수록 긴장감은 오히려 더 짙어진다.



이야기는 납치된 아이와 자살을 시도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케이틀린,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진실을 좇아야 하는 메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사건들은 조금씩 연결되고, 메건은 주변 사람들의 친절이 진심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가장 완벽한 가면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독자 역시 메건의 시선을 따라가며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반전을 꿈꾸게 된다. '다정한'과 '위선자'라는 상반된 단어가 한데 묶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친절은 진심일까, 아니면 가장 완벽한 위장일까. 소설은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관계를 조금씩 흔들고, 과거의 조각들을 하나씩 드러내며 독자가 스스로 의심하고 추측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재미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 있지 않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리고 왜 그 사람을 믿고 있었는지를 계속 되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다.



메리 쿠비카의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긴장감은 낯선 공간이 아니라 너무나 익숙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가정, 평범한 이웃, 평범한 대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풍경 속에서 아주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관계를 무너뜨린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배경 덕분에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 소설은 독자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처음에는 선해 보였던 인물이 점점 낯설게 보이고, 끝까지 의심했던 인물이 오히려 다른 얼굴을 보여 주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앞에서 읽었던 장면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와 침묵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메리 쿠비카 특유의 '생략'과 '침묵'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중요한 장치다.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기에 독자는 빈틈을 스스로 메우려 하고, 그 과정에서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이 스릴러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건보다 사람과 말이다. 범인의 정체보다 누군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반전 하나만으로 기억되는 스릴러가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제목 속 '다정한 위선자'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른 소설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기대도 갖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나는 언제부터 그 사람을 믿었고, 언제부터 의심하기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다정한 위선자>는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믿음과 의심 사이를 끝없이 오가게 만들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균열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 주는 심리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 ㅣ 인생 시리즈 2
김태환 지음 / 새벽녘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라는 제목은 어쩌면 흔한 자기계발서를 연상하게 한다. '생각만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왔고,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을 접하며 든 생각은, 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결국 변화의 시작은 생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분량을 가지고 있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출퇴근길이나 잠깐의 휴식 시간에 한 챕터씩 읽기 딱 좋다. 하루 10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짧은 글일수록 오래 곱씹게 되는 문장이 있었고, 어떤 날은 한 장을 읽고도 한참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책은 모두 30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절을 당했을 때, 누군가와 비교당한다고 느껴질 때, 서운함이나 불안이 밀려올 때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상황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흔히 겪는 감정들이기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덮어버리려 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실인지, 아니면 내 해석이 만들어 낸 결과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이런 부분이 다른 자기개발서와의 차이점이다. 자기계발서 가운데는 무조건 '잘될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억지로 낙관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아주 짧은 틈을 만들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한 번 더 멈춰 보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해석인지를 구분해 보는 연습. 어쩌면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작은 멈춤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똑같은 깊이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어떤 내용은 이미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어떤 질문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끝나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단점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날의 내 상황과 마음에 따라 같은 문장도 전혀 다르게 읽혔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페이지도 있었지만, 오래 마음속에 남아 다시 펼쳐 보고 싶은 장도 있었다.



결국 이 책의 가치는 읽는 사람의 현재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문장이 몇 달 뒤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 장을 펼쳐 읽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츠 하나 보는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그 짧은 시간이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 수도 있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내 감정을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 가장 오래 함께 살아가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그 자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 <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는 그 연습을 부담 없이 시작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김소월 시 필사 나는 쓴다 - 시니어를 위한 하루 10분 마음정리 예쁜글씨 교정! ㅣ 나는 쓴다
김소월 지음 / 비타민북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시를 읽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쳐 버렸던 단어가 손으로 옮겨 적는 순간 오래 머무르기도 하고, 한 번쯤 외웠던 구절이 전혀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김소월 시 필사 나는 쓴다>는 바로 그런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큰글씨' 책이다. 글자들이 정말 큼직하다. 처음에는 시니어 독자를 위한 배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고 필사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글자가 커지니 시가 달라 보였다. 평소라면 한눈에 읽고 지나갈 문장들이 시야 안에서 충분한 공간을 차지하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읽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손끝으로 따라 쓰는 동안 그 여운이 길게 남는다.



