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11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읽던 만화의 절반은 공주 왕자 얘기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상상하던 얘기들도 다 공주와 왕자에 관한 것들이었다. 지금도 아마 어린 아이들은 유럽에나 있을 예쁜 성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를 상상하고 있지 않을까. (갑자기 우리나라 아동 교육의 폐해가 절감된다... 왜 어린이들은 콩쥐를 꿈꾸지 않고 신데렐라를 꿈꿔야 하는지? 정말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개인적으로 한승원이라는 작가를 참 좋아한다(좋아했다). 자잘한 글자들에서 느껴지는 위트와, 여자인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잔잔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들이 마음에 들어서- 가끔은 지나친 신파로 흘러가는 경향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늘 기분좋게 그녀의 만화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프린세스는 그렇지가 못했다.

연재되는 프린세스를... 아마 단행본 3권가량? 분량을 읽고나니 그 다음부터는 도저히 읽을 자신이 없었다. 이건 정말 조류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 때아닌 만화다. 때아닌 만화에 극을 달리는 신파에- 게다가 만화를 굉장히 오래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엉터리인 인체 뎃생이라든가 하는 것이 시대극이라는 거대한 플롯과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가느다란 선들과, 조금만 위아래로 앵글이 움직이면 어색해져버리는 그림체들은- 배경 어시스트의 놀라운 작화 능력에 파묻혀서 정말 빈약해보이기까지 한다. (한승원님,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뎃생 연습 좀 하십시오.) 시대극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적인 웅장하고 스케일 큰 그림체는... 오로지 배경에서만 살아있을 뿐.
스토리 역시 그냥 읽는 재미 정도는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시대극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고 우연적 요소도 지나치게 남발되어 있다.

단순히 공주와 왕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 에 그치는 만화는, 요즘 시대에는 좀 많이 뒤떨어진 게 아닐까? 올훼스 시대의 신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가울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시대를 거꾸로 타는 작가의 시도에는 내심 안타까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