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의 노래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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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시먼스는 국내에 1990년 휴고상 수상작인 <히페리온>과 그 후속작인 <히페리온의 몰락>, <일리움> 시리즈 등의 SF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동안 저도 책은 못 읽어 봤고 작가 이름과 책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오픈하우스에서 버티고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이 작가의 <테러 호의 악몽>을 번역해서 내놓은 적이 있고, 이번에 장편 데뷔작인 이 책 <칼리의 노래>가 나온 것입니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시인인 주인공 루잭은, 잡지사의 의뢰로 그간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인도의 유명시인 M. 다스가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의 캘커타로 떠납니다. 하지만, 인도계 미국인인 아내와 어린 딸까지 동반한 이 짦은 취재 여행은 완전한 악몽으로 뒤바뀌고 맙니다.

85년에 발표된 이 책에 묘사되는 캘커타는 말 그래도 혼란과 무질서 그 자체인 곳입니다. 빈부격차, 카스트, 인구 과밀, 불결함 등 문명화된 지역의 사람들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것을 제대로 건드리면서 독자를 진저리치게 만듭니다. 죽음의 여신 칼리를 숭배하는 밀교 집단이 악의 실체로 등장하게 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캘커타라는 도시 자체입니다.

배경과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자꾸만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필력이 아주 돋보이는 편입니다. 장르 소설의 재미를 평가할 때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배경 묘사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책 읽는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장르를 막론하고, 원서를 읽든 번역서를 읽든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기준에서 봤을 때 상위권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데뷔작이 이 정도니 다음 소설에 대한 기대가 커져 버렸습니다. 예전에 중고로 사 놓고 못 읽은 <히페리온>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테러 호의 악몽>  둘 중의 하나를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 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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