얼마 전 김소월과 윤동주의 작품을 함께 담은 필사책을 읽은 적이 있다. 두 시인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읽으며 큰 즐거움이 있었고 두 시인에 대해 배우게 된 것도 많았다. 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소월이라는 시인의 언어 속을 걸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마치 한 명의 가수가 부르는 긴 공연을 듣는 것처럼 일정한 정서와 리듬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우리는 이미 김소월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수없이 읽었던 시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의외로 처음 만나는 작품들이 많다. 익숙한 시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잘 알려진 작품에서는 반가움을 느끼고, 처음 만나는 작품에서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얻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김소월 특유의 운율이다. 그의 시는 읽는 것만으로도 노래처럼 느껴진다. 어떤 작품은 실제로 노래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물러 왔고, 어떤 작품은 처음 읽는데도 이상하게 입안에서 맴돈다. 필사를 하다 보면 그 리듬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단어들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추듯 이어지고, 문장들은 자연스럽게 노래가 된다.



책 속에는 사랑과 그리움도 있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먹먹하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지금 읽으니 다르게 다가온다. 아마 그래서 시는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삶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다. 짧은 영상 몇 개를 넘기다 보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런 시간 속에서 시 한 편을 천천히 따라 쓰는 일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그런 느림이야말로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책을 펼치고 한 편의 시를 읽고 옮겨 적는 일. 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김소월 시 필사 나는 쓴다>는 거창한 목표를 요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글씨를 예쁘게 쓰는 법도 차분하게 알려준다. 그저 하루에 한 장, 한 편의 시와 마주하면 된다. 큰 글자로 쓰다보면 획마다 시간과 생각이 쌓인다. 그렇게 쌓인 문장들은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고, 동시에 나만의 시간이 된다.



하루의 마무리를 조금 더 천천히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시인의 언어를 손끝으로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좋은 동행이 되어 줄 것이다. 필사를 마친 뒤 남는 것은 예쁜 글씨만이 아니다. 시를 읽었던 시간과 그날의 마음도 함께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체질혁명
박철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크게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왔다. 젊을 때는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살이 찌는 체질도 아니었다. 건강은 늘 당연한 것이었고, 먹는 음식이 내 몸에 맞는지 아닌지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하다.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른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가 보인다. 건강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다. 예전보다 쉽게 피곤해지고, 체중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내 몸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그런 궁금증 속에서 읽게 된 책이 박철진의 <체질혁명>이다.



이 책은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식의 조언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다르며, 그 체질에 맞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찾아야 진정한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사 소개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건강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신체를 자동차에 비유한 설명이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같다. 어떤 차는 휘발유를 사용하고, 어떤 차는 디젤을 사용한다. 그런데 디젤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우리 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더라도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누구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많다. 남편은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활동량도 많고 생활 습관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배는 마치 수박을 하나 넣어둔 것처럼 볼록하게 나와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밤늦게까지 먹고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물론 모든 것이 체질 하나로 설명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사람마다 몸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 책은 체질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 체질의 특징을 설명한다. 그리고 어떤 음식이 잘 맞고 어떤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단순히 식단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수면, 운동, 생활 습관까지 연결해서 설명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다만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체질을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혈액 검사나 유전자 검사처럼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특징을 비교하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것도 내 이야기 같고 저것도 내 이야기 같은 순간이 생긴다.


나의 체질찾기 역시 그랬다. 전체적으로 보면 특정 체질에 가까운 것 같지만 세부적인 특징을 보면 또 다른 체질의 모습도 보인다. 모든 유형에 내 모습이 조금씩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무조건 이 체질이다"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책의 핵심은 체질 분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관찰하는 데 있다고 느꼈다. 무엇을 먹었을 때 몸이 편안한지, 어떤 생활 패턴에서 컨디션이 좋아지는지, 왜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특히 책 후반부의 실전 편이 좋았다. 체질별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단순히 체중 감량만을 위한 내용은 아니다. 체질에 맞는 운동 습관, 식사 방법, 생활 관리법까지 함께 담고 있어 건강 전반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다이어트 책이라기보다는 생활 개선서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체질혁명>을 읽고 나서 당장 내 체질을 완벽하게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강법이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강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혁명도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남의 몸이 아니라 내 몸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그 작은 변화가 건강한 삶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