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구원 (총3권/완결)
터널 / 블랑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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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아 오면서 한 가지 밖에 없었던 사람이 어느 날 한 순간 그것을 손에서 놓아버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구원은 그렇게 삶의 유일했던 목표를 잃고 길을 헤매는 관웅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유도 유망주였던 그는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불운의 부상으로 국가대표의 기회와 커리어를 잃고 유도판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 그는 트럭 물류 일을 하며 부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저 어딘가로 흘러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삶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그저 길 위를 스쳐 지나가며 살아가던 그는, 그 길 위에서 규원을 만납니다. 일회성 만남을 제공하는 앱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관계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적막하고도 우연한 만남은 몇 번 더 이어집니다. 

관웅이 길 위를 헤맨다면 규원은 뭐랄까... 길 위에 버려진 것 같은 사람입니다. 아니 홀로 뒤에 남겨 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두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한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길을 헤매던 사람과 길에 버려진 사람은 자신들의 외로움이 다른 듯 닮았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게 되고 점차 서로의 머물 곳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버려진 듯 한 남자 규원에게는 관웅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은밀한 무언가가 있었고... 그것은 관웅 자신과 얼마 되지 않은 그의 주변의 삶에도 영향을 주며 결국 갈등의 줄기를 만들어 냅니다. 소설은 이러한 갈등을 다루며 길 위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우며 나약한 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한 생으로부터 구원을 위해 그 길을 함께 해 줄 누군가가 필요함을 관웅과 규원을 통해 보여줍니다.


 글 자체가 건조하기도 해,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등장인물들에게 거친 손을 내어주는 듯한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져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글 이었습니다. 그 만큼 소설같은 작품이었달까요. 

사실 이야기를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길 위에 또 다른 한 사람, 정민이가 나중에라도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짧은 순간이라도 사랑 받고 보호 받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내어주던 정민이 훗날에라도 부디 스스로를 구원하였길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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