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 - 아이디어를 소설로 빚어내기 위한 15가지 법칙
제시카 브로디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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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를 구해라. 아주 유명한 시나리오 작법서의 제목이다. 그리고 이번에 서평 할 책의 제목에도 들어있다. 시나리오와 소설을 쓰는데 뜬금없이 왜 고양이를 구하라고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를 구하는 것이 내가 쓰는 소설을 구하는 일이라면 믿어지시겠는가? 이 책은 고양이가 아닌 작가를 구해주는 책이다. Save the Writer.

영화를 보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처음엔 단순한 감상. 그러다가 점차 내공이 쌓이면서 영화를 비평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간다고 한다. 영화는 3단계에 이르기가 꽤나 버거운 일이겠으나 소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자본을 끌어오거나 배우를 섭외하는 일 없이 모든 것이 자신의 머리와 손과 묵직한 엉덩이(!)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엔 감독 지망생보다는 소설가 지망생이 더욱 많을 것이다. 나도 그 흔한 지망생 중 한 명이고 말이다. 그런데 어떤 작가는 1년에도 수 편의 작품을 뽑아낼 정도인데 왜 나는 한 권의 작품도 완성하기가 힘든 것일까. 그리고 그 많은 작품들 중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책은 왜 또 소수인 것일까.



블레이크 스나이더라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법가이자 강사가 있었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15개의 요소가 있다고.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만든 것이 Save the Cat이다. 이 책을 읽은 제시카 브로디는 생각했다. 영화가 그렇다면 소설도 별 차이가 없겠다고. Save the Cat의 소설 쓰기 버전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이다.



내가 만든 주인공은 왠지 매력이 없다. 매력이 없는 주인공은 사람들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그럴 때 이 사람의 배경에 생명존중이 있음을 넌지시 보여주면 사람들은 주인공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서 매력 없는 주인공에게 나무에 매달린 고양이를 구해보도록 한다. 이것이 Save the Cat의 의미이다. 이 책에선 15개의 비트를 통해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소설 쓰기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소설이 작가마다 다르고 문체가 다르고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15가지의 재료가 있다. 마치 빵을 굽는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기더라도 밀가루와 설탕, 계란, 이스트가 없이는 불가능하듯이, 신박한 소설을 지어내는 사람이라도 원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을 따른다는 것이 창의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요소가 빠지지는 않았는지 체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15가지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소설을 3막 구성이라 했을 때 1막에선 오프닝 이미지, 주제 명시, 설정, 기폭제, 토론이 이뤄져야 하고 2막에선 2막 진입, B 스토리, 재미와 놀이, 중간점, 다가오는 악당, 절망의 순간, 영혼의 어두운 밤이 나타난다. 마지막 3막에선 3막 진입, 피날레, 마지막 이미지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바깥으로 표출하는 욕구는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1막의 오프닝은 주인공의 삶이 흔들리기 전, 즉 변화하기 전의 일상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1막의 주제 명시 파트에서는 주인공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려는 이야기가 제3자를 통해 넌지시 전달되지만 주인공에 의해 묵살된다. 1막의 '설정'파트에서는 주인공이 외적으로 원하는 목표나, 변화 전의 세계에 살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결함도 나타난다. 1막의 '기폭제'파트에서는 주인공의 세계를 한 번에 무너뜨린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건에 연루되고, 집단을 떠나야만 하게 되거나, 통과의례를 치러야 할 때가 오는 등의 사건이다. 기폭제를 통해 주인공은 기존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막의 마지막 '토론'파트에서는 주인공이 변화와 마주하기 전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면의 고민을 표현해야 하는 파트이다.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이 토론 파트에서 주인공이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주인공이 겪는 혼돈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2막의' 진입장면'에선 주인공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만들고 이뤄나가야 한다. 아직은 진정한 변화가 아닌 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 2막의 'B 스토리' 파트에서는 2막 이후를 주인공과 함께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할 준비를 한다. 이들은 보통 조력자의 형태로 나타난다. 2막의 '재미와 놀이' 파트에서는 독자가 이 책에서 기대했던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통 책의 뒤편에 소개되는 부분이다. 쥬라기공원 영화라고 치면 '공룡이 살아있는 공원에 사람들이 갇혀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도의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 파트는 거듭된 실패로 하향곡선을 그릴 수도 있고 거듭된 성공으로 상향곡선을 그릴 수도 있으며 오르락내리락할 수도 있다. 역시 쥬라기공원으로 치면 '티라노가 탈출해서 자동차를 덮치는데 간신히 살아남(하향), 나무 위에서 목 긴 공룡 브론토사우르스와 교감하며 힐링(상향), 중앙관제센터에 도착해서 안도(상향), 전기를 올리기 위해 벨로시랩터가 노니는 곳을 뚫고 지나감(하향), 식당에서 벨로시랩터에게 쫓김(하향)'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2막의 '중간점' 파트의 핵심 키워드는 '거짓 승리', 혹은 '거짓 패배'이다. 주인공은 잠시 스토리상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패배의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뿐이다. 잠시의 승리 속에 의기양양한 주인공이나, 잠시의 패배 속에 좌절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을 보며 독자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2막의 '다가오는 악당' 파트에서는 앞선 중간점 파트에서 일군 승리가 거짓됨이 밝혀지고, 패배는 곧 지나가는 것임이 밝혀진다. 다가오는 악당이란 주인공 내면의 결함이다. 주인공은 아직은 이 진짜 목표를 찾지 못한 상태다. 2막의 '절망의 순간' 파트는 주인공의 최저점이다. 외적인 목표를 이루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았던 주인공이 아주 크게 좌절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보통 죽음이라는 양념으로 이 최저점을 극대화한다. 2막에서 내내 조력자로 도움을 주었던 이들이 이곳에서 많이 사망한다. 2막의 마지막은 '영혼의 어두운 밤' 파트로 주인공은 최저점에 이르러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고 고민한다. 이를 통해 결단에 이르게 된다.

3막의 '진입'파트에서는 진정한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은 주인공을 보여준다. 올바른 해결책을 알아낸 주인공에겐 깨달음이 있다. 3막의 '피날레'파트에서는 앞선 깨달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2막에서 생긴 문제를 전부 해결하고 변화했음을 보여주며 작가의 주제의식이 표출된다. 3막의 '마지막 이야기'파트에선 주인공이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얼마나 성장한 인간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위와 같은 15가지의 장치를 잘 활용하면 독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서사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어떤 내용을 쓰고 싶은지에 따라 조금씩의 변주가 가능하다.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의 작가 제시카 브로디는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책들을 이 15가지 장치에 맞게 분석하여 보여준다. 몇 가지 이야기의 장르(라고 표현되었지만 그보다는 좀 더 큰 개념으로)별로 그에 해당하는 소설을 고르고 그 소설들을 분석하여 15가지 장치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15가지 장치를 이해시킴과 동시에 체화가 가능하도록 하여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2021년인 지금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영화를 보면 호흡이 상당히 긴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도 소설은 영화보다 호흡이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인들은 이제 긴 호흡의 영상이 불편해진 것 같다. 소설도 이제는 호흡이 길면 읽히지 않는다. 웹 소설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의 작가들은 영화 시나리오의 작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존 소설보다 짧은 호흡으로 몰입감 있게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 작법서를 모티브로 한 소설 작법서인 'Save the Cat! 나의 첫 소설 쓰기'가 이런 고민을 가진 작가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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