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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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믿고 봐도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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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유럽 문화사 1 - 서막 1800~1830 유럽 문화사 1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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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유럽 문화를 묶은 대작이라는 점, 재미도 재미지만 읽다보면 유럽 문화에 푹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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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훔치는 제1 원칙은 Give & Take
관계의 비밀 / 레오 마르틴 지음 / 김희상 옮김, 북하우스 펴냄
기사입력 2013.08.09 16:16:49

우리가 지금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새 자동차, 새집, 아니면 새 보트인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이런 종류가 아닐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이 우리를 귀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가. 인간은 편안함과 사랑과 인정을 소망한다. 누구나. 당신이 진정 우리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이를 유념해야 할지니.

인생은 `기브 앤드 테이크`다. 우리 삶 자체가 관계로 이뤄지며 이 관계의 기본 틀이 `주고받음`이라는 점에서 계산으로부터 초월한 인생은 위선일 따름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베풀지 않으면 안 된다.

`관계의 비밀`은 10년간 독일 정보원으로 근무한 레오 마르틴이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비법을 소개한 책이다. 내국 담당 비밀요원이었던 저자는 범죄조직에서 정보원을 확보하는 일을 맡았다. 일면식도 없는 데다 적대적이기까지 한 상대에게 접근해 마음을 사로잡고 범죄조직 소탕에 협력하도록 하는 까다로운 임무를 수행했다.

책은 마르틴이 구사한 방법과 기술을 친구와 우정 쌓기, 부부 관계나 직장 내 인맥 쌓기, 고객 관리 등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요령을 전한다. 저자가 범죄자들의 마음을 연 무기는 `설득력`과 `신뢰`였다.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에도 최소한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을 전면에 내세워두는 것에 능숙하게 숙달해야 한다.(중략) 늘 신경질만 내는 계모나 다혈질 사장, 시끄러운 이웃, 보행자 도로에 떡하니 주차를 해놓은 무뢰한일지라도 분명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측면이 있다."(32쪽)

첩보의 세계만큼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용한 심리분석서다.

[배한철 기자]

누가 뭐래도 우리 모두는 세일즈맨이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 다니엘 핑크 지음 / 김명철 옮김 / 청림출판 펴냄

기사입력 2013.08.09 16:16:07 | 최종수정 2013.08.09 20:27:06 

 

 

최근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화제를 모은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회의를  할 때 빈 의자를 하나 더 가져다 둔다. 그 의자의 위치는 임원진, 마케팅 전문가, 소프트웨어 관리자들이 앉은 자리 바로 옆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주요 인물들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음으로써 누가 진정 중요한 사람인지 떠올리게 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중요한 인물은 바로 `고객`이다.

베저스를 `세일즈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런 행동, 고객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세일즈의 기본이다.

`프리 에이전트의 세대` `드라이브` 등을 집필한 세계적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지금 우리는 좋든 싫든 누구나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직접적 판매활동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한다면 이 역시 세일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일즈 활동이야말로 공감을 바탕으로 인간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성공적이라는 점에서 `더 인간다울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세일즈를 하면서도 세일즈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일즈`라는 말에 부정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책은 `세일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를 조사한 결과 `돈`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강요하는(pushy)` `진실성 없이 지나치게 상냥한(smarmy)` 등의 형용사 단어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 인상 때문에 스스로 의식하진 못하지만 책은 우리가 대부분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실제로 `세일즈`를 하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9명 중 1명은 세일즈를 하고 있으며 이 인원은 1500만명에 이른다. 이는 미국 내 총 노동인구 중에서 여전히 사무관리직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직업군이다.

