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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레시피 ㅣ 지하철 시집 1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출 퇴근 시간에 서울의 지하철에 가보면, 이 세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살아 가고 있는 지 실감 할 수 있다. 마치 감정이 메말라 있는 듯한 거대 도시의 무미건조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에도 인간의 감성의 끝자락을 끝까지 붙잡고 있어서, 도시인들의 감성의 마지막 한 자락을 처절하게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실린 시들이다. 도시 생활에서 마지막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거대한 건물이나 상징이 아닌 한 편의 시인 것이다.
이로 인해 삭막한 거대 도시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의 쭈굴어진 감성을 조금이나마 펴 줄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느낌을 얻게 될 것 같다.
거대 도시 지하철에서만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바로 이 책 [희망의 레시피]란 책이, 우리들에게 공간을 초월하여, 그러한 현대인들의 감성을 깨워주고, 잠시나마 쉬었다 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한 번씩 짬을 내어,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을 읽어 보게 된다면, 우리 주위에 있어서 함께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따뜻한 마음을 전하지 못 했던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이 매우 따스하게 느껴 진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 많은 시민들에게 용기와 희마을 주며, 감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들은 단순한 시들이 아닐 것 같다. 사람들 속에 하루 종일 살지만 바로 그 사람 냄새를 맡지 못 하고 일상을 사는 도시 인들에게 바로 그 사람냄새 물씬 풍기게 해 줄 것이다.
이 처럼 이 책도 그럴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88편의 시들 중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시들도 있었고, 아닌 시들도 있었다. 솔직히 마음을 사로 잡는 시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니 별로 없었다.
이 사실을 통해, 본인의 감성이 이미 메말라 버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답답하다는 사실은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인가 보다. 이 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지 못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인가? 이 책이 잘못인가? 내가 잘못인가?
편안게 앉아서, 편안 옷으로, 책상에 앉아서 읽지 않고, 바쁜 일상 속에서 출 퇴근 시간 중에서 복잡한 그 시간에, 복잡한 그 공간에서 이 시들을 만났다면, 어땠을 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은 처음 이 책의 시를 읽을 때보다 두 번째가, 그리고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가 더 따스하게 시들이 접근해 오는 듯 하다는 점이다.
너무 오래 접해 보지 못 한 낯설음 때문이 아니었을 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현상이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따뜻한 감동이나 희망보다 부끄러움을 더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엮은 이에게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품었으나, 살아가는 일에 휩쓸려 제대로 된 시 한 편 쓰지 못한 실명시인의 부끄러움이 승화되어 이 책이 되었기 때문이며, 독자들 중에 본인과 같은 이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시 한 편 제대로 감상할 줄 모르는 자신의 부끄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하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끄러움이다.
이제는 자주자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시 한편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