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 남짓이다. 남북관계가 냉랭해지는 가운데 국무위원 인선도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현재까지 인사문제와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당선 당시 그녀가 표방했던 ‘국민대통합’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행하기를 바란다. 그런 와중에 주목할 만한 책이 한 권 출판되었다. 조선시대를 전공하고 있는 역사학자 이정철의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역사비평사, 2013.2)이 그것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민생을 염려’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민생’을 생각하며 청백리로 살아간 네 명의 인물을,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시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네 인물은 16~17세기 당대에 손꼽히는 경세가들이었다. 그 유명한 율곡 이이(1536~1584)는 성현의 법도와 마음가짐만을 강조하던 당대에 민생을 위한 경제개혁론을 제시하였다. 그의 개혁론은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후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것을 계승 발전시켜나갔다. 이원익(1547~1634)은 40여년에 걸쳐 재상을 하면서 임진왜란으로 황폐해진 나라에 백성의 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뒤를 이어 조익(1579~1655)은 조선 후기 국가에 의한 최고의 개혁으로 알려진 대동법(*아래 주석 참조)을 기초하였고, 김육(1580~1658)은 그것을 완성시켰다. 이들은 모두 백성의 부담을 줄이고, 현실에 근거한 대책을 제시해갔던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네 인물을 저자는 탁월했지만 이해되지 못한 경세가(이이), 진심으로 헌신한 관리(이원익), 이론과 현실을 조화한 학자(조익), 안민을 실현한 정치가(김육)로서 표현했다.

 

한참 인사청문회가 펼쳐지고 후보자들이 각종 비리의혹으로 구설수에 있는 시점이다. 그 시점에서 위의 네 인물들은 대체로 청렴한 관직생활로도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한 예만 들면, 이원익은 평안도 안주 목사로 임명된 다음 날 혼자 말을 타고 길을 나섰다고 한다. 이런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대개 지방관에 임명되면 한동안 한양에 머물면서 자신의 임명과 관련한 정부 기관들과 유력자들을 방문하여 인사를 차리는 일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그 때 신임 수령을 모시러 현지 아전들이 서울에 도착하면, 신임관은 부임지에 떠들썩하게 내려갔다고 한다(153쪽). 또 그는 40년에 가깝게 3대에 걸쳐 정승을 지내는 등 매우 보기 드문 관직생활을 지냈지만, 기와집도 아닌 두어 칸 띠집에 머무를 정도로 재산을 축적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인조는 그를 칭찬하며 새 집을 지어주고 이불과 요를 내렸다고 한다(221~222쪽). 오늘날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공직에 머물면서 전시행정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고, 나중에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남긴 채 ‘먹고 튀는’ 인물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책은 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조선시대 상황과 관련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점도 독자의 이해를 편하게 한다. 보기를 들면 신사임당이 결혼한 뒤에도 강릉 친정에 남아 있었던 것을 두고, ‘시집(시아버지 집)간다’는 말과 ‘장가(장인의 집)간다’는 말의 차이점을 설명하여 조선 전기에 장가가는 것이 큰 흐름이었음을 설명하고 있다(37쪽).

 

또한 책의 주인공, 네 인물들은 모두 뛰어난 업적 내지 명망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인물들의 업적과 생애를 소개하면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묘사하고 있는 부분도 독자에게 편하게 다가온다. 이이는 10대 후반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정서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지만, 그 혼란에는 아버지 이원수의 여자 문제도 더해졌다는 속내가 있었다(39쪽). 이러한 설명들이 책 중간중간에 초상화라든가 관련 사진들을 많이 넣음으로써 이해를 돕게 만들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끈다.

 

지금도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문제 등등 각종 사회경제적 현안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제기되고, 구호로서 끊임없이 부르짖는 모습을 목도하지만 막상 그것을 정책화하고 실현하는 것으로 눈을 돌릴 때는 공염불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관료와 지식인들의 인식도 의외로 관념적이거나 낮은 수준인 경우도 보인다. 여기서 다뤄진 네 인물들을 보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로 ‘경세’가 필요한 현실로서 다가온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진실’로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는 21세기적인 의미의 경세가, 목민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일독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 대동법 : 조선후기 지방의 특산물로 바치던 공물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하여, 공물 유통과정에서의 각종 폐단을 방지하고자 한 제도. 전국적으로 유통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