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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잡고 잤을 텐데?! 3 (드라마CD 합본판) - Novel Engine
류호성 지음, 유나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으로 3권은 1권과 2권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들을 모은 한권이 될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1권의 작가 혼자서 먼저 흥분한 듯한 성급함도 보이지 않고 2권의 밋밋함도 상대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의해 희석되었다. 또 2권의 안정성과 1권 후반부의 폭발적인 전개도 잘 살려냈다. 결과물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동안 나온 권들중에서 제일 낫다.
3권의 이야기 또한 1,2권에 깔린 상황들이 합쳐져서 폭발적인 전개를 만들어내는 것이란걸 보았을 때 이는 3권 창작의 전반적인 태도라고 생각된다. 그보다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과 시간여행을 엮어내면 이야기가 경직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권에서 해결되었다고 본다. 1권에서 다소 의아하게 느꼈던 그 글이 다시 쓰이는 것을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꽤나 영리하게 쓰여진 한 권이란 걸 알 수 있다.
물론 잘 쓰인 글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몇가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다면 일단 캐릭터들이 죄다 착해빠져서 그런지 외적인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두꺼운 분량인데 일상물 페이스로 나가니 진자로의 내적 갈등만으론 긴 이야기를 지탱하는데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 후반부를 보았을때 분위기를 형성한후 몰아치겠다는 의도는 보이지만, 진자로가 하치만처럼 일상을 재밌게 해석할수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좀 루즈하다는 느낌. 1권의 드립들이 그리워지는 순간.
하나봄의 경우에는 애매한 스탠스가 3권 들어서 해결됐다고 보지만, 자세연의 경우에는 여전히 흐릿하다. 다소 반전스러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비해 진자로의 추측 외에는 이중적인 모습이 잘 암시되지 않아서 뜬금없다는 느낌. 나머지 캐릭터들은 명확한데, 이야기의 또다른 중심인 자세연이 약하니 아쉽다는 느낌. 또 선생이 진자연 알아보는 장면은 명백한 오버.
이 3권이 1,2권 창작의 연장선상에 있고, 또 거기서 얻은 교훈들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만들어낸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터닝포인트가 될 4권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의 4권처럼.
일단 좋은 흐름을 탔다. 이젠 진화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