스마트폰 등장과 인터넷 발전으로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세일즈맨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세일즈맨 인구는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노동통계국은 앞으로 2020년에는 미국 내 세일즈 일자리가 200만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접적 세일즈뿐이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직장에서 약 40%의 시간을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쓰고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활동을 `비판매 세일즈(non-sales selling)`라고 말한다. 판매를 위한 일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기존에 갖고 있는 무언가를 버리고 우리가 제안하는 어떤 것을 취하도록 설득하고 이유를 납득시키며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것이 비판매 세일즈라는 설명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을, 변호사는 배심원에게 평결을, 기업가는 투자자에게 신뢰를 파는 등 우리는 세일즈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에는 구매자에게 주어진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세일즈맨이 `사기꾼`처럼 그려졌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돼 있는 상황에선 오히려 정직과 공정성, 투명성만이 생존의 조건이 됐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계기로 `판매`라는 행동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판매란 것은 과거에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며 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가 팔 수 있는 것 뿐이네. 그런데 웃기는 건 자네가 세일즈맨이면서 그걸 모른다는 거야.`(아서 밀러,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중에서)

[김지아 기자]

 

권력자의 뇌 속엔 '사나운 개'가 산다
박돈규 기자
입력 : 2013.08.10 03:01 | 수정 : 2013.08.10 10:26

 

뇌과학자인 저자, 勝者 머릿속 해부 - 권력 가지면 공격적 호르몬 더 분비
섹스·도박·술 등 강한 자극 좇게 돼… 승리 맛본 자들 평균보다 오래 살아
알코올 중독이던 피카소의 아들 등 성공한 집안 자식 중 정서 장애 많아

승자의 뇌

이안 로버트슨 지음|이경식 옮김 | RHKㅣ392쪽|1만5000원

그룹 아바(ABBA)의 노래 '승자가 다 갖는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사랑과 인생을 냉정하게 정리한다. 패자는 쓸쓸해지는 게 숙명이고 신(神)은 냉정하며 게임은 계속된다.

그런데 이 책은 감상은 밀쳐두고 승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승리 또는 권력에 대한 심층 해부다. 이만큼 폭이 넓은 책이 또 있을까. 누구나 권력을 동경하거나, 쥐고 있거나, 놓쳤거나, 혐오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뇌과학자이자 신경심리학자. 그는 미 국무부 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를 인용한다. "권력은 가장 큰 최음제다."

부모의 성공은 자식에겐 저주?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아들 파울로는 평생을 방황하면서 술독에 빠져 있었다. 자신에게 권력을 휘두르며 무시했던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정이 풍비박산 난 뒤에는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비서 겸 운전사로 일했다.


	승자의 뇌 표지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술관 게티 센터는 석유 재벌 장 폴 게티 가문의 흔적이다. 장 폴 게티는 아들 폴 게티 주니어와의 불화로도 유명하다. 폴 게티 주니어는 학교를 중퇴해 히피가 됐고 헤로인을 복용했다. 아들이 못마땅했던 장 폴 게티는 손자가 납치돼 협박을 받았을 때 "몸값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집으로 '손자의 잘린 귀'가 배달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승패가 결정돼 있다면 승자의 자식은 남보다 큰 성공을 거둬야 옳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공한 집안의 자식이 정서 장애를 겪고 약물에 중독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부모가 밖에서 성공하고 풍요로울수록 자식과 보내는 '가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며 정서적으로 덜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자식의 내적 성취동기를 꺾는다는 성공의 역설(逆說)"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호르몬 때문이야

권력의 감정 밑에는 테스토스테론이 흐른다. 남녀의 성(性) 충동을 촉진하며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 호르몬이다. 조지아주립대 연구팀은 1994년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월드컵 결승전을 전후해 두 팀 응원단의 타액을 채취했다. 경기는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이 이겼는데 호르몬 수치 변화가 놀라웠다. 승리에 들뜬 브라질 팬들은 테스토스테론이 평균 28% 치솟았고 패배한 이탈리아 팬들은 27% 곤두박질 친 것이다.


	유형별 권력자의 뇌 설명 그래픽
동물 사회에도 '승자 효과'가 있다.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과 싸워 이기고 다음 대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을 높일 경우 위계 체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호르몬이 행동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행동이 호르몬 수치를 바꿔놓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승리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유발하며 그렇게 승리를 경험한 동물은 덜 불안해지고 더 공격적으로 변하며 고통을 견딜 임계점도 높아진다. 저자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길게 뻗는 권력자의 자세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춰 신체와 뇌의 화학적 상태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권력 쥐었다고 사람이 변하니?"

