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의 남자
김조안 지음 / 좋은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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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 아홉의 어느 날, 하루에 잡힌 세 번의 선자리 중에서, 오후 7시의 상대였던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32년간의 결혼생활을 지나온 지금은 60대가 되었고, 아까 만난 그 남자의 아내이자, 사랑스런 딸의 엄마이다. 또 오랜 시간 옆을 지켜온 벗이 있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는 시댁과 친정 식구들이 있다.



어느덧 60대에 이르고 보니 지나오는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혼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이 만난 사람들이 있고 또 떠나보낸 사람도 있다. 지나온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도 빠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의 살아온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특히 내 이십대에 만나 지금껏 옆에서 함께 해온 나의 짝꿍 남편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때로는 너무 얄밉고 꼴뵈기 싫고 왜 저럴까 답답함에 속이 터지지만, 그래도 저만한 사람이 없다. 항상 내 옆에서 한결같이 있어 주었고, 가정을 꾸리면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텼다. 여전히 투닥거리지만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려서, 저 남자가 없는 생활이 되려 심심할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애증이라고 하기엔 이 감정들은 참 복잡하다.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번 차근히 하나씩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자. 어쩌면 이 이야기들이 모여 나의 인생을 담은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창할 것 없이, 소박해도 좋으니 그저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돋보기 안경을 낮게 쓰고 연필을 들어 한 꼭지씩 이야기들을 적어둔다. 이 이야기들이 책 페이지마다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는 쓰다보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어떤 이야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또 어떤 이야기는 얄밉고 서러운 기분이 들어 화딱지가 난다. 글을 쓰면서, 미소를 짓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책을 완성해가는 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추억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무언가 이해되고 몰랐던 감정들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들이 제법 모이고 책으로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는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읽을지 기대되어 설레는 날들이 이어진다. 내 오랜 벗인 광자, 형숙, 덕임에게 초고를 보내 추천사를 부탁했다. 이들은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정성스레 글을 읽고 감동적인 추천사를 써주었다.



책으로 엮을 이야기를 쓰고 고르고,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너무 신나는 경험이었다. 출간된 책을 손에 들자 감격스럽고 뿌듯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려 했던 건 정말 잘한 생각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위의 장면들을 상상했다. 내 어머니 혹은 이모,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근함이 좋았다. 직접 뵙지는 못했어도 작가님은 아주 푸근하고 좋은 인상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진솔하게 펼쳐놓은 이야기들이어서 공감이 되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가족이라도 때로는 왜 저럴까 싶을 때가 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는 느낌에 속이 꽉 막힌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가족, 내 사람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믿고 사랑한다. 이해한다. 그러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책을 덮으면서, '힘든 날들은 너무도 고단했고,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왕왕 있어줘서 버틸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내고 보니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인생은 짧은 것 같다. 그러니 즐거운 일들을 찾아서 꼭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전하는 따뜻한 어른의 응원같았다.



흔한 말이지만, 인생은 예순부터. 그렇다면 이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실 작가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예순이 넘은 그 여자는 생각한다. 잘 견디고 잘 참으며 잘 살아왔다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래서 후회도 없다. 이것이 그 여자의 승리다. 나머지 인생도 그 여자처럼 그 여자답게 그 여자가 정답이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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