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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이슬기.서현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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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펼친 책에, 프롤로그의 의원면직 합니다와 당신 가까이, 근처의 레퍼런스라는 제목에 나의 마음을 그대로 써놓은 것만 같아서, 울컥했다. 사실 직장을 정리하려는 시점을 앞두고 제목이 마음 그대로라 열었는데, 열자마자 파노라마 같은 직장생활과 그간의 마음들이 같이 쏟아져 나왔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내 말을 공감해 주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마음이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울컥 올라오는 감정과 끄덕여지는 레퍼런스의 향연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해야 했었던 여러 가지 이유들에 대해, 조금씩 선명해졌다. 선명해지고 명료해지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적지 않은 발자국이 나있는 것만으로도, 학교에서 사건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로운 섬과 같아 웅크렸던 몸이 조금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말한 이유들은 내 몸 곳곳에 나를 아프게 하는 감각으로 살아있다. 


”나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여교사’들은 어른들의 권유로 취직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p27)”나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하며 보냈으니, 혹은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으니, 몸이 아플만도 했다. 


“나를 포함한 전현직 교사들 중 그 누구도 ‘가정 경제에 누를 끼치면서’ 교사가 된 사람은 없었다. 내가 좋아서 내가 잘할 수 있어서 선택한 직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p29) ” 과연 이 책에서 모두가 말하는 신분 보장과 직업 안정성, 남녀차별이 다른 직장보다 적다 등의 이점이 이 일을 지속하게 했을까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검증과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결국은 나도 주입된 것들과 타고난 것들 속에서 방황하며 선택한 것이라는. 

어느 날은 일등신붓감이 되었다가 어느 날은 민원인에게 새파랗게 어린 여교사 주제에 어디다 대고 우리애를 괴롭혀의 ‘여교사’가 되기도 했고, 남교사 혹은 관리자에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여교사를 대하는 학교로 불려온 다수의 아버지들의 태도는 학교 폭력과 성희롱 사건 앞에서, 남자애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다, 당신이 교사니까 해결책을 가지고 오라는 발언을 듣기 일수 였다. 시간강사를 하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이에게 맞으면서 하루를 보내면서도 견디는데 훈련이 된 나는, 모든 조치는 취했지만 나자신을 구하는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여선생이 뭘 어떻게라는 관리자의 무감각한 책임회피성 발언 속에, 무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근무하는 내내 교권 말고 인권이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회에 나가면 배부른 소리다,  다른 일이 더 어렵다. 너는 방학이 있지 않냐 등의 이야기들을 사정없이 듣는 대상이 되어 있었다. 군대 문화에 대해 직접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학교 조직은 교육이라고 포장한 군대 조직 같은 감각이었다. 어쩌면 좀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익구조가 있다.

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거리던 마음들 속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적 프레임과 여러 가지 주입된 이유들도 큰 몫을 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나도 그게 나의 해석으로 왜곡이 되었든지 아니든지 간에, 폭력의 자국은 오래토록 내 감각 속에 살아있다. 어떻게 삶에 소화를 시키고 자원으로 써나가는지 일만 남았을 뿐. 좋은 기억과 성장점들에 초점을 맞춰서 나 자신이 상생하고 성숙해가는 길을 찾는 건 정말로 각자의 몫이었기에.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되었던, 그러고도 멈출 수 없었던, 그렇게 길들여져왔던 시스템 속에서 교사들의 사망 및 우울증, 공황, 중증질병 슬펐지만, 전혀 놀랍지 않았던 상황들.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리 없기에, 

개인의 정신과 적응력을 문제삼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몰아붙이는 조직에서 더 이상 이 곳에서 나를 돌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끌리는 대로 직업을 선택했던 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만난 k-도터들 중에서는 가장 주체적인 결정을 한 사람들이었다. (p37) “


k 장녀와 k 도터, 어떤 것도 비켜가지 못했던 삶을 깊이 애도한다. 한 사람의 욕망과 선택은 어디까지가 그 사람 고유의 것일까, 얼마만큼이 안쪽의 동기로 이루어지고 또 얼마만큼의 외부의 압력으로 이루어질까? 라는 정세랑 작가의 덧붙인 말부터, 그 외부의 압력과 나의 욕망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옴싹달싹할 수 없었던 나는 이제야 어떤 선택과 책임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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