변하는 게 정상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우정에 금이 간 것도 '승자 효과' 때문이었다. 정치적 동지였던 둘은 1999년 코소보 문제로 틀어졌다. 북아일랜드 갈등을 해결한 블레어는 밀로셰비치의 '인종 청소'를 막아야 한다며 강경하고 전투적으로 나섰다. 반면 월남전 당시 병역을 회피했고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클린턴은 코소보에 지상군 투입을 꺼렸다. 블레어는 독단적인 권력자였고 '통제의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개코원숭이를 들먹이지 않아도 섹스와 권력이 내통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스트로스 칸 전 IMF 총재의 성 추문이 떠오른다. 블레어도 마초였다. 테스토스테론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를 높여주는데, 도파민은 섹스든 도박이든 온갖 전율을 좇는 욕망을 충동질한다. 권력은 중독성 강한 술이나 마약과 같았고, 블레어는 결국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군을 이라크 침공에 투입하며 그 덫에 빠졌다.

'나를 길들이는 것'이 진짜 승리

아카데미상 수상자들은 후보로만 지명됐다 미끄러진 이들보다 평균 4년 더 살았다. "오스카 트로피가 냉혹한 영화계에서 자아에 대한 영속적 통제감, 안전 신호를 줬다"는 해석에 수긍하게 된다. 자아를 보호해야 육체를 지킬 수 있다는 발견이다. 권력욕을 개인의 목적에 집착하는 'P형'과 사회적인 것을 향하는 'S형'으로 구분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버락 오바마는 S형, 조지 W 부시는 P형이며 교사와 간호사는 높은 S형 권력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꼼꼼한 사례와 분석, "진정한 승자는 자신의 자아가 '사나운 개'라는 사실을 알고 멀찍이 물러서며 목줄을 단단히 채워둔다"는 결론도 믿음직스럽다. '나를 길들이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과제라는 것이다. 원제 'The Winner Effect.'
"성공하더니 변했어" 자주 듣는다면…
승리 경험하면 뇌 달라져 태도·인생관 크게 변화
승자의 뇌 / 이안 로버트슨 지음 /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요새 좀 잘나간다 싶더니 사람이 변했네."

지위나 인기를 갑자기 얻은 사람이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당사자 중 일부는 억울해할 것이고 상당수는 상대방의 장난이나 시기ㆍ질투로 치부한 채 무시할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말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점이다. 사람이 승리를 경험하거나 권력을 얻으면 뇌가 실제로 바뀐다는 게 뇌과학자들의 얘기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승자 효과(winner effect)` 때문이다.

승자 효과란 경쟁의 결과가 과거 승리 경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약한 상대와 싸워 이긴 경험이 있으면 다음 싸움에서 강한 상대를 만나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승리의 경험이 뇌를 바꾸는 건 호르몬 작용 때문이다. 승리의 경험은 공격적 성향을 담당하는 테스토스테론 분출을 유발하는데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면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와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도 함께 증가한다. 뇌의 화학적 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뇌의 화학적 상태가 바뀌면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인생관까지 바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권력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학계에는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다양한 연구실험 사례가 보고돼 있다. 결론만 살피자면 이렇다. 권력을 잡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을 쓰지 않게 되며 원칙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자신에게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위선적 행동을 보인다.

중요한 건 권력이 모든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상황에 대한 적절한 통제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를 스트레스에서 지켜주지만 이게 지나치면 착각이나 환상 수준으로 바뀌게 된다. 지도자가 이런 착각에 빠지면 끔찍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등이 그 예다.

저자는 권력욕에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권력욕에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권력욕(P권력욕)과 집단 혹은 사회를 위한 목적에 초점을 맞춘 권력욕(S권력욕)이 있는데 이 중 S권력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S권력욕은 타인에 대한 의무와 관심을 느끼며 자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판단력을 갖춘 건강한 권력욕이다.

