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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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신 지역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 1지구 출신이 다른 지구 출신보다 우월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면 다른 하위 지구 출신들은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져도 7지구,  8지구, 9지구 꼬리표를 달고있으면 출세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소리다. 

이 책의 주인공은 1지구에 살고있는 다윈 영이다. 문교부 장관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불리우는 다정한 아버지, 사실 나는 이런 아버지 밑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던 것 부터가 다윈의 가장 큰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최고의 교육기관이라고 불리는 프라임 스쿨의 재학생. 가족부터 학력, 인성까지 뭐 하나 빼먹은 것 없이 완벽하게 갖춘 주인공 다윈. 하지만 이런 다윈에게도 위험한 비밀이 있다.

처음의 시작은 할아버지인 러너 영이었고, 아버지인 니스 영은 자신의 아버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비밀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윈도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새로 비밀을 만들어버렸고. 비밀은 비밀을 만들고, 죄는 죄를 낳았다. 아버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친구를 죽인 아들... 과연 이 비밀은 언제까지 비밀로 남고 죄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긴 분량이지만 술술 읽히는 마법같은 책이다. 캐릭터들도 어느 한명을 허투로 쓰는 일 없이 모두 저 마다의 사정과 개정을 가지고 있고 마냥 비난만 할 수만은 없게 된다. 

밤이 없었다면 죄도 없었을까. 죄가 없었다면 아기 예수가 태어난 오늘밤도 없었을까. 성탄절밤이없었다면 죄의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많은 다른 밤들도 없었을까. 그랬다면 인간은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까. 다윈은 아버지의 자백을 들은 그 밤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 밤만 없었더라면 아버지의 죄를 몰랐을 텐데. 그 밤만 없었더라면 오늘 밤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 밤만 없었더라면 아버지는 예전과 같은 아버지였을 텐데. 다윈은 몽롱한 의식 속에서 계속 되뇌었다. 그 밤만 없었더라면…… 죄도 없는 것인데. - P773

훌륭한 부모는 어느 훌륭한 종교보다도 낫다. 그러나 훌륭한 종교가 드물듯 흘륭한 부모도 드물다. 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그 분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었다. 나에게 신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 P110

그러나 루미는 다윈의 소박한 성품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다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의 위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겸손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에 사는 왕자님은 자신의 부모와 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루아침에 왕관을 빼앗기고 성에서 쫓겨나지 않는 한. - P208

카멜레온이 제 몸 색깔을 바꾼다고 누가 비난하더냐? 이 혼탁한 세상에서 아무 죄도 짓지 않고 아버지가 된다는 게 가능할 것 같으냔 말이야. - P606

마음 쓰긴. 전혀 아니야. 자기가 잘못한 일에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부모와 지식이라도 어쨌든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 아니겠어? 내가 저지른 죄에 레오가 얽매일 필요가 없듯이 나도 레오가 저지른 죄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 P275

다윈은 방을 나왔다. 그러나 방을 나와도 집의 모든 곳이, 바닥에 놓인 모든 것과 벽에 걸린 모든 것이 아버지의 유산이었다. - P608

이 터널을 벗어나기 전에 빌어야지.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아버지와 나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빌며 애원해야지. 다윈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 때 맞은편 검은 차창 위로 한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무릎을 꿇지도, 두 손을 비비지도 않는…… 똑바로 선 인간. - P832

레오와 마주 보고 서서 미소를 주고 받는 짧은 순간, 다윈은 앨범 속에 영원히 간직해 놓고 싶은 사진 한 장을 얻은 기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일을 겪으며 지금 이 시절을 잊는다 해도 오늘 가을빛이 스며드는 나무 아래서 레오와 나눈 이 대화와 눈빛만은 절대 지어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다. 물론 레오는 기억만으로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친구로서 인생을 함께할 테지맍 - P389

하늘에 옅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독립적으로 세상을 떠돌던 눈송이들이 땅에 닿는 순간 무명의 공동 무덤으로 합쳐져 들어갔다. 눈송이가 묻힌 곳을 고르느라 머뭇거리면 어떨까. 꽃잎이 묘비를 세우고 싶어하면 어떨까. 바람이 자신의 묘비명을 걱정하면 어떨까. 자연이 명예욕이 없다는 건 인간이 문명을 이룩하는 데에는 무척 다행이었다. - P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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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 그리스도 이야기
루 월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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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는 뮤지컬로 먼저 접하고 원작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2부가 시작된 후에는 책이 술술 넘어간다. 진짜 정말 재밌었고 (이제 곧 졸업이라)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이 책만 읽었다. 나중에 영화도 보고싶다.

과거의 희미한추억에 기대어 무언가에 홀린 듯이 살아가는 생물, 요컨대 비참함은 습관이 되고, 영혼은 믿을 수 없는 인내심을 갖게 된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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