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레인보우 시티 (총6권/완결)
채팔이 / symphonic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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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좀비아포칼립스물이라는 키워드가 있지만 생각했던 좀비물?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석화와 곽수환의 우연 같지만 알고 보면 운명 같은 만남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좀비의 근원이 되는 아담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오양석 박사의 죽음을 석화가 파헤쳐 가면서 보통의 아포칼립스 생존물과는 조금 다른 흐름을 갖게 됩니다.

권위로 무장한 레인보우시티와 그들의 철옹성을 무너트려 그 무소불위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에덴, 그리고 서펀트와의 갈등은 오박사의 죽음 뿐 아니라, 석화와 곽수환의 과거로까지 연결되고 그렇게 종말의 상황에도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의 피 튀기는 혈전의 한가운데 던져진 두 사람은 이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게 됩니다.

무균실에서 보존된 선택 받은 생명체와 같았던 석화는 지옥 같은 밑바닥에서 살아남은 수환을 만나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그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던 수환은 석화를 만나 살아가는 것 이상을 추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지금껏 견디고 쌓아온 모든 것을 박살내고 맙니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서로에게 생의 또 다른 관점과 목표를 제시하는 존재가 됩니다.

 기대한 좀비물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랐지만 워낙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가진 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심각한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큰 막힘없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역시 작가님 이름이 보장하는 박진감과 흥미진진함도 있었구요.

소설을 보면서 예전에 본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한 쪽에는 언제나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과 욕심을 채우려는 왕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모두에게 같은 규칙, 같은 믿음을 갖도록 설파해 결국 자신이 곧 믿음임을 강요하는 주교가 있으며 대부분의 우리는 둘의 가운데에서 그들의 기만을 모르는 척 하며 방관자로 살아간다고. 그러다 어느 날 양쪽 중 하나가 상대방을 이 세상에서 날려버리기로 결심하면 그 때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선택을 해야 한다구요... 소설의 끝을 보면 석화와 수환은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함께 그 경계선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지요. 결말마저도 두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 

집중력 장애로 장편 기피증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중간에 손을 놓지 않고 읽어버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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