진정한 승자는 자아지향적인 P권력욕만큼이나 사회지향적인 S권력욕을 많이 추구하며 자신의 자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나운 개`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언제나 그 개를 멀찍이 떼어놓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노현 기자]

 

 

 

 

믿습니까? 믿습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다소 위험한 숭배 '팬덤'
허윤희 기자
입력 : 2013.08.10 03:00 | 수정 : 2013.08.10 10:21

 

잘못 저지른 유명인에게 면죄부 주고 태도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매 운동
대중의 비논리적·편향적 지지 '팬덤'… 이 현상 잘 읽어야 시장에서 성공


	팬덤의 경제학 표지 사진
팬덤의 경제학

제레미 D 홀든|이경식 옮김
책읽는수요일|380쪽|1만5000원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할리우드 스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8)였다. '아이언맨'에서 철갑 슈트를 입고 등장한 이 매력적인 배우는 한때 대중의 지탄을 받는 악동이었다. 아역 스타였지만 1990년대 들어 마약 때문에 여러 번 체포됐다. '망가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식의 기사는 셀 수도 없다. 그에게 마리화나를 가르쳐준 사람은 아버지. 여섯 살 때 처음 마리화나를 피운 그는 마약을 아버지와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느꼈다. 배우 인생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그는 재기했다. 비슷한 처지의 린제이 로한 같은 배우들과 비교하면 그의 '재기'는 눈부시다. 알 수 없는 괴물, '팬덤(fandom·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광적 지지)'이 만들어낸 결과다.

반대 케이스도 있다. 독일 자동차 아우디는 한 번의 잘못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0년 미국 TV 시사프로그램 '60분'이 급발진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방송했다. 사고를 낸 자동차 중에 아우디가 있었다. 아우디는 즉각 "우리 차에는 문제가 없고,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 때문이라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으나, 이후 아우디는 미국 시장에서 거의 추방되다시피 했다.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세우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적절히 사과하는 데 실패해 대중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중은 논리적이지 않다

어떤 상품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메가 히트를 치고, 어떤 브랜드는 승승장구하다 한순간에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허술한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자격 미달 후보가 당선되기도 한다.

상품이나 사람의 질 때문이 아니라, 바로 '팬덤'이라는 유령이 저지르는 짓이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인 저자는 정치·경제·영화·광고·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비논리적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그 이유가 팬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는 소식에 수도 카이로 시민들이‘혁명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집트 혁명을 열광의 단계별로 설명하면, ‘광신자→신봉자→신도’의 호응을 이끌며 성공에 이르렀다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는 소식에 수도 카이로 시민들이‘혁명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집트 혁명을 열광의 단계별로 설명하면, ‘광신자→신봉자→신도’의 호응을 이끌며 성공에 이르렀다. /로이터 뉴스1
미국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2008년,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지지자는 연단에 올라 "오바마는 아랍인"이라고 했다. 깜짝 놀란 매케인이 반박했다. "아뇨, 아뇨…. 오바마는 훌륭한 미국 시민입니다. 당신 말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매케인의 이성적인 발언은 유세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렸다.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신앙'을 매케인 스스로 깨버린 것. 매케인은 거짓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이는 지지자들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는 실수였고, 그는 결국 선거에서 졌다.

무한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은 쏟아지는 정보를 '선택 삭제→편집→취향에 맞는 정보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창조한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틀에 대상을 두고 열성적인 숭배를 보낸다. 팬덤은 매우 편향적인 동물이다. 문제는 그 팬덤 때문에 기업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봉자를 공략하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 것인가. 저자는 기업이나 제품, 유명인 등에 대해 형성되는 대중의 인식이나 기대를 '사회적 계약'이라 정의하면서, 이것이 형성되는 과정을 ①광신자(최초 가치 발견자) ②신봉자(평가한 후 지지하는 층) ③신도 집단(이미 입증된 물건이나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나눠 설명했다. 핵심은 광신자가 아닌 신봉자 집단을 공략하는 것. 2011년 이집트 혁명의 과정에서 최초로 봉기한 것은 극단적인 과격주의자(광신자) 집단이었지만,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같은 인사(신봉자)들이 참가하면서 결국 일반 신도 집단의 합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감정지도자가 되라

애플 제품이 여러 단점에도 수많은 신봉자를 거느리는 브랜드가 된 것은 '최고감정책임자(Chief Emotion Officer)' 스티브 잡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신봉자들은 췌장암으로 사망한 스티브 잡스에게 일종의 죄의식을 느낀다고 한다. 잡스가 좀 더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수명이 단축됐고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는다는 것. 경영자는 대중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소셜네트워크 세상에서 팬덤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장을 원망하지 말고 팬덤을 이해하라"는 저자의 주문은 어느 분야에나 적용 가능하다. SNS 시대의 속도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매력적인 책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 팬덤

