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별》

 

류근 / 문학과지성사 / 2016-08-31
반양장본 / 159쪽 / 205*127mm / 235g

 

평소에 시를 잘 알거나 많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시가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한권 두권 마련한 시집이 몇 권 된다. 류근의 첫 번째 시집 <상처적 체질>도 그렇게 나에게 왔고, 물론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은 없으나 분명 내 안에 양분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좋은 기억으로 두 번째 시집을 반갑게 맞는다. 시가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욕심없이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 바로 앞에 와 있으니.

 


어제 나는 많은 것들과 이별했다 작정하고 이별했다 맘먹고 이별했고 이를 악물고 이별했다 내가 이별하는 동안 빗방울은 구름의 자세와 이별했고 우산은 나의 신발장과 이별했고 사소한 외상값은 현금지급기와 이별했다 몇몇의 벌레들은 영영 목숨과 이별하기도 하였다 어제는 어제와 이별하였고 오늘은 또 어제와 이별하였다 아무런 상처 없이 나는 오늘과 또 오늘의 약속들과 마주쳤으나 또 아무런 상처 없이 그것들과 이별을 결심,하였다
……
그러니 나의 이별을 애인들에게 알리지 마라 너 빼놓곤 나조차 다 애인이다 부디, 이별하자
- 「어떻게든 이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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