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형 - 피와 전율의 중국사
왕용쿠안 지음 / 마니아북스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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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형, 피와 전율의 중국사>는 전부 2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의 소제목들은 각각 형벌에 대한 것이다. 능지(陵遲, 난도질해 죽이다), 차열(車裂, 수레로 찢어 죽이다), 참수(斬首, 목을 자르다)를 시작으로 요참(腰斬, 허리를 자르다), 박피(剝皮, 살갗을 벗기다)를 지나 인식(人食, 사람을 먹다), 수교(獸咬, 짐승에게 물려 죽이다)에 이르면 그 참담함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러한 공포와 전율은 이런 기록이 유명한 <고금도서집성>에 나오는 문구인 만큼, 터무니 없이 지어낸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또 명대의 책에서 인용한 불식(不食, 굶겨 죽임), 폐구(閉口, 입에 물건을 집어넣어 질식사시킴), 입고(立槁, 햇볕 아래 방치하여 죽임), 저해(소금에 절임) 등의 형벌 부분에 이르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이 고안했던 형벌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하고, 또 다양한 만큼 저마다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렇게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게 했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역대 통치자의 지배 수단으로써, 형법 안에 잔혹성'이 갖추어졌다는 의견의 타당성 이면에 자리하는 또 다른 모습, 즉 인의와 천명을 모토로 삼고, 제왕의 으뜸은 덕치임을 강조했던 이들이 정반대되는 수단을 통치의 근본으로 삼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더욱이 문화와 예의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던, 공자와 맹자, 그리고 유교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중국문화가 내보이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함은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형벌 가운데 대다수는 우리 나라에도 존재했었고, 또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능지처참(陵遲處斬), 참수형, 사살(물론 오늘날에는 총알이 화살을 대치했지만), 교의(교수형), 가항, 태장, 고신 등 거의 이 책에 명시된 대다수의 형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 자신, 더 나아가 인간은 모두 잔혹함의 화신일까? '한 국가에서 행해지는 혹형의 남용 정도는 그 사회의 문명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한 개인의 잔혹행위는 그의 문화적 소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문화적 소양이라는 것은 계급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지적에 대해 과연 문명과 문화적 소양이라는 것이 서로 평행선상에 존재하는 분리된 것일까?라는 의구심 또한 버릴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잔인성과 혹형, 문명화된 사회와 잔존하는 야만성 등의 발생원인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제공받을 수는 없지만, 인간의 내밀한 정신사와 외면으로 표출된 행위들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에 대해 다시한번 재고의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일독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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