팬덤의 경제학 / 제레미 D 홀든 지음 / 이경식 옮김 / 책읽는수요일 펴냄
대중·시장은 감정적, 원하는 정보만 수용…동조자 많을수록 더 신봉하게 돼
아이언맨의 메가히트 현대차 성공도 팬덤
 

 

 

"`요~물,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개그콘서트에서만 흘러나오는 유행어가 아니다. 적어도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상품 앞에서 고객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상품은 예고 없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메가 히트 상품이 되는가 하면 승승장구하던 브랜드가 한순간에 소비자들의 배신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그런가 하면 허술한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자격 미달 후보자가 당선된다. 그것이 오늘날 시장의 정체다. 결국 대중의 가슴을 두드리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바로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유령, 팬덤(Fandom) 때문이다.

오늘날 팬덤은 도처에 있다. 자동차부터 문화상품, 심지어 대통령 선거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대중들은 본능적 편의를 위해 정보를 삭제하고 편집해 구미에 맞는 정보만 수용한다. 그리고 동조자들과 결속해 내 의사결정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불안을 해소한다. 이러한 팬덤은 연결되기 쉬운 네트워크 세상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팬덤의 경제학`은 기존의 마케팅 구루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책이다. 팬덤이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으며, 작은 아이디어로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뒤엎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제레미 D 홀든은 세계 3대 광고대행사인 퍼블리시스 카플란 탈러의 브랜드ㆍ마케팅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다. P&G 씨티그룹 네슬레 유니레버 힐튼 등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시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그 사람은 아랍인입니다." 매케인의 연설 연단에 갑자기 올라선 여자가 횡설수설 내뱉은 말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이슬람교도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가 이를 부정했고, 공화당은 선거에서 졌다. 지지자들이 매케인이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팬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할리우드 악동이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과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고 팬들은 거대한 `팬덤`을 형성해 그와 아이언맨을 지지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할리우드 스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아이언맨`에서 철갑 수트를 입고, 지능과 돈을 자랑하는 이 매력적인 슈퍼히어로는 한때 대중의 지탄을 받는 악동이었다. 5세에 `파운드`로 데뷔한 아역 스타였음에도 1990년대 들어 그는 여러 차례 마약 복용으로 체포돼 재활 치료를 받았다. 배우 인생은 벼랑끝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대중과 사회적 계약을 맺었고 사람들은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그가 마약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용서할 것`이라는 계약이었다. 대중은 누군가 큰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 그 잘못을 뉘우치며 고치려 할 때 그 사람을 칭찬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거만하다는 이유로 아주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기만 해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이것이 팬덤의 못 말리는 특징이다.

팬덤을 만드는 핵심은 광신자ㆍ신봉자ㆍ신도의 세 집단을 차례로 사로잡는 것이다. 최초의 관심에 불을 지피는 광신자가 없다면 신봉자는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한다. 그리고 신봉자의 신중한 보증이 없다면 신도는 좀처럼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세 집단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수동적인 사람들까지 끌어들인다. 대표적인 예로 1999년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영화 `블레어 윗치`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개봉 1년 전부터 공포스러운 웹사이트를 통해 조금씩 정보를 공개했고, 입소문이 나도록 했다. 웹사이트 조회수는 300만을 넘어섰고 그렇게 만들어진 광신자 집단은 신봉자를, 다시 신도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영화를 홍보했다. 영화는 50만달러의 제작비로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예는 부지기수다. 데이비드 레터맨이 TV쇼에서 "우주 비행사를 깜짝 놀라게 할 장난으로 우주선의 중앙 계기판에 현대 로고를 붙여놓으면 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현대차의 미국 내 존재감은 미미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현대 어슈어런스`라는 프로그램.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현대차는 할부로 구매한 고객 중 구매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실직하거나 파산하거나 상해를 입으면 추가 비용 없이 차를 딜러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파격적 조치는 소비자의 불안한 마음을 직접 어루만졌다. 현대가 어디서 왔든 간에 그들은 미국의 다른 자동차회사보다 평범한 미국인의 편에 더 가깝게 서 있다는 인상을 심은 것이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2009년 43만대, 2010년에는 53만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단순한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사회적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저자의 또 다른 조언은 최고 신봉자를 활용하라는 것.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봉자들을 거느리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됐다. 이는 애플의 매력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라는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CEO이기 이전에 대중의 감정을 좌우하는 최고 감정 책임자였던 것이다. 팬덤 마케팅에서는 비논리적 비약도 포용해야 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면 더 좋다.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팬덤은 확산될 것이다. 21세기에는 그렇게 상품이 팔린다.

