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패션 PASSION (총6권/완결)
유우지 / 더클북컴퍼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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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 여덟 권이 넘어가는 정태의와 일레이 리그로우의 장편의 서사시에 도입부라 할 수 있는 1부격, 패션은 두 남자의 운명 같은 만남과 얽히고 설킨 인연, 반목과 갈등, 그리고 헤어짐과 재회를 보여줍니다. 무한한 긍정주의자 혹은 무념무상, 무상삼매의 정수에 오른 정태의는 언제나 자신에게 의도치 않게 시련을 가져다 주는 삼촌 창인에 의해 UNHRDO 에서 단기간 근무하게 되면서 이미 그 구역에서 미치광이로 유명한 일레이 리그로우를 만나게 됩니다. 본능적이고 자비 없는 손속으로 동료들에게까지 잔인하기 그지없는 섬섬옥수 백옥미남 일레이 리그로우와 정태의의 첫 만남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어쩐지 매사 부딪치게 되는 둘은 서로가 거슬리고 불편하면서도 무시할 수는 없는 관계에 이릅니다. 그런 그들 사이에 또 다른 예쁜 미친-자 링신루의 부각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끌어 갑니다. 무던한 듯 보이지만 사실 가족 외의, 특히 쌍둥이 형인 정재의 외에 존재에게 무감하기 그지 없는 태의와 일단 거슬리면 없애고 죽여 치워버린 뒤 생각하는 일레이는 이제 서로를 다르게 의식하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과 스파크처럼 일으켜진 일레이의 감정이 위험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태의는 과감히 도주를 결행합니다. 하지만 태의를 통해 욕망과 집착이라는 갈증을 처음 느낀 광인께서 그를 곱게 놓아줄 리가 없습니다. 태의를 붙잡기 위한 위험한 추적이 계속되면서 저택은 날아가고 태의는 테러범이 되지만 그래도 그는 도망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붙잡히면 결국 그 하얗고 광폭한 미인에게 잡아 먹혀버리고 말 자신의 앞날을 예상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태의의 운명은, 언젠가 그의 형 재의가 말한 붉은 실의 인연은 아무래도 저 일레이 리그로우를 당기고 있었던 것처럼 화염 속에서 그를 일레이에게 뚝딱 떨어뜨려 줍니다. 얼핏 정태의의 운명은 일레이 리그로우라는 재앙에게 좌초 당한 듯 보이지만 그의 청순한 감성은 그 조차도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은 결말인 듯 하지만 태의는 자신에게 묶여진 혹은 묶인 일레이를 수긍하고 맙니다. 뭐 얼마쯤은 저거 자신이 데리고 살지 않으면 또 엄한 사람들만 계속 죽어나갈테니... 하는 마음도 없진 않아보이지만 말입니다.


 패션은 솔직히 제 정신?과는 거리가 먼 두 남자의 아주 래디컬한 연애담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의 연애라는 기준을 가져다 대기에 두 사람은 창과 방패 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닌, 길이 잘 든 총과 날카롭게 벼려진 나이프의 우위를 다투기 힘든 매치업으로 보이니까요. 그 만큼 군부에 속한 두 사람의 관계 설명이나 묘사는 둘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절묘한 배경이었다 생각합니다. 패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여섯 권은 둘의 시작을 알리는 권두와 같은 역할을 하지요. 예열된 두 사람은 이후 더 뜨겁고 맹렬하게 서로를 마주보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읽고 난 후에도 그 긴장감이 꽤 오래 유지되고 또 뒷이야기가 그 만큼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정태의와 일레이 리그로우, 이 두 사람의 시작을 지금부터라도 함께하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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