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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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라는 소년
킹은 흑인의 신과 같은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가진 주인공의 이름이다. 자기를 킹이라고 소개하는 걸 스스로도 부끄러워할 정도로 킹은 남들과 다르거나 튀는 걸 싫어한다.

그런 킹에게는 독특한 성격의 칼리드라는 형이 있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우주의 기원과 영혼의 원리에 관심이 많던 칼리드. 칼리드는 중학생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킹과 아빠 엄마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킹은 칼리드 형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따랐다. 형은 생전에 자기가 죽으면 잠자리로 환생할거라고 했고 형의 장례식장에 내려앉은 잠자리를 보며 킹은 형이 돌아온거라고 믿게 된다.

10살 킹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어린아이다운 어설픈 화법이나 금방 돌변하는 감정의 변화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어쩐지 아이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인종차별과 성소수자차별. 무엇이 더 나쁜가?
킹은 예전부터 칼리드를 인종차별했던 마이키 샌더스라는 칼리드 또래의 남자아이를 미워하고 무서워했다. 하지만 마이키의 동생 샌디와는 친구로 지냈다. 둘은 집안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순수한 친구였었던 것.

너무 친한 친구가 되어서 샌디는 자신의 비밀을 킹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그걸 옆에 들은 칼리드는 샌디와 놀지 말라고 충고하고 킹은 샌디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절교를 선언한다.

인종차별을 당하던 흑인아이가 역으로 백인친구에게 성차별을 하는 상황. 무언가 어긋났다는 건 킹도 알고 있지만 돌이킬 방법을 모른다. 어른들도 이미 해오고 있는 차별인데 10살의 아이가 그 부조리에 맞서는 방법을 어찌 알겠는가.

-가벼운 말투, 무거운 주제.
나는 책 소개를 일부러 많이 읽지 않고 책을 접한다. 제목과 표지 느낌만으로 추측하고 백지상태에서 책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의외였다. 따뜻한 감성적인, 차별이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다루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울하다.

형은 이미 죽었고 킹은 계속 방황하는 상태고 죽은 형의 유지 중 하나는 동성애자를 친구로 두지 말라는 거라니. 어린 킹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이지 않은가. 청소년 문학같은 문체를 쓰고 있지만 주제가 너무 강하다. 우리나라처럼 인종차별을 경험할 수 없는 나라도 드물것이며, 살면서 동성애자를 만난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음지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러니,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은 행운아다.
실제로는 경험하기 힘든 사회적 차별 관행을 이렇게 남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내밀한 언어로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제본으로 읽어서 뒷내용은 아직 모르지만 부디 킹이 칼리드의 유지를 거스르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바로설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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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은 아이 (리커버 특별판)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51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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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가 배경인 이 소설은 성별과 신분에 따른 차별을 이야기한다. 읽는 내내 목이 막힌 듯 갑갑했다. 여자라서 아이라서 신분이 낮아서 사람 취급도 못받았던 그 옛날.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한 개인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아침밥은 뭘 먹고 하루 일과가 어떻고 하는 내용을 읽고 있으니 이건 더이상 모르는 옛날 사람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이야기 같고 내 이웃의 이야기 같았다.

신분제가 없어졌다고 차별이 없어졌는가. 여성 인권이 올라갔다고 해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는가. 세상이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그 문제들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한다.

이야기 속 여군자는 묻는다. "너는 어찌 살 것이냐?"
많이 아는 것을 중히 여기기보다는 선함을 중히하라. 이 말이 마음에 와서 박혔다. 박애를 정말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선 담을 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편견의 담을.

오늘도 머릿속 가치와 세상의 틀 사이에서 번뇌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건내고 싶다. 당신도 담을 넘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담을넘은아이 #리커버판 #창작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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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리는 직업 1 : 작가·출판 관련 직업 널리 알리는 직업 1
박민규 지음 / 빈빈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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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우 직관적이다. 거의 직업 교과서에 가깝다.
빈빈책방의 '미래를 여는 경이로운 직업의 역사'시리즈에서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직업들의 역사들을 다루고 있다.

