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현대사회사상의 궤적
비판사회학회 지음 / 중원문화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저작이 복간되었다.

1995년에 서울대에서 주로 사회학하는 (당시에는) 젊은 학자들이 현대/탈현대라는 문제의식 하에 팀강연한 내용을 묶은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이런 강의하면 100여명 이상이 모여들었다.) 당시에는 '새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었다. (내 기억엔 그 땐 15,000원이었다. 그간 물가가 3배나 올랐다는 것이리라.)

내가 생각하기엔, 이만큼 사회이론을 제대로 소개한 책은 사실상 없다. 어쩌면 일종의 한국 사회에서 비판적 이론모색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나 할까. 그간 이 책이 10여년 절판된 것은 어쩌면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자신은 이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하면서 사회이론에 대한  '입문'을 '혼자서'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낙서가 너무 많아 사회학 이론 강의를 맡은 몇 년 전 새 책을 한 권 간신히 다시 산 적이 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한국사람이 쓴 이만한 개론서는 없기에, 나는 강의시에 이 책을 부교재로 쓰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다룬 이론들을 요즈음 사회학자들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요즘 제도 사회학에서는 '사회이론'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야말로 경험적 연구가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에는 사회이론을 떠들던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학하는 사람들이었다. 외려 철학하거나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기세에 밀려있었다고나 할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올해 들어서 이 책과 유사한 기획을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이 바로 비슷한 느낌을 준 책이다. 순전히 주관적 느낌이지만, 소장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낸 경우는 많지만, 두 책 다 뭔가가 펄떡이고 있다고나할까. 뭐 그런 느낌을 주었다. 비판적 학문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무슨 생각을 출판사에서 했는지 이 책이 부활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외면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알라딘의 사회학 신간 추천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외면이라는 대접을 받아서는 안되는 책이다(값이 그런데 너무 비싸다). 비록 15년 전 글들이지만, 아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이미 꽤 정리해놓았네"라고 느낄 것이다. 

이 책을 펴낸 비판사회학회는 95년 당시에는 '산업사회학회'라는 비정치적이고 중성적인 명칭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매우 정치적이었다.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그런 학회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90년대 말인가 '비판사회학회'로 개명한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비판이라는 강력한 명칭을 붙이고 나서부터 이러한 비판적 기획은 점점더 약화되고, 우리는 비판사회학회의 현재의 성과는 <경제와 사회>라는 계간지(물론 '학진 등재지(연구재단 등재지)'이다)를 통해 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빨이 빠졌다고나 할까. 비판사회학회에서는 학기마다 주류 사회학회와는 별도로 학회를 연다. 하지만 학진의 예산을 받고 한다... 아마 여기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비판사회학회 홈페이지는 http://www.sansahak.com/ ; 거의 몇년간 홈페이지가 '코마상태'에 놓여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는 홈페이지가 재단장했다. 
 

이 책이 비판사회학회가 회생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뭔가가 정리되어야할 시점인데, 물론 가급적이면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학자들의 작업에서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뒤늦게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을 낸 중원문화사에서는 왕년에 잘 나가던, 그러나 오랫동안 절판된 책을 복간하고 있었다.  

  

루이 알튀세의 <맑스주의 철학>이나, 페리 앤더슨의 <사적 유물론의 궤적>이나 과거 필독도서였던 책들이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책들인데, 최근에 많이들 보는 바디우, 지젝 등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참고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서울사회과학연구소'에서 나온 책이다. 다들 아는 <수유-너머>의 전신이다. 물론 이젠 <수유-너머>도 없고 여러 모임으로 나뉘어 졌지만.. 이 책도 95년 전후해서 새길 출판사에서 나왔던 것인데, 마찬가지로 강연록을 모은 것이고 많이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차와 책소개를 첨부한다. 앞의 세 글의 필자들은 이제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당시엔 석사과정, 박사과정 이랬을 거다.


서문 / 5

제1부 근대성 비판의 역사 이론
1. 역사 구부리기 : 근대성에 대한 계보학적 탐색/조형근(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2. 사회적 시간의 역사 이론을 위하여/이진경(산업대 교수)
3. 공간의 역사 : 도시와 주택, 일상 생활의 공간학/김백영(광운대 교수)

제2부 근대적 주체 생산의 장
4. '어린이기'의 탄생과 근대적 가족 모델의 탄생/조형근
5. 부랑자의 탄생 : 근대인과 그 타자성/한귀영
6. 근대 의료 속의 몸과 규율

제3부 감각 : 포획과 위반의 운동
7. 근대적 시선의 체제와 주체화/이진경
8. 대중 음악과 '역사의 종말' : 천년 왕국의 묵시록을 넘어서




서울사회과학연구소에서 공동 집필한 저술.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맑스주의의 위기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이라는 사상적 혼란과 동요 속에서, 일단의 좌파 지식인들이 '근대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이 위기를 정면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근대성'의 역사를 파헤치는 이론적 작업이다. 여기에서 근대성은 단지 추상적 원리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집합적 무의식, 습속의 체계로서 파악된다. 또 근대성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변이 가능한 역사적 현상으로 파악된다. '근대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비판을 통해 저자들은 '붕괴한 사회주의와 현존하는 자본주의의 모순' 모두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망을 내오기 위한 예비작업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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