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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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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시에 대한 탁월한 소개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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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서점 1
가와나리 요 엮음, 박노인 옮김 / 신한미디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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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늘 서점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늘 약간의 흥분을 느끼면서 나들이를 가는 것처럼 서점문을 들어가기 마련이다.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사고자 하는 책을 고르고, 사고 싶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을 두 손에 꼭 움켜쥐고 남다른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며, 이리저리 주머니 사정을 따져보면서 이 책 저 책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풍경이 연출되던 곳,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떠날 때면 다시 한번 눈길을 던지던 곳이 바로 서점이었다.

요즈음은 많은 책들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하게 된다. 이른바 정보화의 혜택에서 물질문명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유용성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 곳이 인터넷 서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종이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며,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즉석에서 읽어볼 수는 없지만, 또 책의 무게를 느껴보거나 판형을 눈여겨보고 파본인지 아닌지를 꼼꼼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서점 순례에는 기존 서점에서 느끼던 재미 외에 또다른 매력들이 풍성히 있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의 수를 늘였다 줄였다 한다는 점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원하는 책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던 것이 검색어를 바꾸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대체된 차이 정도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런저런 검색어에 따라 순식간에 원하는 저자의 책들이 순서정연하게 가시화되고, 구입할 수 있는 책과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무심코 입력한 질의어에서 마치 망각의 지층을 뚫고 솟아오르듯 아주 우연히 흥미를 끄는 책과 저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한몫을 단단히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서점 순례에는 설명하기 힘든 매력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고서점 탐방은 지식의 고고학 여정이며 변주되는 상상의 푸가 기법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는 저자와 함께 파리 세느강변의 서적상을 방문하기도 하며, 흐릿하고 음울한 안개를 헤치고 영국의 에딘버러나 런던을 찾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과 붉은 정열의 마드리드를 방문하기도 하며, 프랑크푸르트나 리스본, 동경의 간다 진보초에서 한숨을 돌리기도 한다. 어지러이 쌓여있는 책더미들 속에서 값진 보물을 발견하는 꿈을 그리기도 하며, 책의 역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점이라는 공간과 변함없이 그 둘레를 채우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다양함을 맛보기도 한다.

이 책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 자신을 집어들고 읽어주기를, 또 간직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책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소개서이며,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무언의 목소리로 초대장을 보내는 곳, 항상 염원하던 단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는 곳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는 격려의 편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언젠가 우리 자신이 발타자르처럼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미지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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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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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 편의 이야기들을 함께 다루고 있기에, 어떤 책에 대해 올릴 것인지가 우선 망설여졌다. 그런데 이 글을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 대한 소개에 쓰게 된 것은 이 작품이 194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생산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의미하고자 하는 '생산성'이란 이 작품이 이전과 이후 작품들의 선조성을 갖는 선 위에 위치한다는 것을 뜻한다. 벽을 지나가는 기이한 능력은 멀리 중국 청대의 『요재지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보다 가깝게는 프랑스 작가 기욤므 아폴리네르의 단편 『오노레 쉬블락의 소멸』에서도 등장한다. 또 이러한 내용은 원재길의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에서도 다시 다루어진다.

동양과 서양, 19세기와 20세기 등 시간적·공간적 차이를 보이는 이 세 작품들은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제외한다면 그 세부 사항에 있어서는 각각 매우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마르셀 에메의 주인공인 등기청 하급직원 뒤티유욀에게 있어 '벽을 통과하는 행위는' '모험의 출발이며 후속과 발전, 요컨대 어떤 보람을 요구하는 행동'이며, 주인공의 내부에서는 '확대의 욕구, 자기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자기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이 증폭된다.

반면 아폴리네르의 주인공 오노레 쉬블락은 언제나 소매 넓은 외투 하나만을 입고 슬리퍼밖에는 신지 않는 괴짜로, 그가 이런 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벽으로 사라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옷을 빨리 벗기 위해서이며, '약한 동물은 그들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본능적인 기교에 의하여 그들의 적으로부터 피하는' 것임을 말하는 그에게 이러한 능력은 자신의 간절한 의지에서 파생된 보호색에 다름아니다. 이와는 달리, 우연히 벼락을 맞는 바람에 자기 마음대로 벽을 통과하게 된 원재길의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녀보지만, 결국 나이와 고독에서 오는 우울감을 맛보게 된다.

일종의 전기가 되는 특별한 순간, 이들의 곁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급 직원에서 대도 가루가루가 된 뒤티유욀은 '난폭하고 질투심 많은 남자'에게 시달리고 감금당하는 어느 젊은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없애는 알약을 두통약으로 오인하고 복용하여 '돌과 한몸이 된 채' 담벽 속에 갇히게 된다. 오노레 쉬블락은 동침했던 유부녀의 남편에게 쫓기다 벽으로 사라지지만, 격분한 사나이가 화풀이 하듯 벽에 대고 발사한 총알이 사람의 심장 높이를 통과함으로써 다시는 벽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된다. 또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지녔던 여자와 만나게 되는 원재길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이 시한부의 것임을 말하는 여자의 말을 인정하지 않고, 벽으로 들어갔다 다시는 나오지 못함으로써 '어떤 벽도 무서워할 줄 모르는 무지막지한' '인간의 자만심'을 보인다.

