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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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가족도 하나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 가족은 싸우질 않았잖아. 정말 이상할 만큼.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가족이 하나로 뭉쳐서 일을 해결해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 그저 우리끼리 싸우고, 부딪혀가면서 서로가 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욕을 먹거나 쫓겨날지언정 한번이라도 우리 집이 가족들이 사는 집이라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어. (p.178)
​​

​막장이다. 책 표지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을 읽은 사람의 반응은 둘로 나뉠 것 같다. 매우 흥미로웠거나 혹은 억지스러워서 불편했거나. 워낙에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지다보니 바삐 페이지를 넘기게 되지만,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그만인, (막장 드라마를 보고 나면 한 동안 입에 오르내리다 마는 것처럼) 잠시 머리를 스쳐가는 정도. ​분명 장단이 확실한 소설이다.

일단 이 소설에는 참 많은 장르가 보인다. 가족 드라마를 기본으로 멜로, 스릴러, 코미디 등 읽다보면 참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빛이 나는 문장은 없지만, 우리가 잊고 지냈을지 모르는 일상의 가치, 기울어진 가치관들을 캐내어 새로이 생각하게 해준다. 요즘 흔히 금수저라고 하는 소수 상위 계층 가족의 이야기라지만 유독 그들만의 문제 만은 아닌, 우리 시대의 문제를 품고 있어서 오히려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가 한다.

전체적으로 드라마나 영화, 그러니까 글보다는 장면으로 이루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염두에 두고 썼든 아니든, 읽으면 읽을수록 대본을 읽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대중성은 담보하겠지만, 그냥 재미있게 보는 걸로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가끔은 이렇게 가법게 읽고 즐길 거리도 필요한 법이니까. 기분을 진지하고 무겁게 혹은 우울하게 만드는 소설이 필요한 것처럼, 모두 저 마다의 특성대로 읽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쉬웠던 점은, 도입에서 뭔가 치밀하고 거창할 것만 같았던 혜윤의 계획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 것 없어서 맥이 빠졌다는 것. 이야기를 푸는 건 작가의 마음이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혜윤은 너무도 허술했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엔 증발해버린 느낌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사람이 없다. 핵심적인 사건은 있으되, 그건 누구의 몫도 아니다. 가족 구성원과 인물들 각각의 개성대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도록 해야만 다른 문제들이 생기고, 그것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그런 설정이 필요하겠지만, 극적인 사건을 만들기 위해 우연과 사람의 심리에 치중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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