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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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모두가 겪은 트라우마, 세월호 참사. 그날의 충격이 아직도 어제일처럼 생생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월 간 십육일>은 4월 16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2020년 6월 16일부터 4.16재단 블로그에서 꾸준히 연재되어 왔던 시리즈를 10주기를 맞아 책으로 발간했다. 에세이에 참여한 작가들은 시인, 소설가, 뮤지션,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비유가족’이다. 그러니까 세월호 유가족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쓴 그날의 기억 에세이인 것이다.

세월호의 기억이 유가족 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겪는 감정은 모두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충격, 슬픔, 억울함, 비통함, 안타까움, 분노… 그런 감정들이 작가들의 글에서 뚝뚝 묻어난다. 이건 내가 쓴 건가, 싶을 정도로 같은 상황에서의 같은 감정을 느끼는 글도 있었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세월호 진상 규명과 위로에 동참했던 사람의 글도 있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진데, 세월호를 기억하는 마음들은 어쩌면 이렇게 닮아있을까.

<월간 십육일>은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그날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진실을 마주보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담긴 눈물로 쓰여진 에세이. 바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기억을 보존하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나의 10년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무엇보다 원하지 않는 이별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별 당사자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긴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요.”
_이랑<네가 그 친구를 계속 기억하면 된단다>

“내가 슬프기 싫어서 안 보는 마음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제 친구 요조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 마음 아플까 봐 못 보겠다, 이 말이 얼마나… 그것을 감당하고 맞서서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는 진짜 얼마나… 작고 좁은 마음인지 알겠더라고요.”
_이슬아 인터뷰<단단해지는 마음>

“불응으로 기억을 훼손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살피게 된다. 우리가 꼭 가져야 할 공동체의 기억이 우리에게 오지 못한 채 어딘가에 억류되어 있고, 그 지연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득하다.”
_정세랑<기억이 굳어가는 동안, 울타리처럼 서서>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큰 빚을 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그 모든 것의 무게를 다 합한다 한들 그들이 온당히 누렸어야 하는 것들의 가치만 할 수 있을까.”
_김애란<모두의 일곱 해>

“시간은 계속해서 우리를 스치고 지날 것이다. 편리한 세상 속에서 기억은 힘을 점점 잃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편안함과 편리함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_황예지<암기>

“상처를 직면하여 그것을 내게 일어난 일로 만드는 작업은 우리 모두의 숙제다. 4월 16일 그날이 더 이상 숨겨진 과거, 슬픈 풍문이 아닐 수 있도록.”
_유지혜<사랑은 시간을 얼린다>

*출판사에서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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