[김슬기 기자]

 

SNS 잘못 대응하면 회사가 망한다

[머니투데이] 입력 2013.08.10 09:42
[박창욱기자 cup@]

[[BOOK]소셜 미디어 인사이트]

파워블로거이자 뉴욕대 교수인 제프 자비스는 2006년 델의 컴퓨터를 구입했다가 느린 속도와 성의없는 고객 대응에 화가 났다.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항의했으나 델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자비스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며 델에 집단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네티즌 일부는 구글에서 델을 검색하면 '델 헬(DELL Hell, 델은 지옥에 가라)이라는 문구가 검색되도록 만들 정도로 일이 커졌다.

이 사건 이후 마이클 델 회장은 고객과 대화를 위해 공식 블로그를 개설했지만 네티즌들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더구나 오사카에서 델 노트북이 발화한 사건의 동영상이 유투브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델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그러나 델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 블로그에서 솔직하게 사과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이나 대응책을 보고했다. 그 결과, 인터넷 상의 움직임이 델 편으로 다시 돌아섰다. 이듬해 고객과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독자 커뮤니티인 '아이디어 스톰'을 오픈했고 그 성과로 2년간 200건의 제품 개선을 이뤄냈다.

책 '소셜미디어 인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델의 이 사례는 오늘날 기업들에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생사까지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올 초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라면 상무'나 '대리점 막말' 사건에서 보듯, 예전같으면 묻혀 버릴 수 있는 사건들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전파돼 해당기업의 이미지와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오늘날 기업들은 소셜 미디어를 염두에 두지 않고선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사회변화 속에서 이 책은 올바른 소셜 미디어 활용을 위해 필요한 개념과 실무적 조언 뿐 아니라 다양한 성공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특히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실명의 인격체로 대하면서 쌍방향으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은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단체 및 국가기관이라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소셜미디어 인사이트(사이토 토오루 지음. 이상호 하윤수 옮김. 352쪽. 1만7000원)

[책과 지식] '당근' 제시해도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13.08.10 00:53수정 2013.08.10 10:19
 
인센티브와 무임승차
마야 보발레 지음
권지현 옮김, 중앙북스
216쪽, 1만3000원


먼저 ‘빨간 불’. 낯선 저자, 딱딱한 제목이라 흘려 보내지 말 것. CEO를 비롯한 조직관리자들에겐 충분히 유익하고, 보통 월급쟁이들에겐 그보다 더 흥미로운 책이니 말이다.

 지은이는 프랑스의 경제학자로 공공경제학을 전공했다. 인간의 욕구와 심리를 무시한 ‘스마트한 전략’과 현장을 떠난 ‘숫자 놀음’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스트레일리아 얘기다. 1990년대 중반 정부는 연구소 재정지원을 학술지 게재 논문 수에 연계시키기로 했다. 그러자 발표 논문 수가 증가했지만 각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건수는 줄어들었단다. 즉 논문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수준 낮은 학술지의 논문 비중은 55%나 늘었지만 1등급 학술지 논문 비중은 15%밖에 증가하지 않은 사실로도 드러났다.

 이탈리아 살라미 소시지 제조사의 사례도 흥미롭다. 매일 출하되는 살라미 개수를 기준으로 성과지표를 만들어 독려한 결과 생산성은 빠르게, 뚜렷이 향상됐다. 하지만 회사 수익은 늘어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생산량을 늘린 게 아니라 살라미를 점점 더 얇게 자르는 것으로 대응한 탓이었다.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수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벌점제도는 더 기막힌 결과를 빚었다. 수술 도중 사망한 환자 비율이 높은 의사에게 벌점을 주기로 한 지 한 달 만에 수술 사망률은 0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의사들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꺼린 때문에 이룩한 ‘성과’였다. 덕분에 환자들은 수술실이 아니라 입원실에서 죽어나갔고.

