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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전혜린인데, 막상 서평을 쓸려고 하면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점을 꼭 제시할 수 없을 만큼 그의 모든 점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의 글은 읽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대로 느끼기만 해도 그 감동이 뼛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다. 앞에서 그가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의 여성 교육이 시작된 이례로 그녀만큼 뛰어난 정신을 소유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고 나는 자부한다. 그녀가 죽은지 40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저작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시대를 앞서가는 그녀의 성찰성 때문일 것이다.
첫번째 에세이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그녀가 죽기 직전 출간을 앞두고 썼던 에세이다. 두 번째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는 그녀의 일기와 서간집에서 발최한 글들을 편집해서 출판한 것이다. (이미지에 나온 사진은 구판이고, 최근에 신판이 나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기와 서간집을 추천한다. 그녀의 고뇌한 흔적, 지적 향기는 그녀의 일기에서 더 강렬한 빛을 발한다.
전혜린은 한국 여성 최초로 독일 유학을 갔다온 사실 말고도, 그 의문스런 죽음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사인은 자살이라고 한다. 그의 일기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녀의 삶 대부분은 죽음에 대한 의문으로 그 생을 이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길게 쓰고 싶지 않다. 그녀의 저작들은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말고, 꼭 사서 조금씩 음미해 보길 바란다. 사실 한 번 읽는 것으로 그녀를 알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알아갈 가치가 있는 여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