초월과 상승의 수단이자 과정으로, 은밀한 안식처로서의 피난지로, 결국은 넘을 수 없이 유폐되고 마는 단절의 공간으로 그려지는 세 편의 소설에서 제시되는 벽에는 작가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의미가 들어 있다. 범속한 세상을 초월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 밀려드는 사방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단절된 나만의 공간을 희구하는 인간의 소망, 차별화를 원하는 인간의 특성 등 삶의 순간순간 우리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갖가지 양상들이 세 편의 벽 속에 담겨 있으며, 오늘날 우리는 각각의 작품 속에서 공통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인간의 심리와 열망을 재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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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형 - 피와 전율의 중국사
왕용쿠안 지음 / 마니아북스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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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형, 피와 전율의 중국사>는 전부 2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의 소제목들은 각각 형벌에 대한 것이다. 능지(陵遲, 난도질해 죽이다), 차열(車裂, 수레로 찢어 죽이다), 참수(斬首, 목을 자르다)를 시작으로 요참(腰斬, 허리를 자르다), 박피(剝皮, 살갗을 벗기다)를 지나 인식(人食, 사람을 먹다), 수교(獸咬, 짐승에게 물려 죽이다)에 이르면 그 참담함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러한 공포와 전율은 이런 기록이 유명한 <고금도서집성>에 나오는 문구인 만큼, 터무니 없이 지어낸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또 명대의 책에서 인용한 불식(不食, 굶겨 죽임), 폐구(閉口, 입에 물건을 집어넣어 질식사시킴), 입고(立槁, 햇볕 아래 방치하여 죽임), 저해(소금에 절임) 등의 형벌 부분에 이르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이 고안했던 형벌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하고, 또 다양한 만큼 저마다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렇게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게 했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역대 통치자의 지배 수단으로써, 형법 안에 잔혹성'이 갖추어졌다는 의견의 타당성 이면에 자리하는 또 다른 모습, 즉 인의와 천명을 모토로 삼고, 제왕의 으뜸은 덕치임을 강조했던 이들이 정반대되는 수단을 통치의 근본으로 삼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더욱이 문화와 예의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던, 공자와 맹자, 그리고 유교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중국문화가 내보이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함은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형벌 가운데 대다수는 우리 나라에도 존재했었고, 또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능지처참(陵遲處斬), 참수형, 사살(물론 오늘날에는 총알이 화살을 대치했지만), 교의(교수형), 가항, 태장, 고신 등 거의 이 책에 명시된 대다수의 형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 자신, 더 나아가 인간은 모두 잔혹함의 화신일까? '한 국가에서 행해지는 혹형의 남용 정도는 그 사회의 문명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한 개인의 잔혹행위는 그의 문화적 소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문화적 소양이라는 것은 계급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 대해 과연 문명과 문화적 소양이라는 것이 서로 평행선상에 존재하는 분리된 것일까?라는 의구심 또한 버릴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잔인성과 혹형, 문명화된 사회와 잔존하는 야만성 등의 발생원인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제공받을 수는 없지만, 인간의 내밀한 정신사와 외면으로 표출된 행위들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에 대해 다시한번 재고의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일독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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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과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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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을 떠나 나는 말그대로 매우 사소한 한 가지만을 문제삼고자 한다. 이 책은 중세경제사에 관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주인공이 소르본느 대학 도서관의 고문헌실에서 말그대로 우연히 프란체스코 회 수도사 윌리엄이 14세기 초에 쓴 서책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의 비현실성은 본의든 아니든 간에 저자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거나 소설적 허구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잘 알다시피 소르본느 대학 도서관은 기본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가제로 이루어져 있어, 어떤 책을 보고 싶다면 사서에게 신청을 해서 볼 수 있는 제도하에 운영된다. 또 옛날 서책(이를테면 18세기 정도에 간행된 것들)을 열람하려면 일반 신청서와는 다른 신청을 해야하며, 제한된 열람실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을 나는 문제삼고 깊은 것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인공이 서고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설정은 사서 몰래 들어간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며, 관연 보존에 철저한 프랑스인들이 14세기의 양피지 서책들을 이 책에 묘사되는 것처럼 그렇게 허술하게 보관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책과 유사한 분야에 분류될 수 있을 일본 작가의 책 '일식'에서 볼 수 있었던 치밀한 조사와는 거리가 먼, 불가능한 상상의 나래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되기에, 이 소설은 기반이 되는 개연성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좀더 치밀함을 보였더라면, 또 지극히 세세한 면일지라도 신경을 쓰는 작가의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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