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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놀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09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0년 7월
평점 :
『파도야 놀자』를 봤을 때만해도 괜찮았다. 아이가 드넓은 바다를 앞에다 두고 혼자 파도를 따라다니며 노는 모습은 내용이 그다지 없더라도 아름다웠다. 동 작가의 다음 책 『그림자 놀이』를 보고 나는 이상했다. 아이가 또 '혼자'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아이 외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엄마는 대사만 나온다).
이 그림책의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사실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요즘 상황에 맞는 그림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각광받고 있지만 진실된 소통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에겐 해도 해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하기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런 것이 결국엔 그림책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편하다고 혼자 무엇을 하길 원하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진정한 관계를 원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 나를 따뜻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엄마 등. 하지만 그들 주변엔 다 그런 사람들뿐이다. 죄다 '내 이야기 좀 들어줘'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만 있으니, 대체 그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줄 건가? 그래서 그들은 '혼자 하기'를 선택했다. '내 얘기 좀 들어줘'라고 지껄이기만 하는 친구가 없어서 편하니까. 외로운 이들은 그냥 각자 혼자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자라나는 이 작은 아이들에게 내가 했던 혹은 많은 이들이 했던 외로운 '혼자 하기'를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뇌는 모방하는 특성이 있어서, 주변의 것들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그림책만이라도 친구와 함께 놀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