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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 ㅣ 튼튼곰 3
이수영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6월
평점 :
지금은 종영된 EBS "리얼실험 프로젝트 X"의 '다랑도 TV끄기' 편에서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3-4일째 텔레비전 앞에서 목 놓아 우는 아이가 나왔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용지물이 된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입맛을 쩝쩝 다셨고 한 나이든 여자는 제작진과의 약속을 어기고 몰래 텔레비전을 켜서 연속극을 보기도 했다. '이거는 놓칠 수가 없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다랑도 주민은 텔레비전 없는 생활을 받아들이고 옆집으로, 옆 마을로, 뭍으로 나가서 각자 자신의 여가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는 텔레비전이 고장 난 하루동안 다른 놀이를 우연찮게 발견해서 즐겁게 놀게 되는 민수네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민수는 다음날 수리기사의 방문 확인 전화에 '텔레비전 수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쉬운 결과였다. 민수네처럼 텔레비전을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우리 현실은 다랑도 주민과 다르지 않다. 하루만에 텔레비전을 잊을 수 있다, 텔레비전보다 재미있는 게 있다는 설정은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끊으라는 무언의 압력이고 세뇌다.
아이들에게 행하는 압력과 그들이 받는 세뇌는 아이들이 생각할 거리를 잃게 만든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어갈 것이다. 텔레비전을 아예 보지않는 게 옳다는 태도, 어른의 흑백논리를 아이들이 무조건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어떤 일이든 그에 관한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고 여기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민수네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난다. 이것은 변화라기보다 '변태(變態)'에 가깝다.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바뀌는 것이다. 민수네는 어느새 모순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속은 텔레비전을 보고 싶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야 하는 일관성 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민수는 벌써 닮아버렸다. 민수가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순덩어리인 아이보다 텔레비전이 좋다고 말하는 솔직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