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되어 만난 이 책은 표지부터 느낌이 좋았다. 투명한 느낌. 맑은 느낌. 표지 촉감은 종이의 딱딱함보다는 종이인데도 부드러운 느낌! 그래서 좋았다. 노란 햇살과 바람 속에서 초점을 잃은 듯. 가려던 발걸음은 멈춘 듯. 멀리는 바라보는 것 같지만 시선은 떨구어진 모습은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하얀색 기린은 본 적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실제 있었던 기린이었다고 한다. 케냐의 한 마리 남은 하얀 기린을 소재로 쓴 실화로 그려진 그림책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더 시리다. 이 책은 많은 생각을 떠돌게 한다. 남과 단지 색깔이 다르다는 것으로 외톨이로 남아 얘기할 대상도 없이 시기 질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 짐승의 이야기지만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서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달리 생각하면 재주가 있다는 것이고 뛰어나다는 것이고, 희귀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 가치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더욱 주목을 받기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또 제기되는 인간의 이기심. 사람이 희망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연에는 재앙이 된다. 어불성설인듯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을 스스로 그러한 힘을 가지고 흘러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사람의 힘이, 아니 엄밀히 얘기하면 사람의 욕심이 그러한 흐름을 차단하는 면을 이 책을 통해 또 본다. 요즘처럼 기후 위기, 환경오염, 생물의 멸종 등의 다양한 환경문제를 ‘하얀 기린’에서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성찰하게 하고 마음이 따끔해진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레인의 눈이 너무도 애잔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면지는 감동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 밤하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왜 작가님이 이 장면을 배치했을까 생각하니. 레인이 바라본 밤하늘이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주 속 작은 존재인 우리의 모습. 우주의 크기와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전언이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내가 작은 우주이듯. 모든 존재는 다 우주 속 또 다른 우주이다. 그 아름다운 존재들이 제각각 살 수 있는 환경. 그런 우주가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다. 우주 속에 사는 우주인인 나. 우주와 같은 작품을 읽고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의미깊은 시간이었다. 우주 속 우주인 모든 존재의 아름다움을 지켜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에 한시나 시에 관심은 있었지만 한시를 감상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전주대 교수님의 한시 강의를 들으면 너무 좋아서 황홀할 지경이었는데 이 책도 그런 황홀함과 시원함을 주었다. 막연하게 한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던 나였기에 감히 한시를 이해하려는 생각보다는 외우고 또 외우려고만 했기에 한시의 향기를 음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갈증만 느끼던 한시의 이해를 이 책은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민 선생님의 이력도 자세히 보고 그 분이 고등학교 때 한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시는 좋아했으나 왜 그리 푹--- 빠지지는 못했난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으로 정민 선생님의 팬이 되었고 다른 시에 대해 쓴 책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역시 기대대로 좋은 책이 많았다. 이 책을 나만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아이들에게도 소개하고 책을 읽지 않는 신랑에게도 소개해서 읽게 했다. 읽은 사람마다 모두 만족...... 계속해서 이런 한시 해설서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시에 목말라 있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조금은 더 깊이 있는 작품도 썼으면 좋겠다. 일단 현학적인 냄새가 나지 않아서 친근했고 선생님이 가슴 깊이 느끼고 이해한 것을 소개해서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한자 공부를 하긴 해도 단편적인 지식으로 체계가 없이 지나쳤는데 이 7일간의 한자 여행은 생활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한자를 우리의 요일과 연관지어서 그 한자와 연관해서 집대성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써서 중학생,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옆에 두고 수시로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생활풍속이나 우리의 언어에 깔려 있는 한자까지 끄집어 내어 학과 공부까지 연결하여 좋았다. 그러나 쉽다고만 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은 배경지식이 갖춰진 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서나 한자능력 시험을 준비하려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 참 좋은 책이다. 나도 이런 책 한 편 쓸 정도로 많은 지식과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튼 늘 옆에 두고 한자자전과 더불어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에 추천하고 싶다.
정민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정민 선생님이 들려 주는 한시 이야기>때문이었습니다. 그 책으로 인해서 이 책도 사게 되었구요. 산 지는 꽤 되었지만 다른 읽을 것이 많아서 쭉 책꽃이에 두고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후회했습니다. 진작에 읽을 것을....... 아마도 가을이 문턱에 오는 이 시기에 읽으니 더 가슴에 와 닿았는지도 모릅니다. 구절 구절 인용이 된 시, 인용이 되는 박지원을 비롯한 유몽인의 글 등 한 글자 한 글자 뺴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막연하던 한시를 머리에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구절구절 더 가슴에 와닿는 이유는 <정민 선생님이 들려 주는 한시 이야기>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고 이해도 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접해 보지 못하신 분께는 먼저 '정민 선생님이 들려 주는 한시 이야기'를 먼저 읽고 읽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자꾸만 시를 비롯한 많은 문학 작품이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것으로 배척이 되는 이 시기에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고 느끼게 하는 우리 마음과 가슴에 박하사탕과 같은 화-함을 주는 한시,시로 유혹 당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