그 중 책에 관련된 직업을 다루는 이 책은 작가, 출판인, 서적상, 인쇄업자에 대해서 넓고 깊지 않게 소개하고 있어서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이 가볍게 읽기에도 좋다.

책 한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지...
책 한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쳤다는 걸 거시적 관점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독서 인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부모님들은 본인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도 자식들에게는 책을 한줄이라도 더 읽게 하려고 애쓴다. 아마 전체 인구 중에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연령대는 초등학생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책 관련 직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작가가 되어 내 책을 갖고 싶기도 하겠지만 책의 물성이나 영향력에 관심이 있어서 출판인이나 인쇄업자가 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직업에 관련된 세계사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역사 공부도 같이 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직업과 역사 공부를 동시에!)

해적판의 활약상
'해적판'은 불법복제품을 말하는데 그 단어가 해적들이 배에서 훔친 물건을 육지로 가져와서 판매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중세시대에는 왕실의 마음에 안들면 출판 등록을 할 수 없어서 해적판으로 밖에 출판할 수 없었던 책들이 있었다는 것.

그런 책들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고전 작품들은 해적판 출신이 많다고 한다. 기득권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작품을 창작하고 불법으로라도 출판해준 수많은 과거 지식인들에게 감사를.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특정 작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특정 출판사의 편집본을 좋아하는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면 사고 싶어지니까 말이다. 잘 모르지만 알아보기도 어려운 출판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서평단 #빈빈책방 #책리뷰 #책추천 #직업의역사 #청소년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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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머릿속 알맹이 그림책 63
플뢰르 도제 지음, 잔 드탈랑트 그림,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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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유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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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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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히어로 시리즈라는 블랙쇼맨.
이전 작품(이름없는 마을의 살인)을 보지 못했지만 안봤어도 이번 작품을 이해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오히려 이전 작품을 너무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기면 생겼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블랙쇼맨 가미오 다케시가 운영하는 바 '트랩핸즈'를 중심으로 사연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맨션의 여자>
돈많은 미망인 우에마쓰 가즈미가 다케시(블랙쇼맨)의 조카 마요에게 건물 리모델링을 맡기면서 시작된다. 가즈미는 고객으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다케시는 조카를 도와주려는 마음에 가즈미에 대해서 조사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상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알게 되는데, 가즈미는 과연 잔인한 가해자인가 비련의 여주인공인가.
3개의 단편 중 가장 긴 분량이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독자를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니. 동시에 블랙쇼맨의 젠틀함에 반하게 만드는 전개도 대단하다.

두번째와 세번째 이야기는 더 짧고 조금은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 <위기의 여자>, <환상의 여자>.
<위기의 여자>는 소개팅 앱으로 만난 두 남녀가 트랩핸즈에서 데이트하다가 다케시의 도움을 받는 내용이고
<환상의 여자>는 불륜아닌 불륜을 하고 있는 커플의 단골 바가 트랩핸즈인데 남자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되면서 여자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트랩핸즈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두개의 이야기 모두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맨션의 여자>가 가장 재미있었다. 가장 공들인 이야기같기도 한데 왜 책 제목은 <환상의 여자>로 한 걸까? 느낌상 '맨션'보다는 '환상'이 더 매력적인 단어여서 그런걸까.

아무튼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 가장 따스한 시리즈가 아닐지.
서스펜스라고 긴장하게 만들어놓고 이렇게 착한 이야기를 들려주다니. 이 작가 도대체 장르의 한계가 없는건가... 워낙 다작을 해서 자가 복제나 실망스러운 책을 낼 법도 한데 매번 다른 분위기의 책을 내니 실망할 틈이 없다.

이 책은 특히 호흡이 짧고 내용이 무겁지 않아서 히가시노 게이고 입문자들에게도 알맞다. 블랙쇼맨의 매력에 빠지기엔 넘치게 충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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