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왕의 공부
김태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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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이라는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저자의 재치 있고 농익은 말투 속에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정치가, 어떤 집단의 지도층에 있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보인다.


저자는 경연을 통해 현 세태에 대하여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연과 경연의 내용, 의미를 설명하고서 마치 조선시대의 사관(史官)이 포폄을 가하듯이 현재 위정자들의 문제, 권력을 가진 이들의 태도, 교육의 엘리트성과 대중성에 대해서 비판과 고민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본문에서 경연의 의미와 목적을 좇아가보면, “군주 교육의 목적은 국가의 모든 권력을 지닌 일인전제 군주가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도록 하고, 국가 전체의 공공선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운용하도록 이끌어가는 것”(81쪽)이었다. 또 “권력을 세습한 군주가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곧 권력은 공기公器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작업이”(95쪽)기도 하다. 다시 말해 경연은 군주와 신하가 “권력의 본질을 성찰하고, 권력의 사용을 반성하며, 권력의 성패에 관한 역사적 교훈을 습득하는 자리”(423쪽)였던 것이다. 경연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자신의 언행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정도의 지각은 있어야 한다”(24쪽)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경연을 막상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점은 조선 말, 나라가 망해가는 국면에서 고종에게 경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규수의 행동에 대해서도 저자는 경연을 강조하는 것이 이미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있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는 어떠한가. ‘내가 해봐서 안다’는 식의 오만함이 국정 전반을 흐르는 듯하다. 장관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장관들을 꾸짖고 기업들의 이익 추구를 꾸짖는 식이다. 글쎄.. 해봐서 알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것이 다 일까? 안다고 해서 잘 할 수 있고, 잘 했을까? 이 책을 통해서 봤을 때, 아는 것은 끊임없이 닦고 계발하고, 돌아봤을 때 진정한 앎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국정 최고 지도자의 언변과 태도는 ‘앎’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와 같이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적어도 그런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사회에서 조선시대의 경연과 같은 수양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간다고 하는 이들, 특히 권력과 금력이 본래 자기의 것인 마냥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가을서리와 같은 비판을 곱씹어볼 일일 것이다. 권력에 조언 내지 비판을 하는 입장에서도 저자가 3장에서 소개한 기대승의 󰡔근사록󰡕과 이이의 󰡔경연일기󰡕와 같이 세상을 넓고 바루게 보려고 하는 말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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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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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기획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일반인을 위한 한국사 서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 점을 생각했을 때, 글쓰기와 내용이 성공적으로 보인다. 평이한 문체는 누구나 알기 쉽게 1980년대 정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또 각 장이 30쪽 정도로 내용이 고르게 분배되어 지루하지 않으면서 80년대의 각 국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전반으로 특정 세력의 등장, 사건의 발단, 민주화운동의 흐름 등에 대한 배경과 원인, 영향과 결과 등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는 점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향한 학생과 정치인, 재야세력, 노동자, 그리고 일반대중의 간단없는 투쟁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달성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80년대 당시 민주화운동의 한계점들을 빠지지 않고 지적하고 있는 점은 이후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저자의 비판적 시각이 엿보인다.

이처럼 이 책은 80년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이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내용상의 문제이다. 저자가 밝힌대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특징이 ‘운동을 통한 민주주의’였던 만큼 이 책에서도 독재와 저항의 틀이 선명하다. 이는 80년대 민주화 국면을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관점이 될 텐데, 그럼에도 다변화한 한국사회를 고려하는 서술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비록 저자는 학생/정치/재야/종교/노동자 등 민주화운동 세력을 구별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의 차이점은 잘 드러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87년 이후 한국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중산층’의 등장인데, 중산층 신화, 중산층의 보수화에 대해서는 소략한 느낌이다.

두 번째로 구성상의 아쉬움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 이전 역사문제연구소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저자의 말>과 같은 꼭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 성격으로 책에서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지만, 각기 80년대 이전의 민주화운동, 90년대 이후의 전망에 중점을 두어 내용에 치중하고 있다. 대중서라는 점을 감안해도 저자 나름의 시각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한편 구성상 다른 장에서 서술된 내용의 일부가 뒤에서 다시 서술되는 경우가 발견되는 점(51쪽과 52쪽, 188쪽과 226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 ‘옥에 티’로 오류 두 부분이 보인다. 48쪽 <표 1-2> 출전 부분의 정상용 외 저서는 1955년이 아니라 1990년이다. 227쪽 프로야구 개막 시구 사진 설명 부분에서 개막전 경기는 ‘잠실야구장’이 아니라 ‘동대문운동장’이다. 본문에는 맞게 설명되었는데, 사진 부분 설명이 잘못되었다.

80년대의 진실을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제언을 하자면, ‘왜 한국의 정당정치는 저 모양인가, 시민사회운동은 (비판이 중요하긴 하지만) 왜 비판만 하는가’ 하는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긁어주고 물음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서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운동의 모든 걸 얘기해보라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이점은 저자뿐만 아니라 한국사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고민해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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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파시즘론 - 방기중 저작집 3
방기중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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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목차가 틀렸습니다. 위 목차는방기중저작집 1권의 조선후기 경제사론의 목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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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근대성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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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사회적 상상- 경제·공론장·인민 주권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 이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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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한 통통 튀는 저술, 거장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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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웹- 세계화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존 맥닐 지음, 유정희.김우영 옮김 / 이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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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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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론으로 보는 세계사
지오바니 아리기, 비버리 실버 지음, 최흥주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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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신화- 서양이론과 유럽중심주의 비판
로버트 J. C. 영 지음, 김용규 옮김 / 경성대학교출판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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