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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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독서경험은 처음이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함에 눈물짓고
반인륜적인 구조적 대량학살에 분노하며
1분 1초가 시급한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돈 몇푼을 기부하는 일 뿐임에 무기력해졌다.
저자의 문장을 빌어 소심하게나마 소망을 드러내 본다.

p.15
기아 희생자들과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단지 출생의 우연뿐이다.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아는 인간이 종식시킬 수 있다. 우리들 각자가 어디에 살든 각자 자기 나라 정부가 기아로 인한 대량 학살을 멈출 수 있게 근본적인 개혁을 실시하도록 분연히 일어나서 행동하자.

p.183-186
`세계 기아행동` 이라는 프랑스 비정부단체는 ˝식량에 대한 접근이 지불능력에 달려 있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배불리 먹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돈이 있는 자는 먹을 것을 얻고, 없는 자는 굼주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는 정글 자본주의다. 세계경제는 식량 생산, 판매, 무역, 식량 소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 없다.
이에 세계경제의 모든 메커니즘은 한 가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한 가지 대전제는 바로 기아는 극복되어야 하며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구조를 갖추고 규범과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 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라고 썼다.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 법칙은 사회정의를 보장한다. 세계시장은 규범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급박한 과제는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이윤지상주의라는 입장과 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카고의 곡물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하고, 협의 등을 거쳐 제3세계에 대한 식량 공급로가 확보되어야 하며,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하지만 과연 서로의 동료로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고 급진적인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은 현실적일까?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역사는 그런 질적 도약을 알고 있다. 국가의 성립도 그에 대한 한 예다. 먼 과거에 인간들은 가족, 씨족, 그리고 한 마을 사람들끼리만 연대감을 느끼고 자기자신과 동일시하였다. 연대감은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는 친한 사람들에게만 제한되었다. 그러다가 국가가 성립되면서 인간은 처음으로 알지 못하는, 평생 알 일이 없을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민족 정체성, 공동체 의식, 공공시설, 그리고 모두에게 구속력을 발휘하는 법이 탄생하였다.
이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를 위해 맬서스의 생각 같은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이 책은 그것에 기여하고자 쓰였다.
동일성은 다른 사람과의 진짜, 혹은 상상 속 만남, 단결행위 등 한마디로 서로 공유하는 의식에서 생겨난다.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마따나 고통으로 가득 찬 세계에 행복의 영토는 없다. 우리는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고는 세계질서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지구에서 속히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면 누가 인간성, 인정을 말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인류로부터 배제되고 남모르게 파멸해가는 이런 ˝고통스러운 분파˝(파블로 네루다)는 다시 인류 속으로 편입되어야 한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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