 눈길 끄는 설명은 조직에서 최선이 아니라 다수가 따를만한 평균의 의견을 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양떼의 함정’. 늑대가 나타나면 양들이 늑대의 위치와 속도 등을 보고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양들이 피하는 방향으로 따라간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비유다. 창의적 개혁이 힘든 원인의 하나로 들었다.

 인센티브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의외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그 원인으로 ‘적응’을 든다. 사람들이 각종 전략과 제도에 맞춰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높은 체온을 내리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병을 치료하거나 체온계를 조작하는 것이다. 거의 없긴 하지만 체온계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고 나면 계속 사용하게 된다. 병을 치료하기보다 체온계 조작이 쉽기 때문이다.”

 ‘숫자’에 목매 본질을 놓치는 개혁가와 전략가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사족: 기업경영 분야에서 ‘숫자놀음’의 폐해와 극복방안에 관심이 있다면 『빈 카운터스』(비즈니스북스)를 함께 읽으면 좋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아버지 대신 실존주의를 믿고, 계약결혼으로 平生의 사랑을 얻은 남자
이재룡·숭실대 불문과 교수
입력 : 2013.08.10 03:00 | 수정 : 2013.08.10 10:19

 

[불멸의 저자들] 장 폴 사르트르

부친 일찍 잃고 외가에서 보낸 유년기
존재가 우연의 결과라는 생각에 빠져 철학서 쓰려다가 소설로 바꾸고 '데뷔'
카뮈 등 친구들과는 불화로 결별했지만 戀人 보부아르와는 죽을때까지 함께해

1980년 4월 15일 장 폴 사르트르의 죽음이 알려지자 파리 시민 수만 명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운구 행렬에 참여했다. 파리에서 한 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이념과 세대를 초월하고 인산인해를 이룬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인간이 처한 현실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성찰한 마지막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보편적 문제를 개별적 인간의 운명에 적용한 문학작품을 써낸 작가이며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극좌 활동가이기도 했다. 전후 사르트르가 주도한 실존주의는 강단 철학에만 머물지 않고 말투와 옷차림과 유행가에 이르기까지 깊고 넓은 태풍을 일으켰다.

사르트르는 저서 '집안의 천치'에서 "삶이란 유년기에 갖은 양념을 친 것"이라고 했다. 미처 양념이 배지 않았던 그의 떡잎은 자서전 '말'에 상술됐다. 1905년 6월 21일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이듬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외갓집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아버지의 부재는 "책 속에서 태어나 책 속에서 죽을 것"이란 고백처럼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로 작정한 사르트르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장 폴 사르트르 사진

'노인 하나, 여자 둘 사이에서 홀로' 유년기를 보낸 그는 "복종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에 남에게 복종을 요구하지 않았다." 어떤 권위나 제도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았던 그였지만 과연 자신의 존재가 필연에 따른 것인지 고민한다. 앞뒤가 꽉 짜인 필연의 세계는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은 우연으로 점철되고 심지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연성의 결과란 생각은 "본질적인 것은 우연이다"는 로캉탱의 독백으로 요약된다. 후설의 영향을 받아 철학서를 구상하다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충고에 따라 소설로 개작된 '구토' 덕분에 사르트르는 1938년 소설가란 명칭을 얻는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에 동원되었다가 이듬해에 포로로 잡힌 그는 수용소에서 하이데거를 읽고 존재론 집필을 구상한다. 1941년에 석방되고 2년간 각고 끝에 얻은 열매가 1943년 출간한 '존재와 무'이다. 즉자, 대자, 자기기만과 같은 개념을 동원한 이 난해한 철학서는 인간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 자기 본질을 구축해야 하지만 결국 그런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가리란 비관적 진단으로 마무리된다.

