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10명의 물리학자
로드리 에번스.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김소정 옮김, 유민기 감수 / 푸른지식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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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물리학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가장 본질적인 것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실제로 바꾼 사람들입니다. 물리학이 없었다면, 목록에 올라간 물리학자(와 그 밖에 많은 물리학자)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과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현대 세계를 지탱하는 기술도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왜 물리학일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 세상에 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물리학자라니. '물리학'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딱딱하고 어렵고 지루할 것만 같다. 이런 지루한 학문을 연구했던 사람들의 역사는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물리학이 모든 과학의 기본이며,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이 학문을 연구했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역사 또한 우리 개개인의 역사와 다름없이 흘렀고, 그렇게 지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물리를 기반으로 화학과 생물의 이론이 확장되며(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과학의 발전은 사람들의 의식을 변하게 한다. 이 변화는 다시 정치, 종교, 철학 등에 영향을 주어 세상을 변화시킨다.  ​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물리'에는 수많은 공식과 법칙들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중요한 게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물리학자와 그들의 스토리. 그래서 아쉽다.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고 완성한 사람들, 그 과정에는 동기와 배경이 있다. 우리는 다만 이들이 이뤄낸 성과에만 관심을 갖고 그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구나. 이런 걸 생각할 때면 내가 고등학교 물리를 왜 그렇게 힘겨워했었는지도 이해가 된다. 획일적이고 암기를 강조했던 (지금도 그렇겠지만) 고등학생 때는 이런 방향을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했으니까. 단지 왜 공중에 45도 방향으로 공을 던져야만 하는지, 돌아가는 놀이기구의 원심력을 계산하는 방법이 어디에 필요한 건지 당최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성인이 된 지금이라도 물리를 흥미롭게 다룬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일 뿐이다. 이 책은 어른들에겐 과학 교양서로, 아이들에겐 학습서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이 남다른 이유는 10명의 물리학자를 선정한 방식에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물리학자들은 '유명한 물리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가 선정한 위대한 물리학자'이기 때문이다. 고로 나처럼 물리학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도 더러 있겠지만, 그렇기에 이 책이 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미 익숙한 이름의 역사에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러데이는 원래 책 제본공이었다. 제본하던 책에 관심을 둔 것을 계기로 과학 실험의 세계로 들어선 그는 대학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는 사실. 전자기론의 초석을 마련하는 성과는 단지 열정과 독학에의 의지였다. 또 닐스 보어는 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평생 칼스버그 라거 맥주를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고. (난 여기서 물리학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의 부족한 사회성과 고집스러운 성격은 고전 물리학의 틀을 깨려는 시도에 가려져있다.

 

모두 태어나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의심과 증명 의지'. 과거의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을 거부했던 사람들이다. 설령 그런 시도로 누군가의 비난을 사고, 사회적인 고난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의심이 확신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증명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그런 시도들이 모여 사람들의 시야를 넓히고 기술은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기존의 틀에 대한 의심, 그 틀을 깨려는 시도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연대기 순에 따라 인물 배치를 한 것도 그런 의도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이 10명의 물리학자들이 천재라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한 것이어서 읽는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껏 위대한 물리학자로 불리게 된 것이 단지 뛰어난 머리를 가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 각자의 역사 안에서 겪었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이 인정받을 만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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