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 열린책들 / 2016-07-20
양장본 / 104쪽 / 195*125mm / 240g

 

'따끈따끈'한 신간은 아니고 '미지근'한 신간이라고 할까. 7월에 출간된 것을 못 보고 지나쳤는지 오늘에야 내 눈에 띄다니.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기 전엔 이 작가를 잘 몰랐다. 하지만 그 얇은 텍스트를 읽고 보니 왜 라틴 아메리카의 거장이라고 하는지, 세계적인 작가라고 하는지 알겠더라.(년식이 좀 된 책을 구해서 읽었기에 번역이 매우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책이었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동화 작가로도 활동한다. 이 책은 '달팽이들은 왜 이렇게 느린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어떤 달팽이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누구나 당연해서 당연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무언가 성취한다. 이 이야기 속의 달팽이 역시 그런 과정을 겪을 것인지, 그 여정을 함께 하는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것인지가 궁금하다.
 

「나도 예전에는 잘 날아다녔단다. 하지만 지금은 날 수가 없구나. 옛날에, 그러니까 너희 달팽이들이 이 들판에 살기 훨씬 전에는 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지. 너도밤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참나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 그때만 해도 모든 나무들이 다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단다. 밤마다 나무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지.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본 것, 쓴맛이든 단맛이든 네가 여태껏 맛본 것, 그리고 비와 햇빛, 추위와 밤, 그 모든 것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무거울 수밖에. 그 무게를 다 감당하기는 아직 네가 어리기 때문에 몸이 느린 거란다.」
「이렇게 느려 터져서 뭘 한단 말이에요?」 달팽이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해줄 말이 없구나. 그 대답은 너 스스로 찾아야만 해.」(pp.20~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