전후 사르트르는 "전쟁에서 나는 참여를 배웠다"거나 "문학은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방금 딴 것이 유효하다"는 발언으로 상황에 입각한 참여문학을 내세운다. 1945년 10월 무책임한 사상으로 젊은이를 타락시킨다는 세간의 비난을 반박하기 위한 강연에서 "실존주의자가 상상하는 인간이란 정의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중에야 비로소 무엇이며,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 무엇이 될 것입니다"라고 한다.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는 유명한 경구와 더불어 마흔 살의 사르트르는 세계적 유명 인사로 부상한다.

그는 아롱, 메를로퐁티,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현대'를 창간했고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그의 글은 '상황' 열 권으로 묶인다. 그중 2권에 해당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시는 언어에 복무하고 산문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문제적 경구를 남긴다. 1960년대 새롭게 대두한 구조주의 때문에 점차 그늘로 밀린 실존주의를 그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로 보완한다. 인간의 자유가 실천적 타성태와 물질적 희소성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분석한 것이 1960년에 발표한 '변증법적 이성 비판'이다.

카뮈, 메를로퐁티, 아롱과 같은 친구는 끝내 불화와 결별의 절차를 밟았지만 시몬 드 보부아르는 평생 그의 곁을 지켰다. 스물세 살의 남자와 스물한 살의 여자는 기묘한 계약을 맺는다. 상대방을 필연적 사랑으로 여기지만 미래에 생길 우연적 사랑을 서로 인정하며 그 내용을 낱낱이 고백하자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인간을 얽매는 사슬로 여긴 두 사람은 상식적으로 얼핏 수긍하기 어려운 실험을 실천했다. 제각기 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한 뒤 강단과 문단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제자, 동료와 아슬아슬한 곡예를 감행했다. 갈등과 위기를 극복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동반자의 임종을 지켰고 훗날 그의 곁에 묻혔다. 다만, 무덤 속에 들어간 그녀의 손가락에는 미국 애인이 건네준 반지가 끼여 있었다. 독일 점령 기간 사르트르의 행적이나 두 사람의 사랑에 관련된 문서와 증언이 서서히 공개되면서 호사가의 관심을 끌지만 두 사람이 쌓아올린 업적과 삶에 큰 흠집을 내진 못할 것이다.


	구토 표지 사진

[사르트르, 더 알고 싶다면]

문학부터 철학·평론까지 多作
입문자에겐 '구토' '벽' '말' 추천

사르트르의 저서는 철학, 문학, 평론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철학은 '존재와 무', '변증법적 이성비판',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상상계', '사르트르의 상상력', 문학은 '구토<사진>', '자유의 길', '벽', '말', 평론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초상', '지식인을 위한 변명' 등이 번역되었다. 연구서로는 '문학을 찾아서'(정명환),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김치수, 김현).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박정자), '존재와 무-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변광배), '집안의 천치-사르트르의 플로베르론'(지영래), 정명환이 주도하는 연구회가 펴낸 '사르트르와 20세기', '실존과 참여'가 있다.

일반 독자에겐 '구토', '벽', '말', 그리고 정명환과 변광배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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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저작집 8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저작집 8
리영희 지음 / 한길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여전히 남과 북으로 좌와 우로 대결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좀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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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신간들을 하나둘 살펴보고 정리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주 단위로 관심가는 책을 묶어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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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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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제목만 보면 에세이나 뭐 그런 종류 같은데... 아니다. 인용문만으로 책을 만들어 놓은 형태... 리딩으로 리드하라, 48분 기적의 독서법 등등 독서와 관련된 책들이 대개 인용문이 책의 절반은 차지하지만, 이 책도 상당한 정도로 인용을 했다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앞의 책들은 단순히 문장이 아니라 문단을 통으로 인용해 논지를 펴는 반면, 이 책은 서로 다른 문장을 인용해 하나의 주장을 편다고 하니.. 거 참, 인용문 만으로 책 만드는 것도 분명 기술이다
협동조합, 참 좋다-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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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겨레신문은 `99%의 경제`라는 기획 시리즈에서 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좀 시간이 지났지만 방송에서 소개한 몬드라곤 등은 자본주의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을 주목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일단 챙겨놓고...
한비자의 관계술- 허정과 무위로 속내를 위장하는 법
김원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2년 07월 08일에 저장
구판절판
정치의 이동- 분배 정의를 넘어 존엄으로 진보를 리프레임하라
장은주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2년 07월 0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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