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서점 1
가와나리 요 엮음, 박노인 옮김 / 신한미디어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늘 서점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늘 약간의 흥분을 느끼면서 나들이를 가는 것처럼 서점문을 들어가기 마련이다.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사고자 하는 책을 고르고, 사고 싶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을 두 손에 꼭 움켜쥐고 남다른 행복감을 맛보기도 하며, 이리저리 주머니 사정을 따져보면서 이 책 저 책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풍경이 연출되던 곳,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떠날 때면 다시 한번 눈길을 던지던 곳이 바로 서점이었다.

요즈음은 많은 책들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하게 된다. 이른바 정보화의 혜택에서 물질문명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유용성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 곳이 인터넷 서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종이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며, 원하는 페이지를 펼쳐 즉석에서 읽어볼 수는 없지만, 또 책의 무게를 느껴보거나 판형을 눈여겨보고 파본인지 아닌지를 꼼꼼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서점 순례에는 기존 서점에서 느끼던 재미 외에 또다른 매력들이 풍성히 있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의 수를 늘였다 줄였다 한다는 점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원하는 책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던 것이 검색어를 바꾸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대체된 차이 정도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런저런 검색어에 따라 순식간에 원하는 저자의 책들이 순서정연하게 가시화되고, 구입할 수 있는 책과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무심코 입력한 질의어에서 마치 망각의 지층을 뚫고 솟아오르듯 아주 우연히 흥미를 끄는 책과 저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한몫을 단단히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서점 순례에는 설명하기 힘든 매력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고서점 탐방은 지식의 고고학 여정이며 변주되는 상상의 푸가 기법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는 저자와 함께 파리 세느강변의 서적상을 방문하기도 하며, 흐릿하고 음울한 안개를 헤치고 영국의 에딘버러나 런던을 찾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과 붉은 정열의 마드리드를 방문하기도 하며, 프랑크푸르트나 리스본, 동경의 간다 진보초에서 한숨을 돌리기도 한다. 어지러이 쌓여있는 책더미들 속에서 값진 보물을 발견하는 꿈을 그리기도 하며, 책의 역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점이라는 공간과 변함없이 그 둘레를 채우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다양함을 맛보기도 한다.

이 책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 자신을 집어들고 읽어주기를, 또 간직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책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소개서이며,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무언의 목소리로 초대장을 보내는 곳, 항상 염원하던 단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는 곳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는 격려의 편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언젠가 우리 자신이 발타자르처럼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미지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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