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Dear. George; 디어 조지 (총4권/완결)
우주토깽 / W-Beast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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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어 조지, 이 제목 그대로, 처음엔 그저 누군가를 놀리기 위해 부른 그의 이름이 소설 속 두 사람의 만남을 시작하게 합니다.

 

 어느 날, 친구들에게 조지라 불리는 조지현을 우연히 마주친 강석원은 어딘가 위태로운 지현이를 알아채고 지켜보면서 좋아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언제나 단정한 모습으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모범생인 지현에게는 사실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습니다. 시시 때때로 삐뚤어진 집착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자신의 목을 졸라오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방관하는 무기력한 아버지 아래에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립을 드러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지 못하는 어딘가 절박한 지현이를 강석원은 알아보고 곁에서 지켜주고자 합니다. 조지현은 부모에게조차 받아보지 못한 그 순수한 애정을 처음엔 거부하고 때로는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지켜주고 위로해주는 유일한 존재인 석원에게 결국 조금씩 곁을, 마음을 내어줍니다.


어머니의 광증과 결함 때문에 그저 오늘에 급급한 삶을 살던 지현은 이제 강석원과 함께하는 졸업 후의 미래를 꿈꾸기도 하며 자신의 시간을 버텨 나갑니다. 하지만 같은 반 기열과의 사건 이후, 어머니는 강석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촉망받는 복서로써 석원의 미래까지 겁박하며 지현의 목을 더 죄어옵니다. 결국 지현은 [자신을 구원한, 부모에게조차 귀애받지 못한 자신을 성인처럼] 여겨준 석원을 자신이 자신의 불행으로 망칠 것을 겁내하며 부모의 뜻에 따라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수년 후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엇갈리고 뒤틀린 부재의 시간을 홀로 인내하며 지현을 찾아 헤매던 석원은 돌아온 그를 보며 되돌릴 수 없는 오해 속에서 날 것의 애증을 드러냅니다. 지현은 뒤늦게야 마지막으로 그에게 남긴 편지가 아버지에 의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석원에게 진실을 고하고자 노력하지만 강석원은 그저 원망으로 뒤덮인 마지막 이별을 전하며 그를 끊어냅니다. 그날 밤, 달이 세상을 집어 삼킬 듯 한 어둠 속에서 지현은 떠나온 시간을 후회하며 생각합니다. ‘온전히 그를 사랑할 수 있던 어린 그 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하고. 그리고 발 밑을 잡아먹는 깊은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지현은 석원을 만나기 직전 과거의 어느 날에 서 있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 지현은 이렇게 한 번의 회귀를 갖습니다.

석원을 만나기 얼마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지현은 석원의 삶과 앞날을 위하여 그와의 관계를 아예 외면하기로 결심하며 그렇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운명을 견뎌내려 합니다. 하지만 운명을 거스른 시간 속에서도 강석원은 여전히 지현을 알아채고 지켜보며 사랑하게 됩니다. 지현 역시, 위험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고 상처 입은 자신을 치료해주며 경애에 가까운 애정으로 어떠한 대가 없이 자신을 보살피는 유일한 존재인 강석원을 다시, 아니 그 이전 생 보다 더 사랑하게 됩니다. 강석원을 불행하게 만들 것을 알면서도 그를 놓지 못하는 자신의 이기심을 고백하는 지현과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석원.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한 지현의 어머니 또한 여전합니다. 돌아온 생에서도 그의 어머니는 지현의 목에 올가미를 치고 그의 삶과 운명을 좀먹어갑니다. 이 얽매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지현은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할 때마다 그 카르마가 자신과 강석원의 인생에 마치 대가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두 사람에게 결국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게 될 것을 인지합니다. 지켜주지 못했던, 과거 강석원의 미래와 그 영광을 온전히 그의 것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지현은 자신에게 복종과도 같은 순애를 약속한 석원에게 오로지 서로에 대한 신앙같은 믿음만을 전제로 하며 헤어짐을 전합니다. 눈오는 밤, 두 번 다시 서로를 놓지 않기 위해 긴 시간을 버텨내고자 선택한 지현은 재회의 그 날, 헤어짐의 절망이 아닌 영원히 함께 할 약속을 위하여 또 한 번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어떠한 인과가 있을지 몰라 서로에게 짧은 연락조차 전하지 못한 두 사람은 받지 못하는 전화를 걸고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만을 의지한 채, 7년이라는 시간을 참아냅니다. 단 한번 그것을 거슬러 두 사람이 이어졌을 때는 지현이 돌이킬 수 없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변하지 않은, 변할 수 없었던 마음을 고백하고 드디어 하나가 됩니다. 그러나 되돌아온 시간 속에서도 달이 떠오른 그 날이 다가오면서 지현은 불안함을 느낍니다. 눈을 감았다 뜬 검은 밤, 강석원의 차가운 이별의 말만이 남은 그 밤이 뇌리에 남아 그를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소설의 마지막즈음 달이 다가오는 그 밤, 지현은 불안해하며 석원에게 묻습니다. [“...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석원은 대답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맞물린 그 날, 지현은 웃으며 과거의 석원이 아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석원을 향해 길을 건너갑니다.

 

 소설 디어조지는 글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더 마음에 와 닿는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조지현과 그런 조지현을 위해 존재하는 강석원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이 이상의 것이 있을까요? 시간을 거스른 두 어린 연인의 애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데에도 이만한 무언가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전의 생에서 지현이 선택한 이별이 둘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지현은 그것만이 자신이 석원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회귀 전, 그는 자신의 미친 어머니에게서 전가된, 그 운명같은 불행이 강석원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만이 제 사랑을 다하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강석원은 끊어진 시간동안 더 절실하게 지현이를 찾아 헤맸고 그래서 재회의 순간, 자신이 지현에게 버려졌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배신과 절망감에 지현에게 한없이 깊은 원망이 담긴 끝을 고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그 순간, 운명처럼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지현은 석원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돌아간 시간 속에서 지현은 석원을 외면하려 하지만 그에게 석원은 피할 수도 피해지지도 않는 존재 그 자체인 것처럼 스며들어 옵니다. 그리고 그와의 시간을 다시 함께 하면서 지현은 석원을 이전보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석원과의 두 번째 시간, 지현의 선택이 달라진 이유는 석원의 할머니 기일을 같이 보내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저 석원이 행복하게만 살 길 바란다는 소박한 전언에서 지현은 이제 석원이 자신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 것이지요. 여전히 운명의 틀 안에 갇힌 지현이지만 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습니다. 석원과의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 시간을 견뎌내고 검은 달밤의 굴레를 벗어나 두 사람이 함께하는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냅니다.

 다른 한편,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조지현의 강석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등장한 적 없었던 맹목적인 헌신을 바친 그가 아니었다면 이야기의 끝에 생일 케이크의 불을 함께 끄며 행복해 하는 두 사람을 기대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네 권의 짧지 않은 글이지만 읽는 내내, 조지현과 강석원 두 사람의 이어지는 이야기에 쉬이 눈을 쉴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외딴 섬처럼 살아가던 지현이 석원을 만나 자신을 내어 놓으며 두 사람이 함께할 수 그 날을 만들기 위하여 간절함을 감추고 노력하는 장면, 장면들이 너무나 애절하게 그려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석원의 외전에서 밝혀진 두 사람의 회귀의 또 다른 비밀이 머리를 띵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결국 행복해진 두 사람의 모습을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질 만큼의 좋은 소설, 작품이었다고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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