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역사 2 -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1960~1994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6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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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위의 물음에 대한 역사적인 맥락에서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답은, 저자의 오래전 저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주체사상과 유일체제의 형성이다. 1960년대부터 1994년까지 다루는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옛 소련과 중국으로 대변되는 여타의 사회주의 국가와의 상호영향 속에서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주체노선을 확립해가고 외부적으로는 남북관계를 조정해가는 과정이 면밀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미 북-중관계의 다이내믹스를 연구한 바 있는 만큼 중소분쟁, 중국과의 갈등과 화해,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남북관계의 모색이 역동적으로 서술되었다. 이러한 점은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노선과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가 지니고 있는 독특성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때인 1980년대에 북한이 사회주의 완전승리 테제를 내세우며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 사회주의권의 붕괴 후 서방과의 외교를 적극 모색하는 모습은 분명 주관주의적이며 비현실적이면서(131쪽) 동시에 처절하기까지하며 그것이 체제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는지 끊임없이 묻게 한다.

책을 보며 또한 주목했던 부분은 역시나 경제였다. 저자는 북한 위기의 원인으로 주체노선과 유일체제라는 정치, 사상의 기조와 특징을 지적하였고 그에 따른 결과로 경제적 난국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인과적으로나 시기적으로도 경제의 저발전은 정치적인 국가운영 방식의 결과인 측면이 강하지만 필자는 책에서 간간이 드러났던 6, 70년대 경제 그 자체에 관심이 갔다. 경제 위기의 원인이 경제 위기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야기인즉슨 경제난 극복을 위해 취했던 조치가 좌초되었던 국제적 환경 또한 존재했다는 점이다. 70년대 초반 서방 국가와 국제금융권으로부터 다량의 설비와 장기 차관을 들여왔으나 북한의 주력 생산품(비철금속 등)의 가격 급락이 있었고, 설상가상 오일쇼크도 있었다. 국제환경 변화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겠으나 모든 원인을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성립으로만 보는 것도 그 역사성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의 경제 상황 그 자체 또한 중요하다.

저자 역시도 자료의 한계를 전제하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은 체제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인민’이 잘 드러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70년대의 각종 대중운동이 다루어졌고, 개인숭배 담론이 만연해지면서 인민주권이 침해되어가는 과정도 서술되었지만 자칫 노선과 담론이 무조건적으로 대중에게 수용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서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체제와 맞물려 있으면서도 개인으로 살아가는 인민의 삶을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 지도자와 대중이 얽혀 만들어낸 역사(서문)이지만 그것을 역사서술로 만들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인민대중의 삶에 있어서는 이 책의 시리즈 1권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여겨진다. 
또 하나, 책 중간중간에 주옥같은 사진들이 있어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사진 출처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지 않은 과거 시절 대북관계와 정책의 최전방에 있었던 저자의 새 책은 북한이 왜 위기에 처해있는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북한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긴다.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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